[정다훈의 클릭클래식] 잠을 부르는 클래식이 어느새 잠못드는 클래식팬을 양성…완벽한 기량 때문

[정다훈의 클릭클래식] 잠을 부르는 클래식이 어느새 잠못드는 클래식팬을 양성…완벽한 기량 때문

발행일 2011-06-28 19:08:16 정다훈 객원기자

백건우·디토 페스티벌·송영훈의 4첼리스트와 함께한 6월

지난 19일·25일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피아노 음 하나 하나 속에 스며들어있는 리스트의 인생 이야기를 천천히 펼쳐놓았다. 그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엔 ‘백건우와 피아노 그리고 리스트의 영혼’만이 그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한곡 한곡이 연주될 때마다 백건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 백건우

특히, 리스트 ‘소나타 b단조’속에 든 다채로운 이야기 하나 하나가 체감되는 순간 전율했다. 연주가 끝나고 난 후 수초간의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밤 리스트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을 백건우의 무게감에 가슴이 저려왔음은 물론이다. 25일 공연을 관람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기립한 채 감동의 박수만을 연신 치고 있었다.

25일 열린 [디토 페스티벌:앙상블 디토&파커 콰르텟 듀오 리사이틀]에선 실내악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명곡인 브람스 현악 육중주와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연주자들이 서로 호흡을 주고받는 모습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파커 콰르텟 멤버 다니엘 정(바이올린)의 현은 생생하게 살아나 관객에서 말을 걸었고, 김기현(첼로)의 현은 마치 속 마음을 내비쳐도 좋을 만큼 친근한 모습으로 객석을 향해 다가왔다. 앙상블 디토 멤버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은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단원들을 조율해갔으며,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는 엉청난 테크닉으로 관객의 눈을 홀렸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흔히 만나기 쉬운 꾸벅 꾸벅 조는 관객들을 만나기 어려웠음은 물론이다.

▲ 앙상블 디토&파커 콰르텟 듀오 리사이틀

26일과 27일은 '첼로'와 사랑에 빠진 날이었다. 26일 만난 [송영훈의 4첼리스트]는 한마디로 첼로의 숨겨진 진면목을 발견하게 한 공연이었다. 송영훈이 줄리어드 음대 시절을 함께 보낸 세명의 친구들과 협연한 이번 무대는 흡사 ‘눈에 보이는 첼로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올린, 비올라가 함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그만큼 다채로운 선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 조엘 마르시의 뛰어난 고음, 중국 출신 리 웨이 퀸의 명확한 소리, 스웨덴 출신 클래스 군나르손의 감미로운 선율이 송영훈의 진중한 연주와 맞물려 다비드 포퍼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모음곡', 호주 여류 현대 작곡가 엘레나 카츠-처린의 '피닉스 스토리',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등의 음악이 색다른 맛을 냈다.

▲ 송영훈의 4첼로 포스터

클래식에 문외한인 관객들의 귀도 활짝 열게 해준 곡은 마지막에 들을 수 있었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주제곡 '그남자'였다. 싱그럽고 신비한 그들의 사랑이 첼로 음으로 연주될 때 관객들은 모두들 '그 남자'의 구애를 온 몸으로 받아내듯 슬쩍 슬쩍 미소를 흘렸다.

첼로의 또 다른 면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27일 [디토 페스티벌:마이클 니콜라스 리사이틀]공연을 찾았다.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는 25일 [앙상블 디토&파커 콰르텟 듀오 리사이틀]무대와는 전혀 달라보였다. 25일엔 입을 반쯤 벌린 채 몽환적인 표정으로 연주하는 김기현과 극명히 비교되게 줄곧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했다면, 이번 무대에선 마치 첼로와 한 몸이 되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듯 했다.

'드뷔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중 피치카토 기법을 선보일 땐 첼로를 기타치듯 능수능란하게 다루었으며, '엘리엇 카터-첼로 소나타'를 연주할 땐 피아니스트 헬렌 황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음악 공간 안에 있는 듯 대비되는 모습으로 박자와 템포를 변화시켰다. 공연의 정점은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가 찍었다. 슬픈 듯 애절한 첼로의 선율과 숨 막힐 듯 다가오고 멀어지는 피아노의 열정적 음에 모두들 시인의 마음으로 감상을 했다.

▲ 마이클 니콜라스

‘잠을 부르는 클래식’이란 지칭은 이젠 옛말이 될 듯 하다.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과 접목된 색다른 무대는 어느새 (클래식에 대한 감동으로)잠 못 드는 클래식 팬을 양성했다.

또한 덧붙이는 말 한 가지. 19일 백건우 공연, 25일, 27일 디토 페스티벌 공연장의 객석에선 꽃미남 피아니스트 지용의 모습을 줄곧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 앉은 관객들은 가까이서 지용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연신 환호를 내보였다. 피아니스트 지용은 7월 2일 [디토 올림픽]에서 '반젤리스의 불의 전차'를 협연하는데 이어 7월 3일 [앙상블 디토 시즌 5 리사이틀]에서 '드뷔시&포레 가곡 중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 '포레의 꿈꾸고 난 뒤와 피아노 사중주 1번 다단조' '라벨의 피아노 삼중주 가단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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