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의 캠핑폐인] 문패를 달다

[김산환의 캠핑폐인] 문패를 달다

초록이 깊어가는 날, 선배의 초대를 받았다. 학창 시절의 그는 샌님 소리를 들을 만큼 도시적인 취향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캠핑에 꽂힌 후 주말이면 아예 캠핑장을 끼고 살고 있다. 그는 특히, ‘장비의 달인’이라 불릴 만큼 캠핑장비에 대한 식견이 풍부했다.내가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선배는 얼추 텐트를 다 쳤다. 꼼꼼한 성격답게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타프의 폴에 메달아 놓은 문패였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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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의 캠핑폐인] 새벽 5시, 다음 세상으로 가는 시간

[김산환의 캠핑폐인] 새벽 5시, 다음 세상으로 가는 시간

새벽 5시 어딘가 떠나려고 할 때 이 때 만큼 좋은 시간이 있을까. 세상은 아직 잠에서 덜 깬 그렇다고 칠흑의 밤도 아닌 동편 하늘이 코발트블루로 물들고 어둑어둑한 세상 속에서 사물들이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서둘러라. 하짓날 새벽 5시는 늦다. 늦춰라. 동짓날 새벽 5시는 이르다. 새벽 5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봄가을을 위한 시간. 새벽 5시는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때 그 징검다리를 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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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의 캠핑폐인] 남자, 캠핑을 말하다

[김산환의 캠핑폐인] 남자, 캠핑을 말하다

캠핑은 남자의 놀이다. 남자를 위한 소꿉장난이다. 스포츠카나 할리데이비슨에 열광하는 사나이 기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남자는 캠핑을 갈 때마다 사냥을 나선 사자처럼 야생본능이 꿈틀거린다. 꼿꼿하게 일어선 사자의 갈기처럼 온몸의 감각이 곤두선다.캠핑은 자연에 집을 짓는 일이다. 텐트는 내 집처럼 아늑해야 하며, 집에서 필요한 것은 그곳에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일은 고스란히 남자의 몫이다. 때로 거친 자연과도 싸워야 한다. &l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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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의 캠핑폐인] 꿈꾸는 봄

[김산환의 캠핑폐인] 꿈꾸는 봄

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밤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들이 있다. 녀석의 꿈은 공룡이 부활하는 것. 그리고 그 공룡과 함께 친구가 되어 더불어 사는 것이다. 아들을 위해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경남 고성의 상족암. 빨래판처럼 평평한 이곳의 해안가 바위에는 초식공룡의 거대한 발자국이 남아 있다. 그것을 기려 공룡박물관을 지었다. 그 곁에 아담한 캠핑장도 만들었다. 캠핑장 앞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번뜩이는 눈으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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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의 캠핑폐인] 강물 곁에 눕다

[김산환의 캠핑폐인] 강물 곁에 눕다

해마다 3월이 오면 강의 숨결이 그리워진다. 메마른 겨울을 나면서 야윌대로 야윈 강물의 숨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다시 봄이 왔다고, 강줄기가 이 땅의 튼실한 동맥이 되어 다시 힘찬 맥박을 뛰고 있다고 웅변하는 그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3월의 강은 숨결이 가늘다. 특히, 섬진강은 더욱 그렇다. 한강이나 낙동강처럼 큰 줄기가 아니라서 제 몸에 싣고 가는 강물도 적다. 때로 실개천이라 불러도 항변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가늘게 흐르기도 한다. 야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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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의 캠핑폐인] 낡은 캠핑 장비를 꺼내며

[김산환의 캠핑폐인] 낡은 캠핑 장비를 꺼내며

서른 중반까지 나에게 가족은 없었다. 법적으로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 인생에 끼어들 여지는 많지 않았다. 물론 나는 돈을 벌어왔고, 주말이면 유모차를 끌고 놀이공원을 다녔다. 처갓집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러나 내 속에는 나만 있었다. 나의 꿈은 언제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내 속에는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그리움만 가득 차 있었다. 2004년 1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아내와 아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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