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클릭발레] ‘지젤’ 낭만발레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

[정다훈의 클릭발레] ‘지젤’ 낭만발레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

발행일 2011-02-28 12:55:46 정다훈 객원기자

김지영의 <지젤>은 보는 순간 “아!”하고 탄성이 나오게 만든다. 반면 김주원의 <지젤>은 “그랬구나”라는 동감의 말을 내뱉게 한다. 전자의 지젤은 발끝 하나 하나에 혼이 들어있다면, 후자의 지젤은 손 끝 하나 하나에 영감이 가득하다. 1막을 김주원의 지젤로 만나고 2막을 김지영의 지젤로 만나면 이보다 더한 발레 로망은 없을 듯 했다. 그렇게 되면 감동과 감탄이 뒤섞여 “이 순간 오페라 극장에 있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하고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 김윤식

낭만 발레 <지젤>은 프랑시 시인이자 비평가인 고티에가 하이네가 쓴 독일 고담(De I'Allemague)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야기다. 국립발레단이 2011년 시즌 레퍼토리 첫 작품으로 선보인 <지젤>은 로맨티시즘 발레의 탄생이 되었던 파리 오페라 발레단 (파트리스 바르 안무) 버전이다.

따지고 보면 <지젤>은 그렇게 아름다운 발레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날 다가온 운명적인 귀족 청년(알브레이트)과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잠시, 자신을 짝사랑하던 또 다른 남자(힐라리온)가 몰라도 좋을 진실을 굳이 알려주는 현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에게 아름다운 목걸이를 건네준 여인(바틸드)이 다름 아닌 그 남자의 약혼자였다는 어이없음을 견뎌내야 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인 셈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녀의 영혼은 죽어서도 편치 못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남자를 지켜줘야 한다.

▲ 김주원 김현웅

그럼에도 이 작품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1천945석)에 관객이 꽉꽉 들어찼음에도 ‘나 혼자만 <지젤>을 보고 있구나’ 하는 순간적인 정적((靜寂)을 제공한다. 특히, 여자 관객들은 작곡가 아돌프 아당(Adolphe Adam)이 사용한 유도동기(leitmotif)에 속절없이 흔들리며 데이지 꽃점의 불길한 예감을 기억해내는가 하면, 나를 속인 그는 밉지만 그와 함께 했던 사랑의 밀어를 거짓으로 되돌리고 싶지는 않아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지젤과 한 몸이 된다.

반면, 남자 관객들은 자신이 그리던 낭만주의의 여성상을 발견해내고 넋을 잃게 된다. 지젤에게서는 싱그러운 소녀 같은 이미지를 취하고,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에게서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므파탈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 김지영 이동훈

19C 낭만주의 시대를 재현한 <지젤>은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만든 의상 역시 한 몫 했다. 특히, 윌리들의 튀튀 의상은 죽은 영혼들의 다리 동작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만들어져 발레블랑(백색발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하지만 알브레이트의 약혼녀인 바틸다의 의상은 작년 11월에 내한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의상과 비교할때 화려함이 떨어졌다. 그 결과 지젤이 바틸다의 아름다운 치마에 반해 얼굴에 직접 대보는 장면은 마린스키 발레단 <지젤>을 보고 공감의 표를 던지게 된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어느 캐스팅으로 봐도 좋았지만, 각 캐스팅별로 색깔은 조금씩 달랐다. 김현웅 알브레이트는 1막과 2막을 거쳐 청년이 진짜 사랑을 깨닫고 신사가 되는 느낌으로 공감을 줬다면, 이동훈 알브레이트는 소년같은 풋풋함과 기량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미르타 역의 장우정과 윤혜진 역시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장우정은 도도함과 차가움이 가미된 윌리로 분해 서늘한 기운이 강했다면, 윤혜진은 자비를 엿볼 수 있는 포스로 좀 더 성숙한 윌리의 느낌을 풍겼다. 페전트 파드되에 나온 무용수 김윤식의 발견 역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윤식의 점프와 회전은 자신만을 위해 세상이 펼쳐진다고 믿는 소년의 비상처럼 거침없고 시원해 그가 윌프레드로 나온 날은 ‘알브레히트의 시중만 드지 말고 점프 한번 해봤으면 좋겠내’하는 혼잣말을 내뱉을 정도였다.

발레 <지젤>은 그 동안 세계적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된 국립발레단의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치, 피겨 스타 김연아가 올해 <지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고 한 점, 쉽게 접하기 힘든 섬세한 프랑스 버전에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라에티시아 퓌졸과 마티아스 에만을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티켓 가격대를 내려 금전적 부담을 덜어준 점 등의 이유로 전석 매진의 신화를 기록했다.

극 마지막 알브레히트가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준 지젤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듯, 객석의 관객들 역시 전 2막 지젤의 막이 내렸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3막이 마술처럼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게 한다. ‘쉬’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 관객은 3월 1일 펼쳐지는 스프링 갈라(지젤 2막을 다시 볼 수 있음)에 기대감을 품어본다. 손가락을 꼽아보며 생일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유치원 꼬마의 기대감 그대로이다.

이날 갈라 공연은 KBS1 FM 진행자이자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해설과 함께한다. 지젤 2막 갈라 공연 외에도 낭만주의 발레를 열어준 발레 <라 실피드> 춤의 진수를 보여줄 <파키타> 남성미가 가득한 <해적><스파르타쿠스>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현대차 픽업트럭, 2027년 첫선..포드 레인저와 경쟁

현대차 픽업트럭, 2027년 첫선..포드 레인저와 경쟁

현대자동차가 2030년까지 픽업트럭 라인업을 4종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카세일즈는 현대차 호주법인 CEO 돈 로마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가 토요타 하이럭스,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 래더 프레임 픽업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며, 출시 시점은 2027년 중반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2025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현재 북미시장에 판매중인 싼타크루즈 외에 바디 온 프레임(BoF)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까지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코리아가 플래그십 SUV 투아렉 오너의 라이프스타일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화보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시작된 ‘투아렉 오너 클럽’은 오너와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활동으로 변호사, 마케팅 전문가, 신경외과 전문의, 기업인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리더의 삶을 살아가는 여섯 명의 오너들로 구성되었다. 오너 클럽의 첫번째 활동인 이번 화보는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본질의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의 최상위 모델, 셀레스틱(CELESTIQ)의 시작 가격이 40만달러(5억7784만원)로 인상된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캐딜락은 2026년형 셀레스틱의 가격을 기존 34만달러(4억9116만원)에서 40만달러로 올리고, 글래스 루프 등 고급 사양을 기본화한다. 2026년형 셀레스틱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 글래스 루프가 표준으로 제공되며, 8년 동안 커넥티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구매 고객들을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간소화해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의 최신 전기차, Q4 e-트론과 Q4 e-트론 스포트백이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수준 이하의 점수로 탑 세이프티 픽 대상에서 제외됐다. IIHS에서 최근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Q4 e-트론은 2열 안전벨트의 구속력 미흡으로, 충돌시 2열 승객의 가슴에 심각한 부상이 가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2025 IIHS 테스트는 2열 승객에 대한 보호 기능을 통합해 40% 옵셋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런 평가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정면 충돌하는 경우를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현대차 그랜저 부분변경 기반의 전동화 모델 디자인이 일부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의 SDV 요소 중 하나인 플레오스 OS 스파이샷을 통해 공개된 그랜저 부분변경 전기차의 전면부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수평형 LED DRL의 디자인과 함께 헤드램프의 형상, 범퍼 디자인을 개선했다. 신형 그랜저의 전면부는 수평형 LED DRL의 변화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현행 모델이 스타리아와 유사한 느낌과는 다르다. 현행 모델의 4구형 LED 헤드램프는 제네시스 최신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과 자연의 감성을 결합한 한정판 모델,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Forest Lake Edition)’을 10대 한정 출시하고, 오는 11월 11일 오전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선착순 판매한다고 밝혔다.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판매가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6340만원으로, 구매 고객 전원에게 140만원 상당의 ‘루프탑 자전거 캐리어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볼보자동차 디지

신차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는 지난 3일 기아 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기아 송호성 사장, 김상대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모타빌리티 앤드류 밀러(Andrew Miller) CEO, 다미안 오톤(Damian Oton) CCO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내 PBV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모타빌리티는 약 86만명의 고객과 약 3만5천대의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휠체어용 차량) 및 약 9만4천대의 EV 등을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 &lsqu

업계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쏘카와 손잡고 프리미엄 컴팩트 SUV XC40의 무료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승 프로그램은 쏘카의 새로운 '시승하기' 서비스 공식 론칭에 맞춰 진행되는 첫 협업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프리미엄 컴팩트 SUV인 XC40의 울트라를 지원한다. 쏘카 앱 내 '시승하기' 메뉴를 통해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고객은 오는 11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1주일간 XC40의 무료 시승 기회를 제공받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보조금..2830만원 할인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보조금..2830만원 할인

마세라티(Maserati)가 올해 말까지 약 2달간 브랜드 자체 보조금을 통해 9천만원 대에 럭셔리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Grecale Folgore)를 구매할 수 있는 '에코 리워드'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브랜드 자체 보조금 혜택을 제공해 이탈리안 럭셔리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를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국내 친환경차 시장 다변화 및 확산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그레칼레 폴고레 신차를 구매할 경우, 기존 1억2730만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2830만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