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를 개시한지 2일째가 됐지만 할인 방법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SK 주유소는 할인 혜택이 가장 큰데도 소비자들 인식이 어렵고, 일부 정유사는 주유소 업주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터당 100원씩 가격을 인하한다는 점에서는 정유3사가 동일하지만 SK에너지는 소비자에게 직접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급가격을 인하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기름값 인하를 실시한 7일, 주유소 업주들의 희비가 갈렸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주유소 업주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기름을 받는 가격은 싸졌지만 판매 가격은 낮추지 않아도 별 상관없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소 판매가는 GS칼텍스가 29.43원, 현대오일뱅크가 19.50원 할인되는데 그쳤다. 에쓰오일도 24.42원 밖에 할인되지 않았다.(석유공사 오피넷 6일,7일 전국 평균 기준) 서민을 위한다며 정부가 추진한 유가 할인 혜택의 70~80%가 주유소 업주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새벽부터 각 정유사들은 주유소 업주들에게 할인에 동참해 줄 것을 전화와 공문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대다수 주유소 업주들은 "미리 저장 탱크에 채운 기름을 모두 팔아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서 기름값을 낮추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기름값 인하는 한시적인 조치니만큼 기름값이 다시 인상될 때는 미리 채워진 기름의 양만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반면 SK주유소 업주는 울상이다.
신용카드나 OK캐시백 등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리터당 100원을 그대로 돌려주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실제 할인폭이 다른 정유사에 비해 월등히 크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용인시에 위치한 SK양지IC주유소 김경민 대표는 "SK주유소는 다른 주유소와 달리 실제 소비자가 100원을 정확히 내린셈이지만, 가격표에 적힌 판매 가격은 이전과 같다"면서 "주변 다른 정유사 주유소는 약간이라도 가격표 가격이 내려가니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3개 정유사가 택한 '간접할인' 방식은 그동안 정부가 유가 문제를 들고 나올 때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여러차례 진행해 온 방식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출혈이 크지만, 유통 단계를 몇차례 거치는 동안 할인효과가 소실돼 최종 소비자는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을 경험해 왔다.
반면 이번에 SK가 선택한 '직접할인' 방식은 정유사의 할인 금액을 중간 유통업자가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최종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이런 방안을 내놓는데는 중간 유통업자들의 반발도 상당했지만, 최근 지경부 등 정부 당국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만들어진 극단적인 대책이라는 것이 SK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 어디서 어떻게 주유해야 할까? …실제 할인 얼마나 되나 잘 계산해야
이번 할인혜택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정보 전달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특히 SK주유소의 할인은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잘 살펴야한다. SK주유소는 표기된 가격보다 실제 100원 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현재 SK는 결제수단 상관없이 OK캐쉬백에 리터당 100원의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OK캐시백카드는 주유소 현장에서 즉시 만들어주는 것으로 다음 주유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2주후부터는 일반 신용카드로 결제해도 리터당 100원을 카드대금에서 청구 할인해준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가격표에 쓰여진 가격이 실제 판매 가격이다. 직영점 등 일부 주유소는 7일부터 100원의 할인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할인을 미루고 있어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석유공사 오피넷 웹사이트 등에서 찾아보면 된다.
다른 정유사 주유소와 SK주유소의 판매 가격 차이가 100원 이내라면 SK주유소가 더 저렴한 셈이다. 예를들어 GS칼텍스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1930원, SK주유소의 판매 가격이 2010원이라면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게 리터당 20원씩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