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의 캠핑폐인] 애기단풍 아래서

[김산환의 캠핑폐인] 애기단풍 아래서

발행일 2011-08-23 12:49:00 김산환 칼럼리스트

백양사 진입로에 접어들자 사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광선검처럼 어둠을 갈랐다. 계곡을 건넌 후 자칫 지나질 뻔한 입구를 겨우 찾아 가인 캠핑장으로 들어섰다.

캠핑장은 한산했다. 오직 텐트 한 동 만이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았다. 모닥불을 쬐고 있는 캠퍼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얼굴을 작게 끄덕이는 것으로 연대감을 표시했다. 그것으로 우리는 오늘 밤을 함께 할 이웃이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이런 연대감을 좋아한다. 그와 내가 한 운명이란 것을 말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를테면 마주오던 차량이 전방에 경찰이 속도위반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상향등을 깜빡일 때 느끼는 그런 연대감 말이다. 그 운전자와 나는 아주 짧은 순간 스쳐 지날 뿐이다. 다시 만날 기약도 없다. 그러나 그 순간에 우리는 동아줄로 서로 묶은 것처럼 아주 끈끈한 연대감을 느낀다.

오늘 밤 나의 이웃이 된 그 캠퍼와 나의 연대감은 둘만의 비밀에서 나온다. 그는 가을 백양사를 알고 있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단풍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백양사 진입로가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차량 진입은 고사하고, 인파에 밀려 허겁지겁 백양사와 절을 돌아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가 차지한 이 캠핑장은 백양사 턱밑에 있다. 이곳에서 머물면 사람들에 치일 일이 없다. 서두르면 가을 산사의 고즈넉한 아침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그와 내가 느끼는 연대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행락객은 꿈에도 모르는, 오직 그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백양사로 향한다. 설악산과 주왕산 등 단풍으로 이름난 명산은 많다. 그러나 나는 단풍놀이의 마침표를 항상 이곳에서 찍는다.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이른 아침에 백양사와 백암산을 거니는 즐거움을 거부할 수가 없다.

‘춘백양추내장’(春白羊秋內藏)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백암산 백양사의 벚꽃이, 가을은 내장산의 단풍이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백양사의 가을도 봄빛 못지않다. 백양사에는 애기단풍이 있다. 잎은 작으면서 색깔이 핏빛처럼 고운 단풍잎이다. 나는 백양사 돌담에 치렁치렁 걸린 애기단풍을 보면 머릿속까지 붉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찌 이리 붉을 수 있을까.

나의 단풍산책코스는 썅계루에서 백양사를 거쳐 학바위까지다. 쌍계루는 호수에 물든 단풍과 산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쌍계루 앞 호수는 산이 붉으면 호수도 붉고, 벚꽃이 피면 호수도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백양사 마당에서 학바위를 올려다보는 일도 가슴을 툭 터지게 한다. 대웅보전의 번쩍 들린 처마 뒤로 또 그만큼의 맵시를 자랑하며 치솟은 바위라니.

학바위까지는 다리품을 좀 팔아야 한다. 등산로가 지그재그로 난 팍팍한 오르막을 30분쯤 가야 한다. 그래도 영천암에서 한 박자 쉬어갈 수 있어 큰 힘이 된다. 등산객들은 학바위 중턱의 영천굴을 지나 상왕봉까지 간다. 그러나 단풍놀이는 영천굴까지면 족하다. 이곳에서 불바다를 이룬 단풍 속에 들어앉은 백양사를 내려다보고나면 가을을 보내도 아쉬움은 없다.

여기서 산양이 스님의 설교를 받고 눈물을 흘려 절을 백양사로 고쳤다거나 하루에 꼭 먹을 만큼씩 쌀이 나오던 굴을 부지깽이로 쑤셨더니 쌀 대신 흙탕물이 나왔다는 영천굴의 전설 같은 것은 말하지 않겠다. 백양사 사천왕문 곁에 서 있는, 전생에 네 참 모습은 어떠했느냐고 묻는 ‘이뭣고’ 탑에 대해서도 토를 달지 않겠다. 가을이면 단풍물결 속에서 오히려 더 푸른 비자나무가 내뿜는 청신한 기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겠다. 더 보태면 잔소리일 뿐이다. 가을 백양사에 가면 다 만날 일이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르노 트윙고 E-TECH 공개, 매력적인 도심형 전기차

르노 트윙고 E-TECH 공개, 매력적인 도심형 전기차

르노는 6일(현지시각) 도심형 전기차, 트윙고 E-TECH를 공개했다. 트윙고는 1992년 선보인 르노의 아이코닉한 소형차로 A-세그먼트 시티카를 대표한다. 트윙고 E-TECH는 불과 2년전 공개된 콘셉트카를 양산차로 구현했다. 출고는 2026년 초 시작되며 가격은 2만유로(3344만원) 미만이다. 유럽의 A-세그먼트 시장은 규모가 줄었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의 운전자들은 도심 생활이나 세컨드카로 설계된 합리적인 시티카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 픽업트럭, 2027년 첫선..포드 레인저와 경쟁

현대차 픽업트럭, 2027년 첫선..포드 레인저와 경쟁

현대자동차가 2030년까지 픽업트럭 라인업을 4종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카세일즈는 현대차 호주법인 CEO 돈 로마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가 토요타 하이럭스,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 래더 프레임 픽업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며, 출시 시점은 2027년 중반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2025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현재 북미시장에 판매중인 싼타크루즈 외에 바디 온 프레임(BoF)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까지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코리아가 플래그십 SUV 투아렉 오너의 라이프스타일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화보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시작된 ‘투아렉 오너 클럽’은 오너와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활동으로 변호사, 마케팅 전문가, 신경외과 전문의, 기업인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리더의 삶을 살아가는 여섯 명의 오너들로 구성되었다. 오너 클럽의 첫번째 활동인 이번 화보는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본질의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의 최상위 모델, 셀레스틱(CELESTIQ)의 시작 가격이 40만달러(5억7784만원)로 인상된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캐딜락은 2026년형 셀레스틱의 가격을 기존 34만달러(4억9116만원)에서 40만달러로 올리고, 글래스 루프 등 고급 사양을 기본화한다. 2026년형 셀레스틱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 글래스 루프가 표준으로 제공되며, 8년 동안 커넥티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구매 고객들을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간소화해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의 최신 전기차, Q4 e-트론과 Q4 e-트론 스포트백이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수준 이하의 점수로 탑 세이프티 픽 대상에서 제외됐다. IIHS에서 최근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Q4 e-트론은 2열 안전벨트의 구속력 미흡으로, 충돌시 2열 승객의 가슴에 심각한 부상이 가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2025 IIHS 테스트는 2열 승객에 대한 보호 기능을 통합해 40% 옵셋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런 평가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정면 충돌하는 경우를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현대차 그랜저 부분변경 기반의 전동화 모델 디자인이 일부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의 SDV 요소 중 하나인 플레오스 OS 스파이샷을 통해 공개된 그랜저 부분변경 전기차의 전면부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수평형 LED DRL의 디자인과 함께 헤드램프의 형상, 범퍼 디자인을 개선했다. 신형 그랜저의 전면부는 수평형 LED DRL의 변화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현행 모델이 스타리아와 유사한 느낌과는 다르다. 현행 모델의 4구형 LED 헤드램프는 제네시스 최신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과 자연의 감성을 결합한 한정판 모델,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Forest Lake Edition)’을 10대 한정 출시하고, 오는 11월 11일 오전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선착순 판매한다고 밝혔다.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판매가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6340만원으로, 구매 고객 전원에게 140만원 상당의 ‘루프탑 자전거 캐리어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볼보자동차 디지

신차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는 지난 3일 기아 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기아 송호성 사장, 김상대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모타빌리티 앤드류 밀러(Andrew Miller) CEO, 다미안 오톤(Damian Oton) CCO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내 PBV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모타빌리티는 약 86만명의 고객과 약 3만5천대의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휠체어용 차량) 및 약 9만4천대의 EV 등을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 &lsqu

업계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쏘카와 손잡고 프리미엄 컴팩트 SUV XC40의 무료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승 프로그램은 쏘카의 새로운 '시승하기' 서비스 공식 론칭에 맞춰 진행되는 첫 협업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프리미엄 컴팩트 SUV인 XC40의 울트라를 지원한다. 쏘카 앱 내 '시승하기' 메뉴를 통해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고객은 오는 11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1주일간 XC40의 무료 시승 기회를 제공받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