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영화계의 산증인, 배우 안성기가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해 50여 년간 영화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한다. 그는 1957년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150여 편의 수많은 영화를 찍으며 대한민국 영화사와 함께 걸어오고 있다.
연기에서만큼은 빈틈없는 배우이자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시도해온 그가 후배인 이성재에게 배역을 빼앗긴 에피소드로 말문을 열었다. 다음 예정작인 영화 [현의 노래]를 소개하던 그는 “주경중 감독이 몇 년 전부터 나에게 배역 ‘우륵’을 하라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젠 ‘우륵의 스승’을 제안하더라”며 약간의 섭섭함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랜 시간 연륜이 쌓인 만큼 “일단 영화가 좋아야 나도 빛이 난다. 영화 자체가 좋다면 내 욕심은 버릴 것”이라고 말해 인생선배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조연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처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대본을 받고는 대사가 한 마디 밖에 없어서 당황했다는 그는 영화를 다 찍은 후에 “대사는 적고 폼 나는 조연 역할이 앞으로 내가 지향해야 될 부분이라고 느꼈다”며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대사가 많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며 “의미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면 대사 없는 영화가 더 좋다”고 말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많은 히트작을 가진 만큼 명장면도 많은 안성기는 이 날 녹화서 명장면의 탄생 비화도 들려주었다. “영화 [고래사냥]을 찍을 당시 따로 의상팀이 없어 거지왕초 역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배창호 감독과 온 시장바닥을 누볐다”고 말문을 연 후 “결국 행려병자들의 옷을 찾았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직접 바느질까지 한 내 손때가 많이 묻은 의상”이라고 추억하며 지금 그 의상이 남아있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박중훈과의 격투신을 일주일 내내 비를 맞으며 찍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너무 오랜 시간 촬영하다가 감각을 잃었을 때 뭔가 스쳤는데 박중훈이 쓰러져 있더라. 너무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계속 NG를 냈다”며 당시 아찔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또 안성기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검사역을 맡아 수없이 NG냈던 경험을 들려주며 “그 후로는 전문직 배역은 ‘퇴마사’까지도 꺼리고 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그는 “항상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산다”고 고백하며 자신은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시장 등도 마음대로 돌아다닌다고 밝혔다. “하루는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쓰고 나갔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그렇게 변장하면 모를 줄 아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며 당시 에피소드를 생동감 있게 전했다. 평범하게 남들과 똑같이 산다는 그는 “평상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 배우로서도 얻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50년간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삶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작품마다 좋은 감동을 전하며 언제까지고 영화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인생 속에서 연기를 배우고 연기로써 인생을 담아내는 배우 안성기의 평범한 인간에서 프로페셔널한 배우로의 모든 것은 5일 월요일 밤 10시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 공개된다.
황재원기자 jwstyels@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