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직업도 다 있다. 바로 자전거 택배. 얼핏 들으면 고개부터 갸우뚱 거릴 것이다.
자전거로 택배를 한다고? 택배라 함은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하는 것이 상식인 대한민국에서 그의 비상식적인 택배는 과연 어떨까?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자전거에 미친 한 남자를 만나봤다.

Q.주로 어떤 일을 하나?
다양한 일을 한다. 크게 심부름과 배송을 한다. 업계 3위인 현대택배와 제휴해 알라딘의 책을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일도 하고 강남에 사는 야간업소 종사자들의 심부름도 한다. 순대, 떡볶이같은 간단한 먹거리부터 아예 장을 봐주기도 하고 주민등록등본, 인감을 떼다 줄 때도 있다. 꽃 배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전거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요즘엔 자전거 트레일러에 LED 광고판을 달고 광고 사업과 연결해보려 한다. 황금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로 매우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자전거 메신저 파트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건을 만들어 일자리도 늘리고 싶다.
Q.자전거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서초, 역삼, 논현동에 차량으로 물건을 갖다 주면 중간 중간에 허브를 만들어 소비자와 만나는 가장 마지막 자리를 자전거가 맡으면 된다. 한 건물에 2~3개 물건 넣으려고 택배 차량은 대기 중에 있으니 공해 오염에 그 택배 차량 때문에 생기는 교통 체증에...하지만 자전거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 게다가 일반 퀵서비스는 배달 물량이 어느 정도 모여야 출발하지만 우린 물량이 들어오면 바로 출발한다. 거기에 교통 체증까지 더해지면 결국 도착 시간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절대 일반 퀵서비스보다 서비스 질이 낮지 않다.

Q. 현재 일하는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고가의 PDA로 활동하는 메신저가 50명 정도 있었다. 고정 고객이 있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주문을 받고 수수료를 주고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지만 계속 운영하다보니 자전거와 시스템이 맞는데 한계가 있어서 떨어져 나왔다. 좀 안 좋게 된 경우다. 그래서 지금은 같이 일하는 인원이 많지 않고 퀵서비스 위주가 아닌 택배 위주로 서비스를 바꿨다. 퀵서비스는 택배와 배송인 측면에서는 같지만 시간, 거리에 따라 움직이고 상대적으로 비싸다. 반면 택배는 날짜에 따라 운영하며 가격이 저렴하고 거리에 따라 큰 변동선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Q.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가?
체력적 문제가 가장 크다. 단순히 자전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체력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너무 돈만 쫒다 보니까 자전거 고유의 정취를 잃고 스스로 멀어짐을 느낄 정도다. 얼마 전 인천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6~7시간을 일하고 자전거타고 돌아가려니 너무 힘들어하였다. 지금 허브 지역 (BMS지점)을 만들어 출퇴근을 용이하게끔 하려 한다.
Q.외국의 메신저만큼 클 수 있을까? 현재로선 NO!
자전거 메신저라는 인식이 외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에서 이용하는 고객이 없다. 기업이 안 될 경우 자전거 이용을 주창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화합을 통해 기업과 연결을 시켜주거나 그들이 이용해야 마땅하다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자전거 메신저 이용 회사에 대한 탄소 배출량 등을 조사하여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이용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Q.겨울이라 일감이 줄거나 일하기 불편하지 않나?
요즘 굉장히 힘들다. 지쳤다. 물량이 많아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있는데 예전엔 사기도 당하고 퀵서비스 업체들한테 자전거 메신저를 키워주겠다는 사탕발림에 사기도 당했었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와 길이 미끄러운 환경에서는 일을 하면 안 된다. 오늘도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물량을 처리 안하면 거래가 안 되기에 나 같은 경우 물건을 계속 처리 중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다 해야 된다. 추우면 추운 데로 더우면 더운 데로.
Q. 메신저 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외국의 메신저인 경우 너무 좋아 보인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며 거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일한다니 이보다 멋져 보이는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직업에도 엄청난 성실함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요즘 오시는 분들 중 으레 겉멋만 많이 들어오시는데 기본 체력을 키우기 위해 수습기간만 무조건 3개월이다. 운동량이 국가대표 선수보다 많기에 체력은 필수고 거기에 돈도 돈이지만 자전거에 대한 비전, 의미,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Q.현재 자전거 정책 중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는가?
자전거 자체는 일반인들부터 편하게 타야한다. 말 그대로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와야 되는데 자전거 전용도로가 주로 인도와 붙어 있다 보니 종종 인도에 주차 된 차나 인도, 자전거 도로 구분 없이 통행하는 시민들도 있으니까 자전거 이용자는 힘들다. 거기에 사고 나면 자전거가 100% 책임이다. 법적으로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아니고 생각이 없는 정책이다. 누구랑 상의해서 만든 건지 모르겠다. 하루 빨리 자전거 전문가가 많이 나와서 자전거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

Q.궁극적 목표는?
돈은 둘째다. 총대 맨 셈인데 결정적으로 자전거 메신저가 할 수 있는 일이 충분함을 알리고 앞으로 활성화 될 메신저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마이너스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 좋은 물류 배송시스템을 왜 이용 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나 혼자서는 절대 안 된다. 좋은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정부에서 도와줘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이해해주시고 동참 해주셔야 한다.
자전거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나이, 변국종 바이클쿠리어 대표를 보면서 두 번 놀랐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도구인 자전거를 이용해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과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자전거 체계와 인프라가 형편없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거는 모든 기업과 정부 기관, 각 가정에서 자전거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에 대해 더욱 궁금하다면 그의 카페(http://cafe.naver.com/biclecourier)를 참고해보라.

이창환 객원기자 chaldemoong@daum.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