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만들어져 15년째 명맥을 유지하며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대, 최고의 자동차연합회가 있다. 매 해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대회 개최, 자작자동차 대회를 운영하며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겨울의 추위마저 녹이고 있는 아크(AARK)의 이율 회장을 만나봤다.

AARK?
Association of Automobile Research inter-univ in Korea의 약자로 2010년 현재 전국 15개 대학교가 활동 중이며 미니 포뮬러 250cc/600cc 자작자동차대회 개최(연 1회), 학술자료집 발간 및 아크 학술세미나(연 3회), 국제대회 참가 팀 정보교류, 자동차관련 행사 및 학술대회 참가 등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동차를 공부하는 연합회다.
국내 포뮬러 250/600대회는 2000년대 들어 국내 자작자동차 팀들이 미국 대회(FSAE)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그 대회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미국규정집을 국내 사정에 맞게 바꿔 놓았고 출전 팀은 이 규정에 맞춰야 된다. 설계, 비용, 안전, 세일즈, 디자인 등의 정적평가 후에 가속력, 선회력, 기동력, 내구력 의 동적평가를 하며 동적평가는 안전 검차를 반드시 통과해야 참가할 수 있다. 참가 대수가 많지 않고 포뮬러 특성상 빠르고 위험하기에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굉장히 세밀하게 검사를 하고 사소한 규정위반이라도 통과가 안 되면 3~4번씩 검사를 한다. 안전검차에는 규정점검, 제동력 검사, 소음테스트, 전복안전성 검사 등 4가지를 만족해야 경기에 참가 가능하다.
처녀 출전한 팀은 이런 깐깐한 규정에 걸려 방학 내내 수고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 이를 갈면서 돌아간다고 한다. 잘하는 팀은 아예 주축 인원 한 두명이 휴학까지 불사하며 차에만 매달릴 정도로 열정이 뛰어나 아크 대회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크 대회는 규모는 작지만 학술적으로 가장 확립 되어있다고 자부합니다. 잘 만들어진 자동차만 가져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디자인)보고서, 안전보고서, 비용보고서 등 제작한 차량을 판매한다고 가정하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학술적인 부분에서 마케팅, 판매전략 비용책정 까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크가 개최하는 대회는 자동차 만드는 과정과 결과를 모든 회원들 앞에서 평가받고 자료를 공개하여 서로 도와가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학술교류의 장이다. 일반 자동차대회처럼 기록단축과, 우승에만 초점을 둔 대회가 아니라 자동차를 공부하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세계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 거두기도.
국내에서는 국민대 팀(KORA)이 세계대회에 매년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 팀들이 처음엔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임했지만 국민대팀이 작년과 올해 모두 10위, 충북대 팀이 두 번째 출전 만에 26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의 여러 팀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대회는 누구나 나갈 순 있지만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돈과 시간이다. 미국 대회에 나가려면 참가비, 항공비의 상당부분을 자가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며 차를 미국으로 보낼 때도 비행기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크다. 이렇게 참가비,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차량 제작비보다도 그 비용이 많아지기도 한다. 여기에 가볍고 튼튼한 부품을 만들기 위한 욕심을 아끼지 않는다면 보통 수입 최고급스포츠카 한 대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현실적으로 이정도 돈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팀은 많지 않다.

돈만큼 많이 들어가는 것이 시간이다. 대회마다 다르지만(미국, 영국, 일본 등) 어느 대회이건 초여름부터 초가을에 주로 개최된다. 차량설계와 제작, 테스트, 문제점 수정, 차량배송 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팀원 모두가 1년, 혹은 2년동안 밤낮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학과수업까지 따라가며 이렇게 무보수로, 아니 자기 돈을 들여가며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한한 열정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 하다.
“대회 출전 시 대기업에서 도와주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참여가 가능한데 꼭 도와주는 회사는 어려운 회사들이 도와줘요. 금호 타이어에서 매년 타이어를 무료로 지원해주시고 미국 대회에 나갈 차량에는 전용 슬릭 타이어까지도 따로 제작해주세요. 감사할 따름이죠. 이처럼 지원이 늘어나 미국이나 영국, 일본까지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그런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 커다란 장벽인 ‘돈’ 문제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자동차공학도들의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텐데...” 이율회장의 눈에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크는 자동차 업계 인맥의 산실
현재의 아크 멤버들은 초창기 아크 선배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동차 업계 현직에 계신 선배님들이 심사위원을 맡아주심으로써 공정한 대회를 만들어 주시고 부족한 팀에게는 쓴 소리와 격려도 아끼지 않고 해 주셔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신다. 이렇게 연결된 선후배 관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취업 후 까지도 연결이 된다. 아크 운영진도 전국에 걸쳐 있지만 소모임으로 연결되어 있어 연대감이 무척 좋다.
이처럼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아크에 참여한다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대학생활보다 분명 다양한 경험을 더 할 수 있어요. 차를 만드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그걸 뛰어 넘어 전국 단위의 대회를 개최하는 경험과 원활한 대회 유치를 위해 각 부품회사와 지자체를 돌며 후원을 받으며 인맥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해결이 힘든 문제들도 많지만, 타 학교의 자료들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진짜 좋습니다. 혹시나 학교에 자동차 동아리가 없다면 소개를 통해 어느 팀에서라도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언제든 환영합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대학생들의 자작자동차 대회에 신입사원들을 대회에 참가 시켜 공학적 프로세스를 배우게 하고 후원을 해주며 능력 있는 대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채용까지 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강국의 뿌리 깊은 이유가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을 절감 한다. 국내 업계에도 이런 분위기가 하루 빨리 형성되길 바라본다.
이창환 객원기자 chaldemoong@daum.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