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은 남자만 보나요?
전광판에 보이는 마크 웨버 선수를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외국인 남성이 내게 한국여자들도 F1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대한 나의 답변이었다.
꿈에 그리던 F1 경기장을 찾은 내가 하루 종일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받았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상당한 외국인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남성이었기에 이러한 질문이 한국인에 어린 여성으로 보이는 내가 새롭게 느껴졌으리라 생각된다.
한 다큐프로그램의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아직 자동차라는 소재가 여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들이 많아서 인거 같지만 F1을 즐기는데 있어서 남자 여자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어린 여대생이 즐기는 F1은 더 매력적이었다. 남자들이 말하는 모터스포츠의 꽃이 레이싱걸이라면 내가 찾은 꽃은 멋진 드라이버들이었다. 750마력의 괴물머신을 이끄는 드라이버들의 모습을 TV속이 아닌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새로움은 잊을 수 없다. 주인을 닮아서 인지 현장에서 본 머신들 또 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았다가는 사라져버리는 머신에게 집중 또 집중!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머신을 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야한다. 내가 앉아있는 코스를 지나는 머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이전 코스를 지날 때부터 들려오는 광음에 귀를 기울이고 기다릴 때의 두근거림. 머신의 속도만큼 내 심장도 빠르게 뛰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중요하고 요즘 말하는 인증샷. F1을 본다는 즐거움에 들떠 V자를 그려가며 많은 이들 앞에서 혼자 사진을 찍어도 귀여운 여성 팬이라고 웃어주고 친절하게 사진까지 찍어주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던 외국인 친구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귀여운 F1 여성 팬과의 추억을 남기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한국 F1 홍도대사가 된 순간 이었다. 아마도 내가 어린 여성 팬이었기에 관심을 받았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간 혹 TV 중계로 보던 경기속 머신들은 장난감으로 연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로 F1은 나와는 먼 나라이야기 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먼 나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던 꿈의 F1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서연 객원기자 via0110@nate.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