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 9월 그는 레스토랑이나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식용 제빙기를 파리에서 발명해 특허를 얻는다. 이 특허 때문에 돈이 쏟아져 들어와 루돌프는 곧 발명가의 명성과 함께 젊은 백만장자로 파리 사교계의 스타가 된다.
6척 장신의 건장한 체구와 미남에다가 유창한 불어, 독어, 영어, 그리고 영국 신사의 매너와 해박한 음악지식은 파리 사교계의 여인들을 매혹시키고도 남았다.
한때는 미국인 이혼녀와 사랑에 빠져 미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할 뻔도 했다. 이때 만약 천지들의 적극적인 만류가 없었더라면 디젤엔진을 발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녀와 헤어진 후 울적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무도회에서 푸른눈과 금발의 독일미녀 마사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음악과 그림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만날 때마다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등 끈질기게 사랑을 고백한 끝에 마사와 드디어 결혼하게 된다.

안정을 얻은 루돌프는 계획했던 암모니아 가스엔진 연구에 몰두한다. 그러나 7년 동안의 긴 연구도 보람없이 돈만 날리고 실패한다. 이 때문에 파리가 싫어져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베를린으로 이사한다.
그는 어릴 때 과학실에서 본 고압 불씨통을 상기하고 그 원리를 이용해 공기를 강하게 압축시켜 얻은 열로서 연료를 점화시키는 새로운 엔진연구에 몰두한다.
당시 벤츠나 다임러가 발명한 가솔린엔진 자동차는 엔진의 실린더내에서 엔진 외부로 열관을 설치하고 그 끝에다가 버너를 장치해 점화하기 때문에 불이 나기 쉽고 냄새가 지독해 이험한 엔진이었다. 루돌프는 이런 불나기 쉬운 가솔린엔진을 대신할 수 있는 엔진으로 적합한 것이 바로 공기압축점화식 열 엔진이라고 믿고 연구에 온 정열을 쏟는다.
연구 4년 만인 1894년 2월 드디어 엔진의 실린더 내에서 공기를 강제로 압축시켜 얻은 높은 열에 의하여 연료를 점화 폭발시키는 ‘열 엔진’을 발명한다.

이 엔진이 발명되었을 때는 경유가 없어 밀가루처럼 부드럽게 만든 석탄가루를 연료로 사용했으나 거듭한 실패 끝에 결국 휘발유보다 안전한 등유를 사용해 성공한다.
엔진을 만들어 놓고 적당한 이름이 없어 ‘열 엔진’, ‘고압 엔진’또는 ‘검은 여왕’이라고 불렀으나 어느 날 아내 마사가 남편이 이름 때문에 고심하는 것을 보고, “당신이 발명했으니 이왕이면 당신 성을 따서 디젤엔진이라고 부르면 이때요?”이 말을 듣는 순간 그는 “ 거 괜찮군”하고는 무릎을 쳤다.
곧 전 유럽과 미국의 산업계에 디젤엔진의 소문이 퍼졌다. 간결하고 높은 열효율의 디젤엔진은 곧 광산, 공장, 선박, 기차, 건설장비, 농기구용 엔진으로 날개 돋친 듯 제작권이 팔려 나가 루돌프는 또 한번 억만장자가 된다. 이 때가 40세였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