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허니문 카의 효시가 된 이정옥의 최고급 `뷰익`택시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허니문 카의 효시가 된 이정옥의 최고급 `뷰익`택시

발행일 2011-01-18 16:15:16 전영선 소장

“여보, 프랑스 영사가 당신을 좀 만나자고 전화 왔었오”
“네 프랑스 영사가, 왜요?”
“글쎄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구. 비서가 그러는데 나쁜 일은 아니니까 속히 좀 들어오랍디다.당신이 유명하니까 아마 연애 좀 하자는 것이 아닐까, 허허허….”
“어머, 당신두 별 농담을 다 하세요.”

인텔리 조선여성 이정옥씨가 서울 신문로에 여자로서 택시회사를 처음 개업하자 특히 서울 장안 상류층 한량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 이 여사는 잠시라도 핸들에서 손을 땔 수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빴다.

▲ 1934년 황해도 백천온천 자가용들

돈 많은 미곡상, 포목상, 자전거포 주인 그리고 고관대작들이 요정에서 여자 운전수 대령하라는 성화에 불려 다니는 자동차영업이었지만 몇 달 안가 월부로 구입한 차 두 대 값의 나머지 잔액 5천원을 전부 갚을 만큼 호황이었다.

개업한 이듬해 봄, 어느 날 프랑스 영사가 찾는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찾아간 이정옥 여사에게 영사는 비서를 통해, “어서 오십시오 이 여사. 다름 아니라 내가 중국 신경으로 전출을 가는데 차를 가져가기 힘들어 팔고 가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이 여사께서 내 차를 사 주셨으면 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자동차를 저한테 파시겠다구요. 저 아니라도 영사님의 자동차를 살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렇습니다만 이 여사께서는 서울장안에서, 아니 조선에서 고매하신 여류인사인데다가 자동차영업을 하시고 있기 때문에 내 차를 이 여사께 양도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영사님께서 소인을 극찬하시니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보아하니 매우 고급차 같은데 너무 비싸면 곤란합니다.”
“아닙니다. 산지가 얼마 안 되는 비싼 차이지만 헐값으로 드리겠습니다.”

영사의 자가용은 8기통 엔진에 앞 뒤 네 개의 유압 브레이크가 달린 미국 GM사의 ‘뷰익’차였는데 조선 땅에서는 볼 수 없던 최신 고급형 차였다.

▲ 1937년 이정옥여사와 자녀

그때까지 서울 장안에 있는 차는 아무리 최고급차라도 4기통 엔진에 두 개의 기계식 브레이크를 달고 있었다. 그야말로 처음 보는 최신형 차이고 더구나 헐값에 준다는 바람에 이 여사는 얼른 차를 인수했다.

이 최신형 뷰익의 소문이 금세 신문을 통해 장안에 퍼져 나가자 이상하게도 이 차는 결혼식장의 허니문 카로 불러 다니기 시작했다.

“정자씨, 결혼식 끝나면 신혼여행 어디로 가고 싶소?”
“어머나! 신혼여행까지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민규씨가 가자는 대로 갈 거예요.”
“그럼 황해도 백천 온천이 어떻소? 아버님이 가시끼리(대절)택시 한 대까지 대절해 주신다니까 한번 기분 내봅시다.”
“민구씨, 정말 멋지세요, 이왕이면 요새 장안에서 소문난 대양택시의 여자운전수가 운전한다는 뷰익차 대절해요.”
“그거 좋소, 얼마나 고급차인가 한 번 타 봅시다. 여자가 운전하는 가시끼리 타고 신혼여행을 간다! 또 한번 신문에 나겠구먼.”

이정옥씨는 이때부터 프랑스 영사의 고급차를 몰고 백천 온천이나 온양온천으로 달리는 신혼여행자동차영업하기에 바빴다. 여자 운전수라서 고된 직업이었지만 수입이 좋아 참고 열심히 달렸다. 신혼부부를 태우고 신혼 여행지를 한번 다녀오는데 100원 차비에 하루 밤을 현지에서 지체할 경우 숙식비까지 계산해 주었다.

당시 대학출신 관리 월급이 70~80원 정도 할 때였으니 수입은 그만이었다. 이렇게 하여 이정옥여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허니문카를 유행시켰다.

여자 운전수라는 호기심 때문에 남자손님들이 추근데기 일쑤여서 옆자리에는 조수를 태우고 다니며 농을 걸면 팔꿈치로 조수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대꾸하도록 했다. 그래서 여자가 너무 쌀쌀하고 콧대가 세다는 핀잔도 종종 받았다고 한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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