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의 '현대차 연비 과장' 스캔들, 원인이 황당해

[기자수첩] 미국의 '현대차 연비 과장' 스캔들, 원인이 황당해

발행일 2012-11-05 14:44:49 김한용 기자

미국서 현대차그룹의 '연비 과장 스캔들'이 벌어져 관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주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황망하게 물어왔다. 현대차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미국에 연간 자동차 100만대를 판매하는 대기업인데, 미국 소비자 전체를 상대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했다는건 믿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 거짓말을 한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스캔들의 원인은 뭘까. 이 글은 그때 했던 대답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자동차 연비는 정부가 시험하는게 아니라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 테스트해서 정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연비 측정 또한 실제 주행을 한다거나, 대단히 정밀한 기계에 차를 넣고 하는게 아니다. 우선 커다란 구름바퀴(다이나모) 위에 차를 올려놓고 운전자가 정해진 방식대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에 따라 차량 후미 머플러에 연결한 호스에 배기가스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같이 치뤄지는 연비 측정은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이 값에 실제 주행연비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실제 주행을 통해 주행저항(Resistance levels)을 산출해내고 이를 적용해 연비를 감소(Coastdown)시킨다. 주행저항에는 공기저항, 타이어 구름저항, 파워트레인 저항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번 연비 측정은 미국 HMA에서 했지만, 연비를 조정하는 '주행저항'의 측정은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했다는 것이다. 주행 저항 측정은 미국공업협회인 SAE규정(J2263)을 근거로 한 문서를 따랐다. 문제는 이 규정이 그리 정밀하지 않다는데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허점은 노면의 종류다. 문서에 따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표면에서 테스트한다'고 적혀 있다.

 

▲ 미국 EPA가 배포한 테스트 방법에 대한 문서(ETA-HTP01)의 일부. 표면은 콘크리트 혹은 아스팔트에서 테스트 하라고 적혀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주행저항 측정을 남양 연구소 주행 시험시설 아스팔트 도로에서 했지만 미국 EPA는 그점을 문제삼았다. 여기서 '아스팔트'는 아무곳에나 있는 아스팔트가 아니라 '미국의 아스팔트'로 해석했어야 한다는 것이 EPA의 지적이다. 미국의 평균적인 아스팔트는 한국에 비해 훨씬 거칠어 구름저항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평균 아스팔트 노면으로 다시 테스트 한 결과 평균 3% 가량의 연비 하락이 있었고 이번의 스캔들이 일어난 것이다. 

 

굳이 한국의 연구소에서 테스트한 것이 '꼼수'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현대차 입장에서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아스팔트'여야 한다는 것은 공식 문서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 미국 정부를 상대로 논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현대차는 연구소 책임자에 인사조치를 취하고, 전 일간지 등에 사과 광고를 게재하고, 소비자들에게 기름값 차액에 해당하는 기프트카드, 다음번 자동차 구입시 15%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EPA도 현대차의 주장 또한 현대차의 연비 측정이 정해진 테스트 방법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인정하고 있어서 조정을 명령했을 뿐, '고의성'이나 '처벌'을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EPA가 내놓은 이번 조치는 '고발'이 아니라 '연비 조정'이다. 

 

◆ 왜 EPA는 현대차만 조사했을까

 

사실 대다수 소비자들은 공인 연비를 볼 때 각 제조사가 최고의 노력으로 거둬낸 수치라 생각하기 마련이지, 일반인들 운전하듯 대충 측정해서 나온 수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면 이 부분의 꼼수를 충분히 짚어낼 수 있다. 

 

문제는 왜 EPA가 현대차를 조사하게 됐는가에 맞춰봐야 한다. 사실 EPA가 현대차의 연비를 조사 하는 것은 사실 2년 전부터 예견 된 일이다. 미국 컨슈머 워치독이라는 소비자 단체는 지난 2년간 현대 아반떼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등 한국 일본의 수입차 연비가 광고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문제 삼아왔다.

 

▲ 컨슈머 워치독 홈페이지.

혼다도 올해 초까지 버티다가 두손을 들었다.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나쁘다면 그만큼의 기름값을 제공하겠다며 20만대에 200억원의 보상을 했다. 

 

컨슈머워치독은 혼다 사건 이후 더 공세 수위를 높여  EPA에 공문을 보내고 현대차를 소송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컨슈머워치독은 비록 소비자단체지만, 미국인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 GM차를 구입하는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식의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는 극우 성향단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 판매되는 차 10대 중 한대가 현대기아차일 정도다. 이같이 빠른 성장을 할때면 반드시 성장통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이겨내려면 '1등 지상주의'의 허세를 벗고 성실하게 품질로 승부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자동차가 가장 뛰어나다는, 마치 샴페인을 터뜨리는 듯한 광고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는 MC퓨라(MCPURA)를 11일 공개했다. MC퓨라는 MC20의 부분변경으로 외관 디자인이 소폭 변경됐으며, 다양한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다. 실내는 신형 스티어링 휠과 알칸타라 소재 확대 적용으로 고급감이 향상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MC퓨라는 마세라티 슈퍼카 MC20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MC는 마세라티의 레이싱 프로그램의 약자이며, 'PURA'는 이탈리아어로 '순수함'을 의미한다. 마세라티는 MC퓨라의 생산량을 제한적으로 유지할 계획으로 올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는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와 고광택 블랙 익스테리어 패키지 등 스포티하면서도 고급감이 강조됐으며,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ADAS 등 다양한 옵션이 기본 탑재됐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과 고성능 사양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것이 특징이다. 블랙 에디션은 블랙 컬러 외에도 셰이드 카테고리에서 외관 컬러 선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는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새로운 RS 미드나잇 에디션과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으며, 온스타를 통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개선됐다. 가격은 2155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세부 가격은 LS 2155만원, 레드라인 2565만원, 액티브 2793만원, RS 2851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최신 컬러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액티브에 모카치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는 보레알(Boreal)을 10일 공개했다. 보레알은 르노의 차세대 소형 SUV로 전면부에 독특한 시그니처 라이팅이 탑재되는 등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실내에는 르노 최신 레이아웃인 OpenR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르노는 2023년부터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 외 지역에 맞춤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가 도입한 그랑 콜레오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레알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세대 소형 SUV로 라틴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자동차는 10일 '2025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아이오닉 6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6 N은 롤링랩에서 얻은 차량 데이터, 현대차의 첨단 전동화 기술이 결합돼 주행성능을 끌어올린 차량으로 트랙 주행과 일상 주행 모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고성능 전동화 모델이다. 현대 N은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통해 즐거운 주행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 3대 성능 철학인 코너링 악동(Corner Rascal), 레이스트랙 주행능력(Racetrack Capability), 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볼보 신형 XC90 B6를 시승했다. 신형 XC90은 부분변경 모델로,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크고 선명해진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UX, 스마트폰 무선충전 위치 변화가 특징이다. 특히 실내 정숙성 향상을 위해 방음재를 보강하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인 것이 주목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90 클러스터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신형 XC90과 S90은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트림을 조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가 신형 스타게이저(Stargazer) 티저를 8일 공개했다. 신형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 스타게이저의 부분변경으로 전면부와 후면부에 현대차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H' 램프가 구현됐으며, 루프랙 등이 적용됐다. 6승과 7인승으로 운영된다. 이달 중 공개된다. 스타게이저는 지난 2022년 공개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전용 모델이다. 열대 기후와 다양한 도로 지형에 최적화된 설계를 제공한다.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으로 현대차 인도네시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루시드는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이 '한 번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이라는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독일 뮌헨을 재충전 없이 주행했으며, 주행거리로는 1205km에 달한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시작해 독일 뮌헨까지 1205km의 여정을 재충전 없이 한 번에 주행, '1회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 부문에서 기네스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가 유로 NCAP (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다. 폴스타 4는 성인 탑승자 보호 부문에서 92%, 어린이 탑승자 보호 85%를 받는 등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은 1997년부터 차량 안전 테스트 결과를 인증하며, 충돌 보호 성능이 우수하고 첨단 사고 예방 기술이 탑재된 차량에만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부여한다. 폴스타 4는 측면 충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