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458 이탈리아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어느덧 페라리를 대표하는 차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페라리 마니아들은 458 이탈리아를 ‘정통 페라리’가 아닌 ‘리틀 페라리’로 분류한다. 진정한 페라리는 V12 엔진이 장착돼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안젤모-페라리(Enzo Anselmo Ferrari)도 작은 엔진이 장착된 페라리를 반기지 않았다. 포르쉐 911에 대항하기 위해 배기량을 낮춘 모델이 필요했지만 성능을 낮춘 모델은 최고를 추구하는 페라리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페라리 최초로 V6 엔진이 장착된 스포츠카는 1965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결국 엔초는 이 차를 생산하게 됐고 ‘디노 206 GT’라고 이름 붙였다.
◆ 디노의 탄생 비화, “정말 아들을 기리기 위해 이름 지었을까?”
‘디노(Dino)’는 페라리의 첫째 아들인 알프레도-페라리(Alfredo Ferrari)의 애칭이다. 페라리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알프레도를 '작은 알프레도'라는 의미에서 알프레디노(Alfredino)라 불렀기 때문이다.
엔초는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꼈다. 심지어 디노가 태어나자 레이싱 드라이버도 그만뒀다. 그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기계 공학과 경제학을 공부시켰고 어엿한 페라리의 엔지니어로 만들었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고 결국 1956년, 24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다. 알프레도는 당시 페라리 경주용차에 장착될 V6·V8 엔진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엔초는 알프레도를 기리기 위해 V6·V8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디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로맨틱하게 포장된 역사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의견은 이렇다. 고집과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했던 엔초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소형 스포츠카를 내놓았지만 이 차를 페라리로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페라리 대신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디노 브랜드를 만들었다. 엔초는 이 차에 페라리의 엠블럼도 달지 않았다.
당시 페라리는 디노를 “페라리와 가장 가까운 차”라고 설명할 뿐이었다. 알프레도가 죽은 지 10년 후에 그를 기린 차를 내놓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 페라리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 잡은 디노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 디노 206 GT에는 2.0리터 V6 엔진이 장착됐다. 그래서 이름에 206이 붙는다. 5단 변속기가 적용됐고 초기 206 GT는 최고출력 160마력의 성능을 발휘했다. 엔진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고 후기 모델은 180마력까지 성능이 높아졌다.
디노 206 GT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페라리의 대표적인 차량을 디자인했던 세르지오-피닌파리나와 레오나르도-피오라반티가 디자인을 맡았다. 이 차의 생산은 페라리 공장의 건너편에 있는 카로체리아(장인 업체)인 스카글리에티에서 맡았다.

디노 206 GT가 출시되기 전까지 모든 페라리는 V12 엔진을 사용했다. 하지만 디노 206 GT를 비롯한 후속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1976년부터 페라리는 디노 브랜드를 진정한 페라리로 받아들이며 페라리의 엠블럼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후 V6와 V8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이 '리틀 페라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다.
엔초는 리틀 페라리를 꺼렸지만 디노의 후계자들은 현재 페라리를 대표하는 모델로 기억된다. 만약 엔초가 끝까지 정통성만을 고집했다면 페라리 308, F40, 348, F355, F430, 458 이탈리아 등과 같은 페라리의 명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