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랙스…진정 참신한 초소형 SUV

[시승기] 쉐보레 트랙스…진정 참신한 초소형 SUV

발행일 2013-02-24 23:54:46 김한용 기자

한번 생각해보자. 이 세상 사람들이 단 한가지 옷, 예를 들어 파란 정장만 입는다면 어떨까. 옷을 고르는 불편함이야 사라지겠지만, 윗집 아랫집 이웃 사촌에 사돈 팔촌까지 남녀 모두 같은 모양 같은 크기 정장을 입고 다녀도 좋을까. 스키장을 갈때나 골프장을 갈때는 물론, 거리에도 모두들 똑같이 파란 옷을 입은 사람만 득실득실한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까.

▲ 쉐보레 트랙스 2대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티비리포트 임재범 기자

그런데 이상하게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이게 용인될 뿐 아니라 오히려 권장된다. 집에 애가 있든, 레저를 즐기든, 나이가 몇이든, 주변 사람이 같은 것을 가졌든 무조건 '현대차' 게다가 '세단'을 사는게 정답이라는 식이다.

이 끔찍하게 단조로운 한국 자동차 시장에 한줄기 빛이 될 만한 차가 나왔다. 바로 쉐보레 트랙스다.

쉐보레 트랙스는 그 전까지 한국에서 나온 적이 없는 독특한 자동차다. SUV의 형태를 띄고 있는 소형 자동차. 유럽이나 일본에선 간혹 이같은 구성이 눈에 띄지만 우리는 그동안 왜 이런 차를 안내놨나 싶을 정도로 반갑다.

외관을 보면 작고 아담하다. 배기량도 1.4리터에 불과해 SUV를 끌고 갈 수 있을지 갸우뚱한다. 하지만 차를 몰아보면 생각이 바뀐다.

우선 실내공간. 운전석 머리공간이 꽤 넓고 뒷좌석 무릎공간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있으나 마나일 줄 알았던 트렁크도 그런대로 쓸만하다. 좌우 공간은 몰라도 앞뒤 공간은 이 정도면 괜찮은 차다.

▲ 뒷좌석과 조수석 시트를 폴딩하면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왼편), 스페어 타이어 가운데는 서브우퍼를 장착하는 등 공간활용과 오디오 성능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휠베이스가 짧으면 실내 공간이 좁다는 상식은 같은 세단끼리 비교할 때나 통하는 것이다. 시트가 세워질수록 더 넓은 공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같은 길이지만 기아 레이가 모닝보다 훨씬 넓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랙스 또한 SUV의 디자인 요소들을 갖고 있으니 전고가 높아졌고 좌석의 형상도 달라졌기 때문에 좀 더 넓은 공간이 생겼다.

다음은 출력.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어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기자는 "단숨에 시속 180km의 속도까지 뽑았다"고 자랑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시속 130km까지 달리는데 그리 스트레스 받지 않는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적어도 시내에서 주행하면서 답답하다 하는 일은 없겠다.

▲ 쉐보레 트랙스의 실내 /사진=TV리포트 임재범 기자

사실 1.4리터 터보 엔진은 그리 강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전 MPI엔진으로 생각하면 1.8리터 엔진 정도의 힘이다. 1.8리터 엔진이 중형차를 끌기엔 부족했을지 몰라도 이 준중형급 무게를 가진 차체는 마음대로 다루고도 남는다.

6단 자동기어가 장착됐는데 연비를 높이기 위해선지 기어를 자꾸만 높은 단으로 올려버려 재미를 좀 감소시킨다. 달리는 재미를 위해서라면 기어노브에 있는 메뉴얼 스위치를 직접 조작하는게 낫다.

다음은 주행성능. 주행성능은 이 차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SUV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시트포지션이 꽤 높고 시야가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행성능은 소형차처럼 핸들이 예민하고 민첩한데다 높이를 감안하면 코너에서의 기울어짐도 극소화 돼 있다.

이같은 소형차에 SUV를 입히는 구성은 피아트에서 주로 하던 것인데 피아트 팬더(Fiat Panda)가 바로 이런 형태로 '유럽 올해의 차'가 되기도 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 최근의 미니 컨트리맨이나 피아트 500L도 4륜구동 옵션을 지닌 미니 SUV라 할 수 있다.

▲ 메뉴얼 버튼이 장착된 트랙스의 기어노브(왼편)와 그리 불편하지 않은 뒷좌석 공간/사진=티비리포트 임재범 기자

다음은 용도. 이 차를 몰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생길 듯 하다. 이 차는 기본적으로 레저를 목표로 한 차다. 220볼트의 가정용 전원과 호환되는 콘센트가 내장됐을 뿐 아니라 2열 시트는 앞으로 완전히 풀플랫 폴딩이 된다. 폴딩이 된다고 해서 다 같은게 아니고 이처럼 방석부위를 앞으로 떼내고(혹은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폴딩되는게 바람직한 폴딩 방식이라고 하겠다. 어느 정도 험로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도 중요한 특징이니 소형차 중에는 레저용으로 이만한 차가 없다.

▲ 쉐보레 트랙스가 제주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서 있다./사진=티비리포트 임재범 기자

이 차는 이처럼 혁신적이고 독특한 패키징을 갖췄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4륜구동 옵션과 디젤모델이 제공되지 않는다. 안타까운건 제품도 있고, 기술적으로도 내놓을 수도 있는데도 '한국시장에선 안팔릴것'이란 지레짐작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당초 이 차는 '미니 컨트리맨'처럼 작은 SUV였지만, 이 두가지가 제외되면서 SUV라고 자처하기 낯간지럽게 됐다. "원래 4륜구동인데 내가 사정상 2륜구동을 선택했다"면 몰라도 "처음부터 2륜구동 밖에 없다"면 누가 이 차를 SUV라고 이해 해줄 수 있을까. 얼마나 팔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차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옵션인데 이걸 뺀다는건 도무지 말이 안된다. 당초 이 차의 경쟁모델은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까지 노릴 수 있었는데, 이 옵션의 부재로 경쟁모델은 쏘울이나 i30로 내려오게 된 셈이다.

▲ 뒤편에서 살펴본 쉐보레 트랙스의 근육질 차체/사진=티비리포트 임재범기자

가장 중요한 '2000만원 이하의 판매 가격'은 이 차에서 장점이었지만 재앙이 되고말았다. 무리하게 사전 계약을 받는 영업사원들을 통해 이 차 가격이 1700만원대가 될 것이라는 낭설이 떠돌았고, 소비자들의 기대는 커질대로 커져 있었다. 이어 정작 1940~2280만원이라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소비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 헤프닝이 당분간은 이 차 판매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말할 때가 됐다. 사실 실내외를 면밀하게 관찰해보면 이 차에 쓰인 소재는 그리 비싼 것들이 아닌데도 꽤 멋진 디자인을 해냈다.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과감한 제품을 설계해 우수한 패키징으로 내놓다니 한국GM 임직원들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본사에서 지시했을 선택사양이나 가격 결정은 정말 난해하다. 우리가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파는 옵션대로 한국에 팔게 해달라는게 그리 들어주기 힘든 것이었을까. GM이 한국에 차를 팔 생각이 없다는게 이제는 분명해 보인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는 MC퓨라(MCPURA)를 11일 공개했다. MC퓨라는 MC20의 부분변경으로 외관 디자인이 소폭 변경됐으며, 다양한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다. 실내는 신형 스티어링 휠과 알칸타라 소재 확대 적용으로 고급감이 향상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MC퓨라는 마세라티 슈퍼카 MC20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MC는 마세라티의 레이싱 프로그램의 약자이며, 'PURA'는 이탈리아어로 '순수함'을 의미한다. 마세라티는 MC퓨라의 생산량을 제한적으로 유지할 계획으로 올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는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와 고광택 블랙 익스테리어 패키지 등 스포티하면서도 고급감이 강조됐으며,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ADAS 등 다양한 옵션이 기본 탑재됐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과 고성능 사양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것이 특징이다. 블랙 에디션은 블랙 컬러 외에도 셰이드 카테고리에서 외관 컬러 선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는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새로운 RS 미드나잇 에디션과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으며, 온스타를 통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개선됐다. 가격은 2155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세부 가격은 LS 2155만원, 레드라인 2565만원, 액티브 2793만원, RS 2851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최신 컬러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액티브에 모카치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는 보레알(Boreal)을 10일 공개했다. 보레알은 르노의 차세대 소형 SUV로 전면부에 독특한 시그니처 라이팅이 탑재되는 등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실내에는 르노 최신 레이아웃인 OpenR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르노는 2023년부터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 외 지역에 맞춤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가 도입한 그랑 콜레오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레알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세대 소형 SUV로 라틴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자동차는 10일 '2025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아이오닉 6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6 N은 롤링랩에서 얻은 차량 데이터, 현대차의 첨단 전동화 기술이 결합돼 주행성능을 끌어올린 차량으로 트랙 주행과 일상 주행 모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고성능 전동화 모델이다. 현대 N은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통해 즐거운 주행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 3대 성능 철학인 코너링 악동(Corner Rascal), 레이스트랙 주행능력(Racetrack Capability), 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볼보 신형 XC90 B6를 시승했다. 신형 XC90은 부분변경 모델로,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크고 선명해진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UX, 스마트폰 무선충전 위치 변화가 특징이다. 특히 실내 정숙성 향상을 위해 방음재를 보강하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인 것이 주목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90 클러스터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신형 XC90과 S90은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트림을 조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가 신형 스타게이저(Stargazer) 티저를 8일 공개했다. 신형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 스타게이저의 부분변경으로 전면부와 후면부에 현대차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H' 램프가 구현됐으며, 루프랙 등이 적용됐다. 6승과 7인승으로 운영된다. 이달 중 공개된다. 스타게이저는 지난 2022년 공개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전용 모델이다. 열대 기후와 다양한 도로 지형에 최적화된 설계를 제공한다.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으로 현대차 인도네시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루시드는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이 '한 번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이라는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독일 뮌헨을 재충전 없이 주행했으며, 주행거리로는 1205km에 달한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시작해 독일 뮌헨까지 1205km의 여정을 재충전 없이 한 번에 주행, '1회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 부문에서 기네스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가 유로 NCAP (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다. 폴스타 4는 성인 탑승자 보호 부문에서 92%, 어린이 탑승자 보호 85%를 받는 등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은 1997년부터 차량 안전 테스트 결과를 인증하며, 충돌 보호 성능이 우수하고 첨단 사고 예방 기술이 탑재된 차량에만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부여한다. 폴스타 4는 측면 충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