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영화를 타고] <7> 전설적인 올드카

[자동차는 영화를 타고] <7> 전설적인 올드카

-영화 이니셜D(Initial D, 2005) : 도요타 스프린터 트레노

발행일 2010-09-28 12:08:44 김상영 기자

안개가 자욱한 새벽, 굉음을 내며 자동차 한 대가 꼬불꼬불한 산속 도로를 질주한다. 오래된 흰색의 자동차는 급격한 코너의 연속인 산 속 도로를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트렁크에 두부까지 실은 상태로 말이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고 마는 두부는 아무런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프로레이서가 생활고를 못 이겨 두부 배달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것일까?

▲ 대략 이정도의 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산길

위 이야기는 바로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자동차 만화 ‘이니셜D’의 극장판 첫 장면이다. 자동차 매니아 혹은 일본 만화 매니아들에게 ‘이니셜D’는 신적인 작품이다. 일본 내에서만 4,600만부가 팔렸으며, 여러 차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전설적인 레이서를 아버지로 둔 주인공은 매일 새벽 험한 산길을 뚫고 두부 배달을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아마추어 레이서의 차량을 앞지르게 되고, 이 소문이 퍼져 프로 레이서들까지 그에게 도전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참 단순한 내용이다. 많이 자동차 혹은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이 주인공은 잘나가다가 시련을 격지만, 결국 그 시련마저 이겨내고 승리한다는 기본적인 내용의 전개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니셜D’를 열광하게 만든 것인가?

▲ 일본 작품이지만 홍콩에서 제작하고 홍콩 최고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니셜D’를 열광케 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주인공의 자동차이다. ‘이니셜D’의 자동차는 일명 ‘AE86’ 이라 불리는 ‘도요타 스프린터 트레노(TOYOTA SPRINTER TURENO)’이다. 1983~1986년까지 생산된 차량으로 1,589cc DOHC 16밸브 4기통 엔진, 최대출력 130마력의 후륜구동(FR) 쿠페이다. 연식을 보나 외관상으로 보나 딱 옛날 차다. 좋게 말하면 올드카이고 나쁘게 말하면 똥차라고 감히 표현을 해본다. 그런데 이 차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국내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무지하게 잘나간다. 도저히 차들이 쫓아오질 못한다. 한참을 신나게 가고 있는데 뒤에서 웬 차 한 대가 맹렬히 쫓아온다. 순식간에 그 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앞지른다. 멍하니 그 차의 뒷모습을 본다. 그 차는 포니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 상황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충분하다.

▲ 당대 최고의 일본의 스포츠카, MAZDA RX-7 과 LANCER EVOLUTION

자동차를 고속주행에 맞게 튜닝하면 세상에 빠르지 않은 차가 어디 있나 할 수도 있겠다. ‘이니셜D’를 열광케 하는 두 번째 포인트는 산길이다.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미 많이 있다. 하지만 험한 산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레이싱을 하는 드리프트 레이싱 영화는 흔치 않다. 원작자는 ‘이니셜D’의 ‘D’는 ‘Drift’를 지칭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드리프트란 무엇인가? 드리프트라 함은 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이용하는 레이싱 테크닉이다.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코너 진입시 진선 구간에서의 속도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연속적인 코너를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드리프트는 핸들 조작과 브레이크, 액셀의 타이밍으로 미끄러지는 차체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테크닉이다. 일반인이 무작정 했다간 차가 급회전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일단 드리프트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차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그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니셜D’ 에서는 가벼운 차체와 후륜구동방식의 ‘AE86’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차를 과도하게 튜닝해서 오래된 차를 좋게 만든 것이 핵심이 아니라 오래된 차이지만, 그 것의 장점을 잘 끄집어낸 것이 ‘이니셜D’를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 도요타 스프린터 트레노 일명 'AE86'

2010년 초반, 자동차 업계의 빅뉴스는 도요타 리콜 사태가 아닐까 싶다. 전 세계에서 천만대 가량이 리콜 됐다. 이것은 2009년 미국 시장에서 팔린 차량대수와 비슷한 수치이다. 원가 절감과 생산량 확대만 급급한 결과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AE86’도 어떻게 보면 원가 절감, 공장의 체제 변화 시점에 나온 차량이다. 후륜구동(FR)을 고집하던 도요타에서 전륜구동(FF) 체제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후륜구동(FR)의 공장 시스템을 그냥 방치해두기 아까워서 만든 차량이 ‘AE86’ 이기 때문이다. 반면, ‘AE86’은 출시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에서는 전용샵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고차는 매물이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다. 만화나 영화의 인기도 탓도 있겠지만,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월등한 성능은 아니더라도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자동차의 기본조건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기에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GMC 아카디아 국내 출시 예고, 팰리세이드 정조준

GMC 아카디아 국내 출시 예고, 팰리세이드 정조준

GMC 신형 아카디아(Acadia)가 국내 투입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GMC는 최근 신형 아카디아의 인증을 완료,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신형 아카디아는 쉐보레 트래버스의 형제차로 외관 및 실내의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GMC는 프리미엄 픽업트럭 및 SUV 전문 브랜드로 한국 시장 런칭 이후 시에라 단일 모델만 판매해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 4월 탑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한국GMC 국내 라인업 확장을 고려하고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327~9780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327~9780

기아는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편의사양을 강화해 고급감을 높이고 신규 트림 운영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운영된다. 가격은 6327만원부터다.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 가격은 3.5 가솔린 9인승 노블레스 6327만원, 시그니처 6667만원, 7인승 시그니처 6891만원, 4인승 시그니처 9330만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9인승 노블레스 6782만원, 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신형 볼트 EV 선공개, LFP 배터리 탑재..세련된 외관

쉐보레 신형 볼트 EV 선공개, LFP 배터리 탑재..세련된 외관

쉐보레 신형 볼트 EV가 선공개됐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GMAuthority에 게재된 신형 볼트 EV는 부분변경으로 기존 볼트 EUV를 기반으로 한다. 신형 볼트 EV는 세련된 전면부 디자인을 특징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가 예정됐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다. 볼트 EV는 지난 2017년 첫 출시 이후 2023년 생산 중단과 함께 미국, 한국 등에서 순차적으로 단종됐다. 쉐보레는 소형 전기차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확인, 신형 볼트 EV의 올해 말 생산 및 출시를 확정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를 시승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적당한 크기와 실내공간, 상품성에 하이브리드를 통한 경제성까지 더해져 국민 SUV로 자리매김 했다. 매년 꾸준히 오르는 가격으로 인해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5천만원 미만에서 구입 가능한 최적의 선택지다. 기아 쏘렌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현행 모델은 4세대 쏘렌토 부분변경(MQ4 PE) 모델로 2023년 8월 출시됐다. 전후면 램프류 디자인을 변경하고, ccNC와 OTA, 파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9인승을 시승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정숙성을 함께 만족하는 모델로,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좋아 카니발 디젤의 단종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SUV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대형 SUV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인승 이동시 편의성은 독보적이다. 기아는 카니발 부분변경(KA4 PE)을 지난 2023년 11월, 하이브리드는 12월 출시했다. 사전계약에서 90%의 고객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며, 출고 대기가 1년을 넘어서기도 했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 G90 쿠페 양산되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

제네시스가 G90 쿠페, 엑스 그란쿠페 콘셉트(X Gran coupe concept)의 실차 이미지와 영상을 추가로 공개해 주목된다. 이탈리아 동부 마르케 지역에서 촬영된 이번 콘텐츠를 통해 엑스 그란 쿠페가 단순히 목업 차량이 아닌, 실제로 구동계가 탑재된 실차임을 보여줘, 양산 가능성을 높였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시 예고한 6개 모델 라인업에 '니어 럭셔리 스포츠 쿠페'를 포함하는 등 쿠페형 모델 출시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이후 2016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 신형 실피 공개, 과감한 전면부 디자인..아반떼급 세단

닛산은 신형 실피(SYLPHY) 외관 디자인을 12일 공개했다. 신형 실피는 부분변경으로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풀사이즈 LED 라이트바와 독특하게 디자인된 주간주행등 등 과감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신형 실피는 내년 중국에 출시되며, 미국에서는 센트라로 판매된다. 실피는 닛산의 준중형 세단이다. 신형 실피는 4세대 부분변경으로 2026년 1분기 중국 시장에 투입된다. 실피는 미국에서 센트라로 판매되는데,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아 K4, 혼다 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AMG E53 에스테이트, 미국서 가장 저렴한 퍼포먼스 왜건

메르세데스-AMG는 12일 AMG E53 에스테이트(Estate) 가격을 미국서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총 출력 612마력을 발휘하며,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다. E53 에스테이트는 신형 E클래스 에스테이트의 고성능 버전이다. 국내에는 E53 세단이 출시됐는데, 에스테이트 출시는 미정이다. E53 에스테이트의 미국 가격은 9만4500달러(약 1억3000만원)로 BMW M5 투어링, 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 랜드크루저 랠리 에디션 공개, 오프로드 스포츠카

토요타는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Rally Raid Edition)을 11일 공개했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튜닝된 전용 서스펜션과 전용 휠 등을 탑재해 오프로드 성능이 강화됐다.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랜드크루저 팀이 다카르 랠리 양산차 부문에서 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스페셜 모델이다. 랜드크루저 GR 스포츠 랠리 에디션은 일본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