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철도 기관사 딸이 평양 여자운전사 1호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철도 기관사 딸이 평양 여자운전사 1호

발행일 2010-10-26 11:54:31 전영선 소장

1920년의 일이다. 평양에도 자동차영업바람이 1913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하여 평양역을 중심으로 대절 택시 업체와 인근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업체 등 도합 11군데나 생겨나 손님 쟁탈전이 날이 갈수록 심할 때 홍일점 여자 운전수가 나타나서 평양 성내를 온통 발칵 뒤집어 놓았다.

▲ 1920년 평양역앞 자동차

뿌리 깊은 남존여비의 봉건사상과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고루한 관습이 풍미하던 시대에 남성 전유물로 인정받던 자동차운전을 여성이, 그것도 꽃다운 연약한 처녀가 용감히 뛰어들어 억센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핸들을 잡는다니 커다란 흥미꺼리가 아닐 수 없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네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망국의 풍조라 한탄했지만, 떠꺼머리총각들은 그게 아니었다. 자유연애란 꿈도 못 꾸던 시절 한 처녀의 용감한 사회진출, 그것도 시대를 앞서가던 멋쟁이 운전수로 평양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확실히 흥미와 인기의 초점이 되고도 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 출신인 방년 23세의 이경화양. ⌜이종하군이 경영하는 평양자동차상회는 지난 9월 1일부터 개업하여 평양시민에게 대단한 교통상 편익을 주는 바, 근일 여자 운전수를 채용하였는데, 여자운전수의 성명은 이경화이니 인천 화평리 출생으로 여자공립보통학교와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자동차강습소를 졸업한 방년 23세의 묘령인바 평양의 여자운전수로는 이경화양이 효시가 된다더라. 1920. 9. 동아일보⌟ 신문도 놓칠세라 이렇게 톱기사로 떠들었으니 이양의 인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 1921년 운전중인 이정화양

평양 갑부인 이 모씨의 아들인 이종하 역시 한창 유행하던 신식사업인 자동차운수업을 하고 싶어 아버지를 졸라 평양역 인근에 평양자동차상회라는 대절 겸 승합차회사를 세우고 우선 자동차 4대로 영업을 개시하려 했으나 운전수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경의선 열차 기관사인 일본인 스미모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운전수 구인난을 당하고 있다는 사정을 듣고는 자동차학원을 막 졸업한 이경화양을 소개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스미모도는 경의선 기관사로 전근되기 전에는 경인선 열차를 운전했는데, 이때 이경화의 아버지인 이순명씨가 그의 보조기관사로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 잘 안다는 것이며, 마침 이씨의 딸인 경화양이 경성자동차강습소를 조만간에 졸업할 예정이라서 이씨에게 말만 잘 하면 경화양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운전수인 전주출생의 최인선과 2호인 원산 출생 문수산에 이어 세 번째 한국 여자 운전수였다. 그녀가 학원을 졸업할 때 사실은 서울의 택시업자들이 서로 모셔가려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어 서울을 마다하고 평양으로 온 것이 그녀를 평양 최고의 인기 스타로 만든 것이다.

평양에 온 이경화는 이종하의 회사에서 처음에는 대절택시 운전을 하다가 그녀의 인기에 상류층 한량들이 줄을 이어 예약하리만큼 손님은 많았으나 별의 별 놀림과 치근덕거림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일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돈 많은 젊은 한량들이 요정으로 타고 가서는 같이 술자리를 강요하는 일이 많아 약 반년 간 대절 택시를 몰다가 평양~진남포(남포)간을 운행하는 정기 노선버스 운전수로 자리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그녀의 인기는 식지 않아 남정네들의 놀림은 덜 받았으나 평양역에 내리는 진남포행 승객마다 이양의 버스를 서로 타려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평양자동차의 이종하사장은 이경화 때문에 개업부터 번창하였고, 이종하 역시 미혼이라 두 사람 사이에는 남모를 사랑이 싹터 결국 이양이 취업 1년 반 만에 두 사람은 결혼을 했으나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후 첫 아이를 놀 때까지 운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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