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철도의 부속물이 아닌 순수한 자동차교통이 철도를 대신한 곳은 경춘 간이다. 다른 지방은 20년대 중반을 넘어서자 대게가 철로와 연결됐지만 강원도 내륙인 춘천지역만은 총독부에서 철로를 놓아줄 생각을 안했다. 원래 춘천에는 1916년 우리나라 두 번째로 자동차판매회사를 서울 소공동에서 열었던 미국인 건축설계사 테일러가 1917년 봄부터 승합차영업을 처음으로 시작했으나 길이 좁고 험해서 정기적으로 운행하지 않고 승객이 차면 가는 일종의 합승 택시였다.

강원도 행정부는 원주에 있었으나 1898년 춘천으로 옮기면서 도청소제지가 됐다. 이후 서울과의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1914년 경원선이 개통되자 강원도 관민이 이구동성으로 철도국에 경춘 간에도 철도를 놓아 달라고 꾸준히 요청했으나 산악지대인데다가 물동량과 내왕 객이 적어 경제적 가치가 적다는 이유로 철도 부설을 1927년까지 미루었다.
철도부설이 허사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철도자동차라도 놓아달라고 졸라댔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된 철도국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철도부설보다 자동차길을 닦아 버스를 투입해 주는 것이 경제적이라 판단하고 도로 개축비와 버스 구입비로 15만원의 예산을 청구했으나 역시 총독부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철도국에서 철도 대신 자동차교통을 개통하여 강원도민의 열망에 부응코저 1928년도 예산에 신규사업으로 소요경비 15만원을 계상한 바, 철도국의 계획으로는 경춘간 미개수구간 50리의 도로개량을 완성하여 15인승 대형 버스 7, 8대와 화물자동차 2, 3대를 구입하여 매일 6, 7회를 상호간에 운행시키려 하였으나,---. 매일신보⌟ 이것마저 수포로 돌아가자 강원도민 자력으로 자동차교통을 개설하기 위해 기성회와 번영회를 조직하여 적극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강원도비와 도민의 부역으로 경춘간 도로개축을 강원도민이 책임지는 대신 철도국에서는 마침 함경선 개통으로 밀려난 3대의 철도버스를 투입해 주는 것으로 해결 났다. 이렇게 하여 1928년 9월 15인승 두 대, 20인승 한 대 등 도합 3대의 버스가 민족의 손으로 닦은 경춘간 국도 위를 하루 3회씩 운행하면서 처음으로 경춘간에 정기노선 버스가 등장했다. 경춘선 철도는 10년 후인 1938년 사설철도로 개통됐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