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일제시대 택시와 요정은 찰떡궁합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일제시대 택시와 요정은 찰떡궁합

발행일 2010-12-28 15:56:43 전영선 소장

20년대의 택시들은 미국의 포드 T형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유는 차 값이 제일 싼데다가 튼튼하고 정비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1920년 포드T형 한 대에 3천원 전후였을 때 고급차인 미제 뷰익이나 시보레는 6천원을, 최고급인 컨닝험이나 캐딜락은 1만원을 넘게 주어야 살 수 있었다. 이때 서울에서 쌀 한가마니에 26원 정도 할 때였으니 포드 차의 경우 120가마니를 내다 팔아야 살 수 있었다.

포드T형이 이렇게 샀던 것은 헨리 포드가 1913년부터 컨베어 식 대량생산 방식을 세계자동차산업 역사상 처음 도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드는 1910년대 초부터 일본에 판매대리점을 두었고, 1918년부터는 조선에도 대리점을 두어 차 구입하기가 쉬웠고, 우리나라의 험한 도로사정에 안성맞춤이라 영업용 차량으로는 포드가 주종을 이루었다.

▲ 1920년대중엽 서울청진동골목

이 시절의 포드차를 시동을 걸때는 자동 시동기가 없어 스타팅이라는 꼬부라진 긴 쇠막대기를 엔진 앞에 꽂아 힘껏 몇 바퀴 잡아 돌려야 시동이 걸렸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은 지금처럼 차 마루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핸들 가운데 레버식으로 달려 있어 손으로 조종하도록 되어 있었다. 차가 한창 신나게 달릴 때는 핸들 돌리랴 엑셀러레이터 레버 조작하랴 기어 변속하랴 정말 운전수 손이 춤을 추듯 바뻤다.

이 시절 이 나라 수도인 경성(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그야말로 사회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최고 인기직종으로 특히 요정의 달러박스였다. 그래서 20년대 서울의 일류 요정은 물론 기녀들과 택시 기사들 사이에는 비늘에 실 가듯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안녕하십니까요! 나까무라 사조상(사장님). 아주 사업이 번창하십니다요.”
“오이 리상 운전수, 웬일이노 운전이노 해서 돈 빨리빨리 벌어 하지 않고 아슬렁 어슬렁이노 나 찾아?”
“어이구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요. 돈 버는데 신경만 쓰시니까 몸 상하지요. 거 예쁜 아가씨 활짝 피는 요정에라도 종종 들려 머리도 식히고 재미도 보시면서 돈 벌어야 젊어지고 건강하지요. 돈 그렇게 많이 벌어 죽을 때 싸가지고 가실겁니까요?”
“와 이렇게 나를 또 약이노 올려 하나. 어디 내 마음이노 잡아당기는 삼삼한 아가씨라도 있어 하나.”
“암이요.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요. 요 얼마 전에 저 청진동골 회락정에 삼삼하고 나긋나긋한 예쁜 아가씨 하나가 새로 들어 왔습니다요. 사조상, 내 다꾸시 타고 가서 한번 보시면 오유월 엿가락 녹듯 할겁니다요. 어떻습니까, 몸 한번 풀어보시지요!”
“어허 리상 나를 또 꼬시는 당신이노 입 못 당한다. 그래 지난번처럼 바가지 몽땅 씌울라고?”

▲ 1920년대후반 요정앞의 택시

이렇게 돈 많은 부자들을 요정으로 유인하는 안내역할을 택시운전수들이 톡톡히 담당해 장안 요정들은 택시기사들을 식사 대접했다. 어느 요정의 요리가 맛이 그만이고 어느 기생이 양귀비처럼 예쁘다며 특히 한국인 택시기사들은 일본 부자들을 유혹해 그 요정으로 안내해서는 바가지를 톡톡히 씌워 요정이나 기녀들의 수입을 올려 주기 때문이다.

“여봐라 향월아, 버선발로 낼름 나와 어서 사조상 모시지 못하겠느냐. 오늘은 저 종로통 자전거 팔이 때 부자 나까무라 사조상이 향월이 너를 보러 오셨다.”
“호호호, 사조상, 어서 오시와요. 이 회락정 마담은 눍었다고 팽개치고 발 뚝 끊더니, 저 향월이 소문은 어떻게 듣고 다시 왕림하시나요. 예 향월아 니 새 낭군 오셨다. 어서 안으로 모셔라.”
“예 언니,--- 어서 오십시요. 향월이라 하옵니다. 소녀 인사 받으셔요. 사조상”
“어, 정말이노 삼삼하고 이쁘므니다. 리상 말 맞다. 나 나까무라 기분 좋아 좋아.”

이 시절에는 손님을 모시고 요정엘 가면 택시기사도 손님과 함께 주석을 같이하는 풍습이 있었다. 밤새도록 주연을 즐기며 부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기녀들에게 팁을 듬뿍 안겨주도록 만드는 기사들의 멋에 심심찮게 기녀와 기사들은 로맨스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새벽녘에 주연이 끝나면 2차로 주객과 기녀를 태우고 드라이빙 하는 것이 이 시절 요정의 풍류였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 MC퓨라 공개, MC20 후속..621마력 슈퍼카

마세라티는 MC퓨라(MCPURA)를 11일 공개했다. MC퓨라는 MC20의 부분변경으로 외관 디자인이 소폭 변경됐으며, 다양한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다. 실내는 신형 스티어링 휠과 알칸타라 소재 확대 적용으로 고급감이 향상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MC퓨라는 마세라티 슈퍼카 MC20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MC는 마세라티의 레이싱 프로그램의 약자이며, 'PURA'는 이탈리아어로 '순수함'을 의미한다. 마세라티는 MC퓨라의 생산량을 제한적으로 유지할 계획으로 올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 카이엔 블랙 에디션 공개, 블랙으로 고급감 '업'

포르쉐는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을 11일 공개했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와 고광택 블랙 익스테리어 패키지 등 스포티하면서도 고급감이 강조됐으며,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ADAS 등 다양한 옵션이 기본 탑재됐다. 카이엔 및 타이칸 블랙 에디션은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과 고성능 사양을 바탕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것이 특징이다. 블랙 에디션은 블랙 컬러 외에도 셰이드 카테고리에서 외관 컬러 선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 트랙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2155~2851만원

쉐보레는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새로운 RS 미드나잇 에디션과 신규 외관 컬러가 도입됐으며, 온스타를 통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개선됐다. 가격은 2155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세부 가격은 LS 2155만원, 레드라인 2565만원, 액티브 2793만원, RS 2851만원이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최신 컬러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액티브에 모카치

뉴스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 보레알 공개, 셀토스보다 큰 소형 SUV

르노는 보레알(Boreal)을 10일 공개했다. 보레알은 르노의 차세대 소형 SUV로 전면부에 독특한 시그니처 라이팅이 탑재되는 등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실내에는 르노 최신 레이아웃인 OpenR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르노는 2023년부터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 외 지역에 맞춤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가 도입한 그랑 콜레오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레알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세대 소형 SUV로 라틴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차 '아이오닉6N' 공개, 650마력 전기 스포츠카

현대자동차는 10일 '2025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아이오닉 6 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6 N은 롤링랩에서 얻은 차량 데이터, 현대차의 첨단 전동화 기술이 결합돼 주행성능을 끌어올린 차량으로 트랙 주행과 일상 주행 모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고성능 전동화 모델이다. 현대 N은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통해 즐거운 주행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 3대 성능 철학인 코너링 악동(Corner Rascal), 레이스트랙 주행능력(Racetrack Capability), 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시승기] 볼보 신형 XC90, 정숙성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 적용

볼보 신형 XC90 B6를 시승했다. 신형 XC90은 부분변경 모델로,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크고 선명해진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UX, 스마트폰 무선충전 위치 변화가 특징이다. 특히 실내 정숙성 향상을 위해 방음재를 보강하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인 것이 주목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90 클러스터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신형 XC90과 S90은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트림을 조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 스타게이저 티저 공개, 대형 'H' 램프 탑재

현대차가 신형 스타게이저(Stargazer) 티저를 8일 공개했다. 신형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 스타게이저의 부분변경으로 전면부와 후면부에 현대차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H' 램프가 구현됐으며, 루프랙 등이 적용됐다. 6승과 7인승으로 운영된다. 이달 중 공개된다. 스타게이저는 지난 2022년 공개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전용 모델이다. 열대 기후와 다양한 도로 지형에 최적화된 설계를 제공한다. 스타게이저는 소형 미니밴으로 현대차 인도네시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전기차로 얼마나 갈 수 있나? 루시드 에어 1205km..기네스 신기록

루시드는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이 '한 번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이라는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독일 뮌헨을 재충전 없이 주행했으며, 주행거리로는 1205km에 달한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시작해 독일 뮌헨까지 1205km의 여정을 재충전 없이 한 번에 주행, '1회 충전으로 전기차 최장거리 주행' 부문에서 기네스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 유로 NCAP 안전평가 최고 안전 등급 획득

폴스타 4가 유로 NCAP (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했다. 폴스타 4는 성인 탑승자 보호 부문에서 92%, 어린이 탑승자 보호 85%를 받는 등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은 1997년부터 차량 안전 테스트 결과를 인증하며, 충돌 보호 성능이 우수하고 첨단 사고 예방 기술이 탑재된 차량에만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부여한다. 폴스타 4는 측면 충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