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어, 운전수양반 이것이 무슨 소리요?.“
“요금계산기가 넘어가는 소립니다요.”
“요금계산기라니, 내가 내릴 곳을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돈을 계산한다는 거요?”
“예, 맞습니다요. 돈은 내손으로 받아도 손님이 내실 돈은 이제부터 내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요놈의 기계가 계산합니다요.”
“이 기계가 계산을 한다? 아니 사람도 아닌데 기계가 저 혼자서 돈 셈하는 재주라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오?”
“그게 아니라, 설명 드리기 좀 힘이 듭니다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손님이 타고 1마장(3.2km)을 가면 이 기계가 2원 나왔다고 숫자로 표시 합니다요. 보십시오.”
“아니, 언제부터 이렇게 됐소. 어저도 탔는데 서울 장안 어디를 가도 3원만 내면 되지 않았소.”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손님 편하고 운전수 편하라고 이 돈 셈하는 기계를 차에 전부 달아 놓았습니다. 아 손님께서 돈 더 냈다느니 나는 덜 받았다느니 입씨름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요.”
“뭐요. 그렇다면 따져 봅시다. 내갈 길을 반도 안가서 2원 내놓으라고 계산을 하다니 이런 법이 천지에 어딨어, 순 날강도 같으니라구.”
“손님 말조심하십시오, 이것은 우리 회사가 정한 것이니 가서 따지시라구요.”
“그러면 1마장 더 가면 2원이 또 나온다는 이야기 아니야. 그렇게 되면 4원이 아닌가. 이게 날강도 아니고 무엇이야.”
“흥분하지 마시유. 처음 1마장에 2원 나오면 다음부터는 1리 정도 가야 50전이 더 나오고 이렇게 해서 앞으로 계속 1리마다 50전씩 더 가산이 된다는 이야기유.”
“뭐야, 그러면 반 조금 더 와서 2원 50전이면 내가 내릴 때는 6원이 나오겠구먼. 어느 놈이 이 엉터리 같은 수작을 하는거야. 차 세우라구. 돈 아까워 안 타겠어, 누굴 바가지 씌우려구 그래, 네 이놈의 택시 다시 타나 봐라.”

1926년 9월 경성 역 건너편에 있던 아사히(朝日)택시에서는 처음으로 요금계산기를 들여와 가시끼리(대절)차 전부에 달아 놓고 거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요금을 계산하여 받도록 했다.
이것은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 받던 요금 때문에 수시로 일어나는 승객의 시비를 막기 위해서였으나 실시 처음부터 아니나 다를까, 거센 반발을 사고 말았다.
이 최초의 택시미터기는 2마일(3.2km)에 대한 기본거리 요금을 2원 받도록 되어 있었고, 추가 요금은 매 0.5마일(8백m)당 50전씩 가산하도록 미국식 계산방법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 땅에는 계산기를 단 진짜 택시가 등장했다. 이전의 택시는 미터기가 없던 택시여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택시가 아니라 대절자동차(콜택시)였다. 아사히택시는 손님 편리하고 회사는 수입이 더 오를 줄 알고 미터기를 차에 달았으나 그전보다 요금이 더 나오는 바람에 한번 당한 손님들은 아사히 택시를 피해 미터기 없는 택시만 골라 타게 되자 수입이 계속 떨어져 한 4개월 하다가 팽개치고 말았다.
시간이 없어 바쁜 김에 아사히택시를 잡아탄 손님은 미터기가 '찰각'할 때마다 돈 올라가는 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내려 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하면, 미터기 6원거리를 타놓고서는 3원내고 도망치는 바람에 추격전까지 벌이던 미터기 수난시대를 처음에는 겪어야 했다.
전영선 소장 kacime@kornet.net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