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유승호 주연의 스릴러영화 ‘블라인드’가 누적 관객수 135만명을 기록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시각장애인이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개봉한지 2주가 지났지만 꾸준하게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푸조의 308모델이 연쇄살인범의 차로 등장한다. 주인공 수아(김하늘)는 이 차를 모범택시로 착각하고 탔다가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연루된다. 하지만 수아는 시각장애인이라 자신이 어떤 차를 탔는지 알 수가 없고, 또 다른 목격자인 기섭(유승호)은 단지 수입차인 것만 알뿐 정확한 차종을 모른다.
영화 제작진은 영화 속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차량을 두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시각을 잃은 대신 청각·후각·촉각 등이 발달한 주인공이 모범택시로 착각할 정도의 넓고 고급스러워야 하고, 대중적이지는 않아야 하며 해치백이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기 때문이다.

국내서 판매되는 해치백들을 살펴보면 폭스바겐 골프는 직물시트인 모델이 대부분이고 실내 공간이 넓다지만 모범택시라고 착각할 수준은 아니다. 또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 실격이다. 볼보의 C30은 3도어여서 안되겠고, 현대차 벨로스터는 뒷좌석이 일반택시에 비해서도 좁으니 곤란하다. 이래저래 푸조 308은 영화 속에서 필요한 여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차다.
결국 영화 제작진은 주연격인 차를 푸조 308로 결정 내리고 푸조 딜러 및 수입원에 차량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푸조 측은 이미지 악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꼭 이 차가 필요했기 때문에 차량을 직접 구입해 촬영에 임했다고 알려졌다.
푸조 관계사들은 스릴러 영화로 인한 이미지 악화를 걱정했겠지만 실제로 308을 보고 공포감을 느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화를 본 지인들에게 308의 물어보니 대체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지인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푸조의 정확한 명칭을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각인됐다”면서 “영화 속에서 계속 언급되니 오히려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후, 한불모터스는 신형 308을 출시했다. 영화의 흥행과 신형 308 출시 시점이 매우 절묘하다. 신형 308은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인 ‘플로팅 스타일’이 적용돼 영화에 등장하는 모델보다 훨씬 세련되고 역동적이다. 영화를 본 후, 푸조 308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람이면 신형 308을 보고 ‘이렇게 근사한 차였어?’라고 감탄할 수준이다.

신형 308은 해치백과 왜건 등 2가지 모델로 판매되며 1.6리터 HDi 디젤 엔진이 장착돼 리터당 22.6km의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해치백은 3190만원, 왜건은 3390만원에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