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자발표회 중 가장 뜨거웠던 곳은 현대차 부스였다. 사실 독일 모터쇼에서 이같은 광경이 펼쳐지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에 직접 목격하고도 믿겨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6번 부스에서 행사를 치뤘다. 6번 부스는 걸어서 도달하기 어렵지 않아 비교적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페라리, 마세라티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이 들어있는 곳이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현대차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행사가 시작 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수백명의 관객이 들어올 수 있는 부스에는 수천명의 관객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에어컨의 허용 용량을 훌쩍 넘어 전시장이 말그대로 찜통으로 변했다. 기자들과 경쟁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들고있던 자료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참아냈다. 그러면서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스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광경이 이색적이었다. 너무 많이 몰려든 인파는 현대차 부스를 넘어 인근 부스까지 덩달아 마비 시켰다. 같은 건물안에는 페라리, 마세라티, 짚, 알파로메오 등이 있었다.
기아차 부스도 만만치 않았다. 기아차 부스는 3.1관, 즉 3관의 2층이어서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다. 에스컬레이터를 두번 타고 올라가야 하는 이곳 역시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기아차는 피터슈라이어가 내놓은 리오3도어와 기아GT를 세계최초로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차는 역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신형 i30이었다. 차가 등장하는 순간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i30은 한국보다 유럽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모델로 폭스바겐 등 유럽의 대중 브랜드들을 긴장하게 만들만한 차였다. 실제 다음날 현대차 부스에는 폭스바겐 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이 방문해 차량의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히 살펴보고 엔지니어에게 질의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내놓은 기아GT는 4인승 스포츠카로 유럽인들이 꿈꾸는 차량을 그대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간 비현실적인 디자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피터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약간만 수정하면 양산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끈 차량은 프라이드(현지명 리오)와 모닝(현지명 피칸토)였다.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과 민감한 디자인 감각이 동원돼 꼼꼼하게 만들어진 실내외와 디자인이 유럽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시대 흐름을 읽고 있는 탁월한 파워트레인의 조합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 유럽이 주목하고 있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
물론 독일인들의 높은 콧대로 인해 한국차 핸들링 감각이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차량의 실내 디자인에 대해선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질감이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저렴해 보인다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아직도 무뚝뚝하고 선을 단순화 시킨 디자인을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현대기아차는 마침내 유럽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브랜드가 됐다. GM 유럽법인장 닉라일리도 기자회견에서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현대차는 3.5%,기아차는 2.4%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으며 현대 · 기아차는 지난달 판매대수에서 BMW그룹(4만8869대)에 이어 7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그룹(3만9592대)보다는 크게 앞섰다.
유럽 시장은 특정 기업이 대다수를 점유하는 시장이 아니다. 점유율 1위는 20만296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14.6%)이 차지했고 프랑스 PSA그룹(9만3217대)과 르노그룹(7만933대)이 2,3위에 올라 있다.
올초 4%대였던 점유율이 5.9%까지 올라선 것은 유럽 기준으로 보면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다. 특히 유럽 외 국가에서 내놓은 차가 시장을 이렇게까지 점유한다는 것에 대해 유럽인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