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F1 타이틀 스폰서의 위엄

[inside F1] F1 타이틀 스폰서의 위엄

발행일 2013-11-20 16:37:49 윤재수 칼럼리스트
일반적인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팀의 운영은 관중 수입과 소유주(구단)의 투자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F1을 비롯한 대부분의 모터스포츠의 경우 관중 수입은 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른바 탑 클래스로 분류되는 모터스포츠의 경우에는 어지간한 초대형 기업이 아닌 경우 소유주의 재력만으로 팀을 운영할 수도 없다. F1 팀을 운영하기 위한 조건은 더욱 가혹하다. 초대형 기업을 배경에 두지 않은 팀들은 배당금이나 다른 부대 수입만으로는 팀을 운영할 수 없고, 최소한의 팀 운영만 목표로 하더라도 초대형 기업의 스폰서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바꿔 말해서 F1만큼 스폰서의 역할이 중요한 스포츠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많은 F1 팀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관계 없이 가장 큰 스폰서의 로고와 이미지에 따라 레이스카의 도장, 즉 리버리를 디자인하는 스폰서십 리버리를 사용하는 것도 대형 스폰서가 그들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최초로 스폰서십 리버리를 도입한 1968 시즌의 로터스 49B
 
하지만, F1에 타이틀 스폰서와 스폰서십 리버리가 보편화된 것은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그랑프리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팀들은 ‘내셔널 컬러’를 사용했다. 그랑프리는 한 국가의 기술력과 명예를 걸고 대결하는 국가대항전의 형식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내셔널 컬러의 사용은 당연한 전통이 었다. 이태리는 어느 팀을 막론하고 빨간색 도장을 사용했고, 프랑스는 파란색, 영국은 초록색, 독일은 흰색을 내셔널 컬러로 사용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1968년 로터스가 처음으로 스폰서십 리버리를 선보였다. 가장 큰 후원자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리버리가 내셔널 컬러를 대신한 첫 번째 시도였다. 1968년 ‘골드 리프’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량 도장에 사용하고 팀원들의 의상과 드라이버의 오버럴에 타이틀 스폰서의 로고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골드 리프 로터스가 등장하고 몇 년 사이 팀의 공식 명칭에 타이틀 스폰서의 이름을 내세우고 차량에 스폰서십 리버리를 사용하는 방식은 F1 팀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 팀은 달랐지만 같은 스폰서 패치를 붙인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
 
F1 팀의 타이틀 스폰서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것은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브랜드였다. 1970년대 유럽 시장 진출에 나선 말보로 브랜드는 부족한 지명도를 확보하기 위해 F1 스폰서십을 선택했고, 1972년 BRM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F1과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말보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맥라렌과의 스폰서십 체결이었다. 1974년 말보로의 이름으로 F1에 참가한 맥라렌의 공식 팀 명칭은 ‘말보로 팀 텍사코’였고, 팀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맥라렌‘이라는 이름은 공식 명칭에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1974 시즌 맥라렌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말보로 팀’의 명성은 치솟았다. 특히 말보로의 F1 스폰서십을 이끈 존 호건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1975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니키 라우다의 개인 스폰서 역시 말보로였고, 존 호건의 적극 추천으로 맥라렌으로 이적한 제임스 헌트가 1976 시즌 극적인 승부 끝에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면서 ‘말보로’는 연거푸 챔피언의 스폰서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리고 이처럼 강력해진 타이틀 스폰서의 힘을 바탕으로 존 호건은 새로운 변화를 F1에 몰고 왔다.
 
 
▲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을 풍미한 말보로 맥라렌
 
1970년대 후반 맥라렌의 성적이 하락할 무렵 필립모리스가 후원하는 F2 ‘프로젝트 4’ 팀이 맥라렌과 합병되고, 기존에 맥라렌의 수장이었던 테디 메이어가 물러나는 대신 ‘프로젝트 4’의 론 데니스가 맥라렌을 이끌게 됐다. 필립모리스를 대표하는 실무 책임자였던 존 호건과 타이틀 스폰서의 뜻에 따라 F1 명문 팀이 근본부터 재구성되었다. ‘막강한 영향력‘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타이틀 스폰서의 지배력이 분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1981 시즌을 맞아 맥라렌이 새롭게 내놓은 레이스카의 이름은 ‘MP4’였다. (이 이름은 나중에 MP4/1으로 바뀌게 된다. ) 바로 ‘말보로 프로젝트 4’의 머릿 글자를 딴 이름이었다. 이전까지 맥라렌의 레이스 카 이름은 맥라렌의 머릿 글자 ‘M‘만을 이용했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맥라렌과 말보로의 동행은 1990년대 중반 필립모리스가 페라리를 새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막을 내린다. 하지만, 타이틀 스폰서가 바뀐 뒤에도 맥라렌은 레이스카의 이름에 그대로 MP4를 붙이고 있으며, 덕분에 말보로 프로젝트4의 역사는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 리드불의 스폰서십 리버리를 사용한 2001년의 자우버 C20
 
물론 타이틀 스폰서가 F1 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F1의 무대 중앙에 진출한 예는 말보로의 경우 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자우버의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한 레드불의 경우가 그렇다. 레드불은 스위스 기반의 중소형 독립팀인 자우버와 1995년부터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때로는 페트로나스 등이 함께 스폰서십 리버리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2004년까지 10년 동안 레드불은 꾸준히 자우버의 얼굴로 활동했다.
 
2005년 레드불은 자우버와 결별했다. 타이틀 스폰서도 좋지만 직접 팀을 만들어 승부하고 싶다는 오너의 의지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후 레드불은 네 시즌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타이틀 스폰서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레드불은 결국 다섯 시즌만에 경쟁력 있는 레이스 카를 얻는데 성공했고, 여섯 시즌째인 2010 시즌에는 결국 챔피언의 자리에까지 오를수 있었다. 2013년부터 레드불은 인피니티를 타이틀 스폰서로 맞이해 이전과는 반대의 입장에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타이틀 스폰서는 단순히 홍보 효과를 회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F1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스포츠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스폰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투자와 F1 팀에 대한 개입을 통해 타이틀 스폰서가 되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F1 팀의 타이틀 스폰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다음 칼럼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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