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F1 생존을 위한 몸부림

[inside F1] F1 생존을 위한 몸부림

발행일 2013-12-11 17:33:39 윤재수 칼럼리스트
지난 주 진행된 FIA 연례 총회는 국내 관계자들로부터 유례 없는 관심을 받았다. 총회의 일부였던 국제 모터스포츠 평의회에서 결정되는 내용 중 코리아 그랑프리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코리아 그랑프리는 2014 캘린더에서 빠지면서 많은 국내 F1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고, 평소에는 단문 기사조차 잘 다루지 않던 국내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FIA 연례 총회와 이어진 F1 관련 결정 사항들을 들여다보면 정작 FIA나 F1의 주체인 FOM 등은 우리나라의 사정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매년 매출이 성장하는 가운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전 세계 수 억 명의 확고부동한 고정 팬을 거느린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F1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F1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 F1 월드 챔피언십과 대회를 주관하는 FIA의 깃발
 
F1의 생존 위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돈 문제다. 매년 매출이 상승하고 팀 배당금도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독립 팀들의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 F1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다. 강 팀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훨씬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 것은 물론, 팬들의 인기가 집중되는 동시에 다양한 대형 스폰서를 거느린다. 약 팀들은 반대의 현상을 겪는다. 투자가 부족한 만큼 성적이 나빠 배당금 규모도 작고, 팬들의 외면과 함께 스폰서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 된다. 대다수의 강 팀들이 거대 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것도 마치 대기업 계열 회사가 중소기업들에 비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F1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팀 운영비를 제한하기 위해 이미 자발적인 ‘비용 제한 협정’을 해법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레드불 등의 주도 아래 비용 제한 협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협정을 주도했던 팀들의 모임 FOTA의 영향력만 추락했다. 결국 시장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FIA가 칼을 빼 들었다. 2015년부터 자율 협정이 아닌 FIA 주도의 강제 규정으로 F1 팀의 운영비가 제한된다. 일종의 규제가F1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피하고 싶었던 해법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F1팀들의 생존 위기는 심각했다.
 
▲ 많은 올드 팬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2002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또 하나, F1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이 신규 팬의 흡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등 신규 시장 진출을 꾀했고, 잠재적 가능성이 많은 한국과 인도 등에도 그랑프리를 강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큰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FOM이‘도전’을 포기하고 ‘실리’를 챙기기 위해 눈을 돌린 것은 기존에 모터스포츠 기반이 튼튼한 북미와 유럽 쪽이다. 특히 성장이 멈추고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인 유럽 모터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럽은 100년 전부터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지만 최근 10 여 년 간은 정체가 뚜렷했다. F1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008년 발렌시아의 시가지 서킷에서 레이스가 추가 된 것이 10년 내 유일한 유럽에서의 신규 레이스였고, 그나마 올 시즌부터는 스페인 그랑프리로 통합되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지난 10년 간 유럽에서 단 하나의 레이스가 늘어나는 사이, 아시아에서는 일곱 개의 그랑프리가 새로 생겼다. 하지만, 2014년 오스트리아 그랑프리가 복귀하고 러시아가 처음으로 F1 그랑프리를 개최한다. 한 마디로 유럽에서의 F1 르네상스를 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현재 F1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고유의 드라이버 넘버가 또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되는 나스카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FOM과 FIA가 발벗고 나선 것 역시 주목할만 하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다음 시즌부터 F1 드라이버들은 매년 바뀌는 번호가 아닌 드라이버 자신을 상징하는 고유 번호를 데뷔부터 은퇴할 때까지 갖게 된다. 드라이버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이미 다른 모터스포츠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시스템이다. 나스카나 모토GP에서는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고유 번호를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판매해 짭짤한 부가 수익을 얻고 있다.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F1 역시 이런 시대의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흥행 요소를 추가하면서 어떻게든 신규 팬들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나 안전 기준 강화만으로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틀과 추월을 늘이기 위한 DRS의 추가나 팬 서비스 강화를 위한 각종 규정 변화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 2010 시즌 챔피언 타이틀이 결정된 아부다비 그랑프리
 
물론 의도가 좋고 노력한다고 해서 결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추월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에 부응해 DRS를 추가한 것이 좋은 예다. DRS는 분명히 훨씬 많은 추월을 만들어냈고 각 F1 팀과 드라이버들에게 전략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F1의 올드 팬들에게 DRS는 그저 추월을 너무 쉽게 만들고 배틀의 짜릿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쓸데 없는 도구로 비쳐질 뿐이다. 신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스템이 올드 팬들에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발표된 ‘시즌 최종전에 포인트 두 배’라는 극단적인 조치의 경우 DRS 이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대적으로 포인트가 반이 된 주요 그랑프리들의 불만은 무시하더라도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만은 분명하다. 고정 팬들의 불만을 감수하고 신규팬을 유입시키려는 의도야 이해하지만, 과연 경쟁하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나 스포츠들로부터 라이트 팬을 끌어들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이 정도면 F1에 포스트 시즌을 만들겠다는 얘기가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그만큼 F1의 신규 팬 영입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본주의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F1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여러가지 시도들을 통해 살아남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큰 공룡이 되어있지만 더 커지지 않으면 한 순간 무너져버리는 대자본 기업처럼 F1 역시 성장하지 못하면 언제든 쓰러질 수 있다. F1 팬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이면에는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을 하는 주최측의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코리아 그랑프리의 부활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도 중 요하겠지만, F1의 태생적인 문제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빠져버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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