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메르세데스-벤츠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메르세데스-벤츠

발행일 2014-01-01 21:54:17 윤재수 칼럼리스트
대형 자동차 제조사는 반드시 모터스포츠에 참가해야만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레이스에서 우승하면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될까? 장담할 수 없다.
F1 그랑프리에 출전해야만 기술적으로 앞선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효과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100 여 년 전부터
꾸준히 레이스 카를 만들었고, F1 그랑프리를 비롯한 각종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사운을
걸었다. 단지 ‘레이스를 사랑한다’는 한 마디로 경쟁에 나섰다. 오너의 열정과 직원들의 노력, 그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금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혹은 꿈꾸고 있는 자동차의 브랜드는 대부분 모터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연재할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는 이처럼 모터스포츠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각 브랜드 별로 살펴보는 글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실버 애로우’로 모터스포츠를 주름잡은 메르세데스-벤츠다.
 
 
▲ 메르세데스-벤츠를 빛낸 명차 SSKL과 전설적인 드라이버 루돌프 카라키올라
 
1920년대 중반 깊은 불황에 허덕이던 독일의 두 자동차 제조사 다이믈러-메르세데스와 벤츠가 합병한 직후 탄생한 SSK는 이태리, 프랑스, 영국의 강력한 레이스카 들과 경쟁하면서 그랑프리와 힐 클라임 등을 넘나들며 수많은 우승을 일궈냈다. SSK는 다시 더욱 가벼운 SSKL로 탄생하면서 1930년대 초반의 모터스포츠를 장악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드라이버였던 루돌프 카라키올라는 특히 빗길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뢰겐마이스터(Regenmeist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30년대 중반 W25와 W125, W154 등으로 이어진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이스카는 이태리 자동차들을 완전히 제압하면서 모터스포츠의 정상에 올랐다. 특히 같은 독일의 경쟁자였던 아우토 우니온과 함께 은색 레이스카로 대부분의 레이스를 지배한 ‘실버 애로우’는 유럽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W125는 1930년대 후반 테스트에서 무려 646 마력의 최대 출력을 기록했고, 최고 속도는 400 km/h를 넘었다.
 
 
▲ 2년 연속 F1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W196 R과 후안 마뉴엘 판지오
 
전쟁 기간 80% 이상의 생산 시설이 파손되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F1 월드 챔피언십이 시작되고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러서야 최고의 모터스포츠 무대에 복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차게 준비한 W196R은 일반인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열 두 차례의 챔피언십 그랑프리에 출전한 W196R은 후안 마뉴엘 판지오와 스털링 모스의 활약에 힘입어 폴 포지션 8회, 패스티스트 랩 9회와 함께 아홉 번의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실버 애로우의 복귀 전까지 F1의 절대 강자였던 이태리 레이스 카들을 압도했다. 한편 1955년 스털링 모스는 메르세데스-벤츠 300SLR에 올라, 전후 처음으로 이태리 팀의 이태리 드라이버가 아닌 밀레 밀리아 우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F1 그랑프리와 각종 모터 스포츠 이벤트에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확인하면서 브랜드의 가치가 여전함을 입증했던 메르세데스-벤츠였지만 1955년 6월 르망 24시간 경기 중 벌어진 사고는 큰 시련을 불러왔다. 300SLR이 일으킨 사고는 드라이버와 함께 83 명의 관중의 목숨을 앗아갔고, 사고의 책임을 통감한 메르세데스-벤츠는 1987년까지 모터스포츠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다.
 
 
▲ 1989 르망 24시간에서 우승을 차지한 자우버-메르세데스 C9
 
1980년대 말부터 직접적인 모터스포츠 복귀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움직임 중 눈에 띄는 것은 스위스의 자우버와 합작한 르망 24시간 도전이었다. 피터 자우버의 팀은 공식적인 메르세데스의 팩토리 팀이 되어 활약했고, 메르세데스의 5L 터보 엔진으로 무장한 C9은 1989 르망 24 시간 우승을 포함해 참가한 21 차례의 프로토타입 레이스 중 폴 포지션 7 회, 패스티스트 랩 5 회와 함께 13 승이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는 1993년 자우버와 함께 마침내 F1 그랑프리에 복귀했고, 1995년에는 맥라렌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F1의 강자로 부상했다. 강력한 메르세데스 엔진으로 무장한 맥라렌은 수 년 간의 부진을 씻고 1998년과 1999년 미카 하키넨을 챔피언의 자리에 앉히며 실버 애로우의 영광을 되살렸다. 2000년대 들어서도 페라리의 라이벌로 수많은 우승을 일궈냈던 맥라렌-메르세데스는 2008년 루이스 해밀튼이 다시 한 번 왕좌에 오르면서 메르세데스의 브랜드를 빛냈다.
 
 
▲ 2013 모나코 그랑프리를 제패한 메르세데스 F1 W04
 
2010년 메르세데스-벤츠는 55년만에 팩토리 팀을 F1에 복귀시키면서 실버 애로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F1의 황제로 군림했던 미하엘 슈마허를 은퇴에서 복귀시키며 완벽한 독일의 내셔널 팀으로 부활한 메르세데스는 2012년 중국 그랑프리에서 니코 로스버그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57년만에 F1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2012년부터는 고성능 브랜드 AMG를 F1 팀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메르세데스 AMG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세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2013년 한 단계 더 발전한 메르세데스는 2010년 F1 복귀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여덟 차례의 폴 포지션과 세 차례의 그랑프리 우승을 이뤄낸 메르세데스는 최근 몇 년 간 F1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레드불의 유일한 라이벌로 나서며 페라리와 로터스, 맥라렌 등을 제치고 포인트 순위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F1 외에도 DTM, V8 수퍼카 등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와 챔피언십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메르세데스 AMG 브랜드는 끊임 없는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해외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배 나온 사장님들을 위한 안락한 꽃마차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스포츠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유난히 은색 도장을 강조하는 것 역시 메르세데스가 자랑하는 실버 애로우의 전통 때문이다. AMG는 단순히 값비싸고 기름 많이 먹는 엔진을 단 호사스러운 차가 아니라 세계 정상에 군림하는 레이스카의 혼을 담고 있는 자동차다. 메르세데스-벤츠와 AMG의 F1과 모터스포츠, 레이스카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타고 있는, 혹은 우리가 드림 카로 꿈꾸고 있는 실버 애로우가 더욱 사랑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3497~4581만원

그랑 콜레오스 2026년형 출시, 가격은 3497~4581만원

르노코리아는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한다고 10일 밝혔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R:아케이드 게임과 R-beat 노래방 서비스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됐으며, 파노라마 선루프가 추가됐다. 가솔린 터보 4WD 트림도 조정됐다. 가격은 3497만원부터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 세부 가격은 가솔린 터보 테크노 3497만원, 아이코닉 3881만원, 에스프리 알핀 4092만원, 에스카파드 에디션 선루프 4187만원, 루프박스 4269만원이다.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폴스타, 동탄서 ‘폴스타 온 투어’ 진행..찾아가는 시승 및 전시 행사

폴스타, 동탄서 ‘폴스타 온 투어’ 진행..찾아가는 시승 및 전시 행사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가 9월 19일부터 9월 28일까지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찾아가는 시승 및 전시 행사 ‘폴스타 온 투어(Polestar on Tour)’를 진행한다. 폴스타 온 투어는 100% 온라인 판매 중인 폴스타가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고객의 일상 속에서 브랜드와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미디어 스트리트에서 진행하며, 전기 퍼포먼스 SUV 쿠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제네시스 GV80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790~1억902만원

제네시스 GV80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790~1억902만원

제네시스는 2026년형 GV80·GV80 쿠페를 출시한다고 10일 밝혔다. 2026년형 GV80·GV80 쿠페는 연식변경으로 사양 최적화를 통해 판매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고, 도어 무드램프 밝기 향상 등 개선이 이뤄졌다. 가격은 6790만원부터다. 2026년형 GV80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6790만원, 3.5 가솔린 터보 7332만원, 2026년형 GV80 쿠페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8016만원, 3.5 가솔린 터보 8430만원, 3.5 가솔린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9055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공개, 8기통 하이브리드..제로백 2.3초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공개, 8기통 하이브리드..제로백 2.3초

페라리는 849 테스타로사(849 Testarossa)를 10일 공개했다. 849 테스타로사는 SF90 스트라달레의 후속으로 V8 트윈터보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이 조합돼 총 출력 1050마력을 발휘하며, 제로백 2.3초의 성능을 갖췄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849 테스타로사는 SF90 스트라달레를 대체하는 페라리 플래그십 모델이다. 849 테스타로사는 쿠페와 스파이더로 운영된다. 테스타로사는 페라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로드카에서 이름을 차용했으며, 849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현대차 콘셉트 쓰리 공개, 벨로스터 스타일 전기차

현대차 콘셉트 쓰리 공개, 벨로스터 스타일 전기차

현대차는 9일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공개했다. 콘셉트 쓰리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EV 콘셉트카로 해치백 형태의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 특히 C필러에서 사이드, 리어까지 이어지는 입체적인 볼륨감은 존재감을 강조한다. 콘셉트 쓰리는 차별화된 소형 EV를 통해 아이오닉 라인업을 소형 차급까지 확장하겠다는 현대차의 비전을 담은 모델이다. 현대차는 2019년 '45', 2020년 '프로페시', 2021년 세븐(SEVEN)' 등을 공개한 뒤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르노 클리오 풀체인지 공개, 뒷모습은 페라리?

르노 클리오 풀체인지 공개, 뒷모습은 페라리?

르노는 신형 클리오를 9일 공개했다. 신형 클리오는 6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르노 콘셉트카 엠블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외관과 디지털화된 실내, 이전 세대 대비 커진 차체 등이 특징이다. 디젤 엔진은 단종됐으며, 풀하이브리드가 도입됐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클리오는 르노를 대표하는 해치백으로 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클리오는 국내에도 출시된 바 있는데, 낮은 판매량으로 2019년 12월 판매가 중단됐다. 르노코리아는 클리오를 대신해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BYD 씨라이언 7, 실내 고급감과 승차감 인상적

[시승기] BYD 씨라이언 7, 실내 고급감과 승차감 인상적

BYD 씨라이언 7 RWD를 시승했다. 씨라이언 7은 BYD가 국내에 선보인 3번째 모델로, 중형 쿠페형 SUV로 분류된다. 씨라이언 7은 전기차의 범주를 벗어나도, 가격과 크기를 고려하면 경쟁력 있는 실내 고급감과 승차감을 보여준다. 패밀리카로 중형 SUV를 고려한다면 주목할만 하다. BYD는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데, 국내에는 해양(Ocean) 시리즈 모델인 씰(SEAL)과 씨라이언(SEALION) 7, 왕조(Dynasty) 시리즈 위안 플러스의 해외판 네이밍 아토(ATTO) 3가 출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기아 스포티지 2026년형 조용히 출시, 가격 2863~3995만원

기아 스포티지 2026년형 조용히 출시, 가격 2863~3995만원

기아가 2026년형 스포티지를 출시했다. 2026년형 스포티지는 연식변경으로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과 공기청정 시스템, 오토디포그, 레인센서 등 고객 선호 사양이 기본 탑재됐으며, 트림에 따라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등이 추가됐다. 가격은 2863만원부터다. 2026년형 스포티지 세부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1.6 가솔린 터보 프레스티지 2863만원, 노블레스 3197만원, 시그니처 3458만원, X-라인 3522만원이다. 2.0 LPG는 프레스티지 2927만원, 노블레스 3261만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BYD 씨라이언7 출시, 가격 4490만원..180만원 선제적 지원

BYD 씨라이언7 출시, 가격 4490만원..180만원 선제적 지원

BYD코리아는 씨라이언7 가격을 공개하고 계약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씨라이언7은 쿠페형 디자인의 전기 SUV로 82.5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시 환경부 기준 398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4490만원이며, BYD코리아는 180만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씨라이언7 가격은 세제혜택 반영 후 기준 4490만원이다. 씨라이언7은 전기차 보조금 산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BYD코리아는 씨라이언7의 보조금 확정 전 출고를 희망하는 고객을 위해 180만원을 선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