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로터스

레이스 카,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로터스

발행일 2014-01-22 18:40:55 윤재수 칼럼리스트
19세기 말 시작된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한 명 꼽으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100년을 훌쩍 넘은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을 보여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시판 자동차와 레이스 카를 통틀어 최고의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동차 기술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엔지니어는 누구라고 해야 할까? 모두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서로 다른 분야를 아울러 단 한 명을 이야기 하라면 한 사람의 이름 ‘콜린 채프만’이 떠오른다.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의 네 번째 주인공은 바로 그 콜린 채프만이 창립한 영국의 ‘로터스’다.
 
 
▲ F1 그랑프리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준 로터스 25와 짐 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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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했던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BMW와 비교한다면 로터스는 상당히 초라한 회사다. 일단 회사의 역사로만 보더라도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물론 혼다보다도 깊지 않다. 자동차 제조사로서 만들어낸 차종이나 차량의 수도 많지 않다. 매출로 대표되는 회사의 규모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고, 최근 십 수 년 간의 로터스는 여기서 저기로 팔려 다니며 수난의 시대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스포츠 안팎에서 로터스의 이름은 메르세데스-벤츠나 혼다, BMW 등과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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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로터스가 현재와 같은 지명도를 얻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콜린 채프만은 엔지니어로서나 디자이너로서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가 만든 자동차는 빨랐고 그의 아이디어는 혁신적이었지만, 성적이 뒷받침되지는 않았다.
 
F1에 진출한 뒤 성공의 역사를 만들기까지 ‘무모한 도전을 했던 혼다’에 비해서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58년 F1에 뛰어든 로터스는 네 시즌만인 1961년 시즌 최종 전에서야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1962년 짐 클라크가 합류하면서 로터스와 콜린 채프만은 F1 패독에서 가장 강력한 이름이 되었다.
 
 
▲ 그라운드 이펙트와 함께 1978 시즌을 지배한 로터스 79
 
콜린 채프만은 F1에 최초로 모노코크 섀시를 완성시킨 로터스 25로 1960년대 초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모노코크 섀시가 한층 발전한 로터스 33에 이어 콜린 채프만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코스워스 DFV 엔진이 로터스 49에 실리면서 F1과 모터스포츠의 새 시대를 열었다. 말이 필요 없는 명차 로터스 72는 요헨 린트와 에머슨 피티팔디에게 첫 번째 F1 월드 챔피언의 영광을 안겼다. 로터스는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콜린 채프만은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최고의 팀을 이끄는 리더였다. ‘팀 로터스’와 함께 ‘로터스 카 브랜드의 명성도 한껏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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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채프만의 혁신이 절정을 이룬 것은 1978 시즌을 지배한 로터스 79였다. 최초로 그라운드 이펙트를 도입했던 로터스 78을 계승한 79는 F1 레이스 카에 그라운드 이펙트 열풍을 불러왔다. 기계적인 혁신뿐 아니라 공기 역학적인 혁신 역시 콜린 채프만과 로터스가 가장 앞서나간 셈이다. 페라리와 같은 대기업, 대형 팀은 따라올 수 없는 작고 재기 넘치는 로터스의 활약은 골리앗과 싸워 이기는 다윗의 이미지와도 비슷했다. 수퍼카와 같은 엔진을 갖지는 않았지만 작고 가벼운, 그리고 결과적으로 빠르고 민첩한 로터스의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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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터스에게 마지막 F1 우승컵을 안겨준 아일톤 세나와 99T
 
아쉽게도 1970년대 휘몰아친 석유 자원 위기의 후 폭풍은 로터스와 같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에겐 엄청난 타격을 가져왔다. 1980년대 초반 이미 시
장에서 힘을 잃은 ‘로터스 카’는 매물로 나왔고 매각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콜린 채프만의 사후 현재의 로터스를 대표하는 엘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자동차들을 만들었지만, 콜린 채프만 이전의 로터스와 콜린 채프만 이후의 로터스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F1에서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팀 로터스’ 말기 가장 빛났던 이름은 아일톤 세나 였다.
톨만을 통해 데뷔했던 세나는 이듬해 로터스로 이적해 자신의 F1 첫 승을 일궈냈다. ‘정통’ 로터스의 마지막 우승 역시 세나가 만들어낸 1987 디트로이트 그랑프리의 우승이었다. 하지만 세나가 맥라렌으로 이적한 이후 분명한 하향세 속에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팀 로터스는 1994 시즌 단 1 포인트도 획득하지 못한 뒤 쓸쓸하게 F1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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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터스의 이름'으로 25년만에 포디엄 정상에 오른 키미 라이코넨과 E20
 
F1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로터스의 정체성이 의심을 받던 1990년대에도 스포츠 카 ‘로터스’는 많은 인기를 얻으며 상품성을 지켜나갔다. 정통성을 담보한 ‘팀 로터스’는 사라졌지만 로터스의 이름에 대한 로망은 이어졌다. 로터스 7의 철학과 디자인을 유지한 케이터햄은 케이터햄 7과 함께 로터스의 정신을 이어갔다. 인디 500에서, 캔암에서, 그리고 최고 수준의 경쟁이 펼쳐지는 F1에서 활약하던 팀 로터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로터스’라는 이름이 가진 브랜드 파워만은 F1과 모터스포츠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었다.
2010년 로터스의 소유주인 프로톤은 로터스의 브랜드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F1 팀을 꾸린 말레이시아 1은 ‘로터스 레이싱’을 부활시켰다. 로터스 레이싱과 프로톤의 갈등은 ‘또 다른 로터스’인 로터스 르노 GP를 탄생시켰고 이들의 ‘로터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두 F1 팀이 법정 싸움까지 불사할 정도로 F1에서 ‘로터스’라는 이름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었다. 로터스 르노 GP와 로터스 레이싱의 갈등은 결국 로터스 레이싱의 케이터햄 F1 팀으로 재탄생하고, 로터스 르노 GP가 로터스 F1 팀이 되는 것으로 봉합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부활한 ‘로터스’의 이름을 건 F1 팀은 2012 아부다비그랑프리에서 키미 라이코넨과 함께 우승을 일궈내며, 비록 이름뿐이긴 하지만 로터스 브랜드의 명예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로터스는 F1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최 정상급 모터스포츠에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갔고, 수많은 혁신과 함께 모터스포츠 전체에 큰 족적을 남겼다. 로터스가 만든 혁신은 레이스카는 물론 다른 일반 자동차 기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재 시판되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술 중 적지 않은 것들이 로터스의 F1 레이스 카 등을 통해 실험되고 발전되었다. 로터스 브랜드의 스포츠 카를 눈여겨보지 않던 사람이라도 현재의 자동차를 이해하려면 로터스가 만들었던 레이스카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로터스가 가진 ‘혁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엔진 출력은 크지 않지만 ‘작고 가볍고 빠른’ 스포츠카의 전통은 전세계 자동차 매니아에게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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