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페라리

F1 그랑프리, 그리고 자동차 브랜드 - 페라리

발행일 2014-02-05 18:53:02 윤재수 칼럼리스트
영국 한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아우디, 맥라렌, 페라리의 차량을 비교하는 내용을 내보낸 적이 있다. 주행 결과와 차량의 상태를 놓고 비교한 결과는 아우디의 압승. 하지만 세 명의 진행자 모두 ‘그래서 세 브랜드의 차량 중 한 대를 산다면 어떤 차를 사겠는가?’라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페라리’라고 말했다. 웃고 즐기자고 만든 방송이긴 하지만 이 내용 속에는 뼈가 있다. 만약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대의 자동차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를 선택할 것이다. 페라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도 아니고, 충분히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회사도 아니지만 그 브랜드의 가치만큼은 다른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페라리의 DNA는 바로 F1에서 나왔다. 어떤 의미에서 페라리는 F1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F1을 포함한 모터스포츠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F1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브랜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태리의 ‘페라리’에 대한 이야기다.
 
 
▲ 알파 로메오의 드라이버였던 페라리의 창립자 엔쪼 페라리
 
페라리의 시작은 당연히 창립자 엔쪼 페라리에 의한 것이었다. 알파 로메오의 드라이버로 여러 그랑프리 레이싱에 참가하던 ‘드라이버’ 엔쪼 페라리는 ‘만약 아들이 생긴다면 드라이버를 그만두겠다’고 공언했고, ‘디노’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들 알프레도가 태어나자 그 약속을 지켰다. 레이싱 팀의 운영에 집중한 엔쪼 페라리는 자신의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만들었고, 이후 알파 로메오의 사실상 팩토리 팀으로 거듭났다. 알파 로메오가 직접 팩토리 팀을 부활시킨 뒤 알파와 결별한 엔쪼 페라리는 계약에 따라 한동안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파 로메오와의 결별은 현재의 페라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최강의 레이싱 팀인 알파 로메오와 상대하기 위해 엔쪼 페라리는 더욱 강력한 레이스 카를 만들어야만 했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F1을 통해 그랑프리 레이싱이 정비되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F1을 준비한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950년 F1 월드 챔피언십이 창설되던 해부터 꾸준히 F1에 참가해왔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F1에 참가한 팀은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유일하다.
 
 
▲ 페라리의 F1 그랑프리 첫승을 이끈 호세 플로리안 곤잘레스
 
초창기 페라리의 가장 강한 적수는 친정 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강의 알파 로메오였다.
페라리는 F1 참가 2년차인 1951년 영국 그랑프리에 이르러서야 첫 승을 이끌었고,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알파 로메오가 F1에서 철수한 뒤인 1952년부터였다. 물론 1952년과 1953년, 알베르토 아스카리와 함께 2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고, 알파 로메오 철수 이후 F1에서 가장 큰 팀으로 계속 남아있기는 했지만, 페라리가 ‘늘 승리하는 최강 팀’이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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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쪼 페라리의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과 달리 페라리의 성적은 부침을 거듭했다. 1956년
부터 2, 3년에 한 번 꼴로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페라리는 1964년 존 서티스가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무려 10년 동안 챔피언의 자리에 복귀하지 못했다. 다른 양산차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F1에 참가하는 반면 페라리는 F1에서 승리하기 위해 양산차를 판다는 말이 있지만, ‘계속 승리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었다.
 
4~5년 정도 시도해 보고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짐을 싸서 도망치는 다른 브랜드와 페라리의 철학은 분명하게 달랐다. 그리고 오랜 부진 속에 투자를 멈추지 않은 페라리에게 11년 만에 다시 챔피언 타이틀을 선물한 것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니키 라우다였다.
 
 
▲ 1970년대 페라리를 상징하는 312T와 니키 라우다
 
1970년대 가장 뛰어난 레이스 카였던 312T와 니키 라우다는 11년만에 페라리의 이름을
정상에 올려놨다. 피아트가 페라리를 지배하기 시작한 뒤 첫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라우다는 2년 뒤 312T2와 함께 다시 한 번 정상에 섰고, 페라리는 3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한 F1의 인기와 니키 라우다의 성공 스토리,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사고와 부활 등은 페라리 브랜드의 상품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줬다.
 
니키 라우다 이후로도 질 빌너브, 조디 셱터, 디디에 피로니 등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모여들면서 잠깐 동안의 전성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1982년 질 빌너브와디디에 피로니의 연이은 사고를 계기로 페라리의 전성기는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1983년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마지막으로 페라리는 오랜 시간 동안 다시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1988년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아버지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엔쪼 페라리가 사망한 뒤에도 페라리의 침체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페라리는 거듭되는 실패와 성적 부진에도 승리에 대한 도전과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 페라리와 F1의 역사를 다시 쓴 미하엘 슈마허
 
1990년대 중반 페라리는 다시 왕좌에 복귀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장토드와 로스 브라
운, 최고의 디자이너 로리 번, 그리고 더블 월드 챔피언이었던 미하엘 슈마허까지 ‘드림 팀’의 멤버들이 팀에 합류했고, 이들의 합작은 3년 간의 실패와 좌절 끝에 1999년에야 빛을 발했다. 1999 시즌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6년만에 F1 월드 컨스트럭터 챔피언의 자리에 복귀했다. 그리고 1999 시즌 중반 부상으로 아쉽게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지 못했던 미하엘 슈마허는 이듬해인 2000년 F1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에 등극한다. 페라리의 드라이버로는 1979년 조디 셱터 이후 무려 21년만에 챔피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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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F1의 역사에 길이 남을 챔피언 타이틀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미하엘 슈마허는 F1과 페라리의 역사를 다시 쓰는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 5연패를 이뤄냈다. 현재의 페라리에 대한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강팀의 이미지’는 이 시기의 미하엘 슈마허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페라리는 2007년 키미 라이코넨에 의해 다시 한 번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줬고,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으로 컨스트럭터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열 시즌 동안 여덟 차례나 최강 팀의 왕좌에 올랐다.
 
페라리는 가장 빠른 차라는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이고, 그 이미지의 대부분은 F1에서 나
왔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것은 니키 라우다 이전의 10년이나 슈마허 이전의 20년이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실패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레이스 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포기하지 않는 승리에 대한 집념과 최고의 차를 만들고 말겠다는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정신은 그대로 페라리 브랜드의 양산차에도 담겨졌다. 그리고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끝내 최고의 F1 레이스카를 만들어냈듯이, 페라리의 양산차 역시 최고의 스포츠카로 태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페라리의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은 누군가 당신을 ‘티포시로 임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티포시가 되고 싶어할만한 브랜드의 가치를 F1의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스스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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