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규정 변화 약인가 독인가?

[inside F1] 규정 변화 약인가 독인가?

발행일 2014-03-05 16:28:09 윤재수 칼럼리스트
모두가 알고 있듯이 2014 시즌 F1은 64년 역사상 유례 없는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다양한 부문에서 규정이 바뀌는 동안 팬들은 F1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이런 규정 변화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변화가 내키지 않고 과거의 좋았던 점만을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다’, ‘옛날이 진짜였다’라고 이야기한다. 다음 주면 개막되는 F1 2014 시즌에도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규정을 뜯어고치는 것은 정말 잘한 일일까?
 
▲ 2005 시즌 페라리는 논란의 미국 그랑프리에서 유일한 우승을 거뒀다
 
페라리는 2000년대 초반 F1을 지배했다. 1999 시즌부터 2004 시즌까지 6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고, 팀의 대표 주자 미하엘 슈마허는 2000 시즌부터 5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2004년의 페라리는 18 라운드 중 14 차례의
폴 포지션과 15 회의 우승을 혼자 쓸어 담은 절대 강자였다. 그런 페라리가 몇 가지 규정
변화와 함께 맞이했던 2005 시즌 한 마디로 ‘몰락’했을 때 사람들은 페라리의 독주를 막기 위한 규정 변화가 인위적으로 타이틀의 주인공을 바꿨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이런 얘기는 사실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페라리가 2004 시즌 6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에 페라리를 견제하는 2005 시즌의 규정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니다. 시즌 종료 후, 혹은 시즌 중반에 다음 시즌 규정을 던져줄 만큼 현대의 F1이 엉성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오해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F1의 역사는 누가 독주를 하든 하지 않든 관계 없이 정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른 자동차 산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F1은 기술의 첨단에 서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왔다. 그것이 미래를 지향하는 어떤 비전에 의한 것이든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1961 시즌 규정 변화에 잘 대응한 페라리의 ‘샤크 노즈’ 156
 
64년 전 처음 정리된 규정에 의해 F1 월드 챔피언십 그랑프리가 열리기 시작할 때부터 F1팀들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여왔다. 2005년 약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큰 실패를 맛봤던 페라리였지만 규정 변화의 혜택을 적지 않게 맛봤던 것 역시 페라리였다. 1952 시즌 F1이 F2 규정으로 다운그레이드 되었을 때 페라리는 처음으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고, F2 규정이 마지막으로 사용된 이듬해까지 왕좌를 지켰다. 1961시즌 엔진 규격이 소형화되는 큰 규정 변화가 예정되었을 때 오랫동안 차근차근 준비했던 페라리는 ‘샤크 노즈’의 독특한 레이스 카를 선보이면서 시즌을 완전히 지배했다.
!
페라리의 약점이라면 오히려 규정 변화가 아닌 각 팀들이 새로 도입한 기술, 특히 공기역학적인 신기술의 적용이 늦었다는 점이었다. 페라리는 1950년대 말 프론트 엔진을 고집하면서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레이스카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고, 1960년대말부터 로터스 등이 주도한 공기역학적인 혁명에도 뒤쳐졌다. 대부분의 신기술이 다른 팀들에서 등장했고 페라리는 이를 따라잡기 바빴기 때문에 항상 몇 개월씩, 때로는 몇 년씩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1966 시즌 3L 엔진이 부활하자 트랙을 지배한 ‘브라밤’의 BT19
 
규정 변화에 울고 웃은 것은 페라리뿐이 아니었다. 사상 처음으로 호주에 챔피언 타이틀을 안긴 잭 브라밤은 자신의 팀을 만들어 다시 챔피언에 오른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드라이버이자 엔지니어였다. 그리고 드라이버로서는 두 차례나 거머쥔 챔피언 타이틀이었지만 팀을 만들어 이룩하기는 어려워 보였던 챔피언 타이틀 공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3L 엔진의 부활이라는 큼지막한 규정 변화에 잘 대응한 덕분이다.
 
규정 변화가 꼭 새로운 팀에게 기회를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1989 시즌부터 터보 엔진이 전면 금지되면서 막을 내린 1980년대의 터보 황금기 후반을 지배했던 혼다 엔진은 터보가 금지된 이후에도 맥라렌과 함께 몇 년 동안 챔피언 타이틀을 독점했다. 가까운 예로 2005시즌보다 훨씬 큰 규정 변화를 맞이했던 2006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2005 시즌에도 최강 팀으로 양대 챔피언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었던 르노였다. 더 큰 규정 변화에도 거뜬했던 르노를 생각하면 2005 시즌의 페라리의 몰락은 단순하게 ‘규정 변화 때문’이 아니라 ‘규정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 2009 시즌 이렇다할 스폰서도 없었던 브라운GP의 BGP 001
 
규정 변화와 함께 펼쳐진 새로운 프론티어를 개척하는 방법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규정 변화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착실하게 순리대로 준비를 할 수도 있지만, 규정의
빈 틈을 찾거나 언급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파고들어 더 큰 이익을 노릴 수도 있다.
2008 시즌 말 혼다가 철수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던 로스 브라운의 브라운GP는, 남들이 크게 부족해진 다운포스와 새로 등장한 KERS에 집중할 때 더블 덱 디퓨저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택해 새 시대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었다. 반면 새 규정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레이스카를 개발한 페라리와 맥라렌은 중위권으로 밀려나며 1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4 시즌의 전개를 지금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2009년보다 몇 배나 큰 공기역학 규정 변화와 1961년, 2006년보다 훨씬 복잡한 파워 유닛 규정의 변화는 ‘아무도 예상 못한 경쟁 구도’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레드불이 4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런 규정 변화가 생긴 것은 물론 아니다. 현재 규정 변화의 초안은 레드불이 겨우 한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던 2011 시즌 중반에 각 팀이 숙지하고 있었고 파워 유닛의 개발도 이미2년 이상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새로운 규정의 시대에 바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규정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팀에서 누구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고 유능한 인력들이 대부분이지만, 개발 담당자가 유능하다고 열심히 했다고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규정 변화 같은 건 좀 그만하고, 좋았던 예전 모습 그대로 내버려두고 ‘순수하게 누가 빠른지’만 경쟁하면 안될까? 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순수하게 누가 빠른지 볼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 4년 전 코리아 그랑프리를 통해 F1을 처음 접하고 팬이 된 분들은 이제 겨우 적응하려고 하는 F1의 시스템이 확 바뀌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변화에 적응이 안된 분들께는 아쉬운 얘기지만 규정 변화는 오래 동안 F1의 본질적인 부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미지의 영역에 거침 없이 발을 들여놓는 엔지니어와 드라이버들의 도전이 지금의 F1을 만들어 왔다.
 
전설적인 F1 해설자 머레이 워커는 2014 시즌 규정 변화에 당황해 하고 따라오기 어려워하는 일부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변화? 그것이야 말로 F1이 지향하는 것 그 자체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쇼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라고. 변화가 없으면 발전이 없고 프론티어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자동차의 미래도 없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 투아렉 오너 화보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공개

폭스바겐코리아가 플래그십 SUV 투아렉 오너의 라이프스타일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The Essence of Hidden Luxury’ 화보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시작된 ‘투아렉 오너 클럽’은 오너와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활동으로 변호사, 마케팅 전문가, 신경외과 전문의, 기업인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리더의 삶을 살아가는 여섯 명의 오너들로 구성되었다. 오너 클럽의 첫번째 활동인 이번 화보는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본질의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 수제차 셀레스틱, 4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인상

캐딜락의 최상위 모델, 셀레스틱(CELESTIQ)의 시작 가격이 40만달러(5억7784만원)로 인상된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캐딜락은 2026년형 셀레스틱의 가격을 기존 34만달러(4억9116만원)에서 40만달러로 올리고, 글래스 루프 등 고급 사양을 기본화한다. 2026년형 셀레스틱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 글래스 루프가 표준으로 제공되며, 8년 동안 커넥티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구매 고객들을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간소화해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 Q4 e-트론, IIHS 충돌 테스트에서 낙제점

아우디의 최신 전기차, Q4 e-트론과 Q4 e-트론 스포트백이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수준 이하의 점수로 탑 세이프티 픽 대상에서 제외됐다. IIHS에서 최근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Q4 e-트론은 2열 안전벨트의 구속력 미흡으로, 충돌시 2열 승객의 가슴에 심각한 부상이 가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2025 IIHS 테스트는 2열 승객에 대한 보호 기능을 통합해 40% 옵셋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런 평가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정면 충돌하는 경우를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그랜저 부분변경은 이런 모습, 전기차 디자인 미리보기

현대차 그랜저 부분변경 기반의 전동화 모델 디자인이 일부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의 SDV 요소 중 하나인 플레오스 OS 스파이샷을 통해 공개된 그랜저 부분변경 전기차의 전면부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수평형 LED DRL의 디자인과 함께 헤드램프의 형상, 범퍼 디자인을 개선했다. 신형 그랜저의 전면부는 수평형 LED DRL의 변화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현행 모델이 스타리아와 유사한 느낌과는 다르다. 현행 모델의 4구형 LED 헤드램프는 제네시스 최신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온라인 한정 판매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과 자연의 감성을 결합한 한정판 모델,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Forest Lake Edition)’을 10대 한정 출시하고, 오는 11월 11일 오전 10시부터 볼보자동차 디지털 숍을 통해 선착순 판매한다고 밝혔다. V60CC 포레스트 레이크 에디션 판매가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6340만원으로, 구매 고객 전원에게 140만원 상당의 ‘루프탑 자전거 캐리어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볼보자동차 디지

신차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 英 모타빌리티와 PBV 보급 위한 업무협약 체결

기아는 지난 3일 기아 사옥(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기아 송호성 사장, 김상대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모타빌리티 앤드류 밀러(Andrew Miller) CEO, 다미안 오톤(Damian Oton) CCO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내 PBV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모타빌리티는 약 86만명의 고객과 약 3만5천대의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휠체어용 차량) 및 약 9만4천대의 EV 등을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전기차 콘셉트 모델 &lsqu

업계소식탑라이더뉴스팀 기자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 쏘카와 'XC40 무료 시승 프로그램' 운영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쏘카와 손잡고 프리미엄 컴팩트 SUV XC40의 무료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시승 프로그램은 쏘카의 새로운 '시승하기' 서비스 공식 론칭에 맞춰 진행되는 첫 협업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프리미엄 컴팩트 SUV인 XC40의 울트라를 지원한다. 쏘카 앱 내 '시승하기' 메뉴를 통해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고객은 오는 11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1주일간 XC40의 무료 시승 기회를 제공받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보조금..2830만원 할인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보조금..2830만원 할인

마세라티(Maserati)가 올해 말까지 약 2달간 브랜드 자체 보조금을 통해 9천만원 대에 럭셔리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Grecale Folgore)를 구매할 수 있는 '에코 리워드'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브랜드 자체 보조금 혜택을 제공해 이탈리안 럭셔리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를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국내 친환경차 시장 다변화 및 확산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그레칼레 폴고레 신차를 구매할 경우, 기존 1억2730만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2830만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혼다, 11월 한정 프로모션..전시장 방문 이벤트

혼다, 11월 한정 프로모션..전시장 방문 이벤트

혼다코리아가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어코드 하이브리드 및 어코드 터보 구매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11월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구매 시 유류비 200만원 지원 또는 36~60개월 제휴금융 저금리 할부 중 선택 가능하다. 어코드 터보 모델 구매 시 유류비 150만원 지원 또는 동일 기간 저금리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재구매 고객에게는 혼다 신차/중고차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전 차종 1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11월 내 구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