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페이 드라이버 논란, 피할 수 없나?

[inside F1] 페이 드라이버 논란, 피할 수 없나?

발행일 2015-03-12 09:00:23 윤재수 칼럼리스트


페이 드라이버 문제는 F1의 오랜 화두다. 돈으로 ‘드라이버 시트를 사서’ 그랑프리에 참가
하는 페이(pay) 드라이버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F1 무대에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처럼
페이 드라이버가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이 ‘페이 드라이버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유능한 드라이버가 돈을 낼 수 없어 한 명 한 명 F1 무대를 떠날 때마다 논란은 가속화된다.

 

▲ 뛰어난 재능과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트를 확보하지 못한 아드리안 수틸

페이드 드라이버가 사라져간다

페이 드라이버는 현재의 F1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레드불 등 소위 ‘돈 걱정 없는’ 대형 팀들이나 재정 문제를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토로로쏘를 제외한 모든 팀들은 페이 드라이버를 원한다. 꼭 두 시트를 다 페이 드라이버로 채울 생각은 없더라도 최소 한 명 정도는 ‘돈 보따리를 싸 들고 오는’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드라이버와 무관하게 팀을 지원하던 스폰서가 상당수 사라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팀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랑프리에 참가하는 페이드(paid) 드라이버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100% 페이 드라이버가 아니다’라고 얘기할만한 드라이버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페이 드라이버의 성격이 짙은 드라이버가 다수인 상황이다. 케이터햄이 사라지면서 코바야시가 자연스럽게 시트를 잃었고, 수틸 역시 재정난에 허덕이는 자우버를 떠난 뒤 새 시트를 찾지 못했다.

공기역학 부문의 연구 개발비 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팀 운영비를 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이버에게 급여까지 지불할 여유를 부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중소 독립 팀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로터스, 자우버, 포스인디아가 모두 상당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페이드 드라이버는 꿈같은 소리다. 남은 선택지는 그나마 페이 드라이버 중 실력이 나은 경우를 찾는 것뿐이다.

 


▲ 로터스의 개발 드라이버로 지목된 카르멘 호르다

빈 자리가 없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F1에는 11개 팀에 모두 22개의 드라이버 시트가 있었다. 하지만 케이터햄과 마루시아의 좌초로 시트는 18개까지 줄었고, 마루시아가 매노어로 간신히 무덤을 빠져 나왔지만 여전히 드라이버 시트는 20개에 불과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4~26개의 시트가 있었던 시절과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먼 과거에는 30개 이상의 시트가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문제는 정규 드라이버 시트가 줄어드는 것뿐이 아니다. 과거에는 페이 드라이버가 가져오는 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규 드라이버 시트를 내준 뒤, 능력 있는 드라이버를 테스트/리저브 드라이버 역할을 맡긴 뒤 훗날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년 자금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아 페이 드라이버라기보다 페이드 드라이버에 가까운 경우에 이처럼 테스트/리저브 드라이버로 1년 정도 정규 시트를 포기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마저도 쉽지 않다. 팀의 재정난이 극심해지면서 테스트/리저브 드라이버는 물론 ‘개발 드라이버’나 ‘시뮬레이션 전담 드라이버’ 등 정규 드라이버가 아닌 자리에도 페이 드라이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F1뿐 아니라 F1 팀이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하위 포뮬러(GP2, GP3 )의 드라이버 개발 프로그램에도 페이 드라이버가 넘쳐난다.

최근 로터스가 개발 드라이버로 발표한 카르멘 호르다의 경우 GP3에서 세 시즌 동안 단 1포인트도 얻지 못했는데(1승도 못 거뒀다는 게 아니라 포인트를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단 얘기다. ) 역할 수행이 가능하겠냐는 날 선 비판이 있었다.

 

▲ 2천만 파운드 계약을 노리고 있는 루이스 해밀턴

부익부 빈익빈?

현재 F1 드라이버 중 팀으로부터 연간 100만 유로(한화 12억 원) 이상을 받는 드라이버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중 자신이 받는 돈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자기가 끌고 온 스폰서 머니에서 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머지 절반 정도의 드라이버들이 받는 돈은 100만 유로가 안 되는 것은 물론 10만 유로(한화 1억 2천만원)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페이드 드라이버라고 불렸지만 실제로 버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돈을 내고 F1 드라이버 신분을 유지하거나 극히 적은 수입에 만족하는 이가 많은 반면, 대여섯 명의 드라이버들은 1,000만 유로(한화 12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자랑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메르세데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디펜딩 챔피언 해밀턴의 경우, 메르세데스와 계약 연장을 논의하면서 2천만 파운드(한화 기준 300억 원 이상 )를 최소한의 조건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결국 차를 개발하고 팀을 운영하는데 돈을 물 쓰듯 하는 대형 팀들이 드라이버들에게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소비하고 있다. 돈이 없는 중소형 팀은 한 명 정도 페이드 드라이버를 쓸 생각을 하더라도 ‘정말 뛰어난 드라이버’를 영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오르지 못할 나 무를 쳐다보는 격이다. 로터스의 경우 2년간 트랙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라이코넨이라는 거물을 데려올 수 있었지만 그나마 인센티브 위주의 계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터스는 계약된 인센티브마저 제때 집행하지 못했다. )

 

▲ 매노어를 통해 2015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는 로베르토 메르히

타협점은 어디에?

갑자기 F1 팀들의 경제 사정이 평등해지지 않는 한 페이 드라이버에 의존하는 중소 팀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페이 드라이버가 가져오는 돈에 의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자우버는 올해 유능하긴 하지만 어쨌든 페이 드라이버 성격이 짙은 두 명의 드라이버 에릭슨과 나스르로 드라이버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기존에 계약을 가지고 있던 반데가르데와의 법정 싸움에서 패하면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페이 드라이버들이 가져오는 돈이 적어도 문제지만 막상 계약을 한 뒤 입금이 안되던 것도 문제다. 또 정치적인 상황 등 외부적인 여건으로 입금 예정이던 돈이 막혀버리면 팀의 재정 상황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러시아 자금이 묶인 것 때문에 F1뿐 아니라 많은 모터스포츠 팀들이 한꺼번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르게이 시로츠킨과 얽혔던 자우버와 포스인디아가 모두 비슷한 상황으로 애를 먹은 바 있다.

페이 드라이버의 기량도 문제다. 최근 F1에 발을 들인 드라이버 중 상당수가 어느 정도 페이 드라이버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도 기량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마루시아의 무덤에서 부활한 매노어가 윌 스티븐스에 이어 두 번째 드라이버를 구하면서 ‘페이드라이버를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낙점된 로베르토 메르히는 분명 페이 드라이버의 성격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메르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페이 드라이버처럼 돈만 내고 F1 시트에 앉으면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량을 하위 포뮬러에서 입증한 실력파 루키다.

결국 지참금을 살펴보면서 드라이버를 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F1 중소 팀들은 적절한 자금과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 그리고 가능하다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동시에 갖춘 페이 드라이버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드라이버 라인업을 어떻게 배분해 꾸릴지, 실력과 지참금에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둬야 할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페이 드라이버의 증가로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 이상으로 F1 팀들의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 (0)
로그인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중국 전용인줄 알았더니, 캐딜락 신형 XT5 판매 시장 확대 예고

중국 전용인줄 알았더니, 캐딜락 신형 XT5 판매 시장 확대 예고

캐딜락 신형 XT5가 글로벌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GMAuthority에 따르면 캐딜락은 현재 중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2세대 XT5의 판매 시장 확대를 고려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양은 미국에서 생산된다. 글로벌 출시시 국내 도입도 예상된다. 신형 XT5는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캐딜락은 브랜드 전동화 전략에 따라 신형 XT5를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등 사실상 중국 전략형 모델로 변경했는데, 최근 미국 정부의 규제 변화에 따라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BMW M3 CS 투어링,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왜건

BMW M3 CS 투어링,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왜건

BMW가 M3 CS 투어링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신기록을 세웠다고 31일 밝혔다. M3 CS 투어링은 M3 투어링을 기반으로 엔진 출력이 5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경량화된 보디킷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29초49로 왜건 중 가장 빠르다. M3 CS 투어링은 M3 투어링을 기반으로 고성능과 일상 주행의 완벽한 조화를 목표로 개발됐다. M3 CS 투어링은 최근 국내에도 출시됐다. M3 CS 투어링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7분29초49만에 완주하면서 왜건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혼다 어코드 구매시 최대 200만원 지원, 재구매 할인 추가 적용

혼다 어코드 구매시 최대 200만원 지원, 재구매 할인 추가 적용

혼다코리아(대표이사 이지홍)가 8월 자동차 구매 프로모션을 8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혼다코리아 8월 프로모션은 어코드 구매시 최대 200만원 지원이 대표적이며, 재구매시 전 차종 100만원 할인이 추가로 적용된다. 시승 고객 대상 경품 추첨도 진행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터보 구매 시 유류비 200만 원 또는 최대 60개월 제휴금융 저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CR-V 하이브리드 2WD 구매 고객도 유류비 150만원 또는 최대 60개월 제휴금융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 인천 탄생, 지프와 푸조를 한 번에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 인천 탄생, 지프와 푸조를 한 번에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지프 푸조 통합 운영 전시장인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Stellantis Brand House, 이하 SBH)’ 인천 전시장을 운영하는 딜러사로 에펠오토를 선정하고 지프 및 푸조 브랜드의 고객 경험 강화에 나선다. 임시 운영 체제를 거쳐 오는 10월 공식 개장한다. 에펠오토는 현재 푸조 분당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푸조 대전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딜러사로, 현재 지프 전용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 전시장(인천 남동구 인주대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8월 한정 특별 프로모션 개시, GMC 시에라도 특별 할인

쉐보레 8월 한정 특별 프로모션 개시, GMC 시에라도 특별 할인

쉐보레(Chevrolet)가 무더위의 끝자락인 8월, 브랜드 인기 SUV와 픽업트럭 전 차종을 대상으로 다양한 구매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할인 프로모션 및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또한 GMC 시에라도 20대 한정으로 최대 100만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먼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모델 연식에 따라 다양한 구매 혜택이 제공된다. 2026년형 모델은 4.0% 이율로 최대 36개월, 또는 4.5% 이율로 최대 60개월까지 선택 가능한 초저리 및 초장기 할부 프로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기아 EV4 내구성 자신감, 극한 주행에도 배터리 상태 '95%'

기아 EV4 내구성 자신감, 극한 주행에도 배터리 상태 '95%'

기아 유럽 법인이 EV4 배터리 내구성에 자신감을 나타내 주목된다. EV4는 브랜드 최초의 준중형 전동화 세단으로 국내 기준 최대 533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EV4에 탑재된 4세대 배터리는 서킷 주행 등 극한의 테스트에도 배터리 상태(SoH) 95%를 달성했다. EV4는 브랜드 최초의 준중형 전동화 세단으로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통해 공기저항계수 0.23Cd를 달성했으며, 기아 전기차 중 가장 긴 1회 완충시 주행거리인 533km를 확보했다. EV4의 국내 가격은 개별소비세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볼보 신형 XC60 사전계약 개시, 가격은 6570~9120만원

볼보 신형 XC60 사전계약 개시, 가격은 6570~9120만원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신형 XC60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신형 XC60은 두 번째 부분변경으로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정숙해진 실내 등이 특징이다. 특히 B5 울트라 트림부터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섀시가 기본 탑재된다. 가격은 6570만원부터다. 신형 XC60 국내 가격은 B5 AWD 플러스 6570만원, B5 AWD 울트라 7330만원, T8 AWD 울트라 9120만원으로 책정됐다. 5년/10만km 일반 부품 보증 및 소모품 교환 서비스, 8년/16만km 고전압 배터리 보증 등이 제공된다.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아우디 A5 L 공개, 그랜저보다 긴 휠베이스..화웨이 탑재

아우디 A5 L 공개, 그랜저보다 긴 휠베이스..화웨이 탑재

아우디는 신형 A5 L 스포트백을 31일 공식 공개했다. 신형 A5 L 스포트백은 최근 국내에도 출시된 신형 A5의 롱보디 모델로 현대차 그랜저보다 긴 휠베이스, 화웨이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점등되는 아우디 로고 등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는다. 신형 A5 L 스포트백은 A4 후속인 신형 A5의 롱보디 모델이다. 신형 A5 L 스포트백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모델로 글로벌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신형 A5 L 스포트백은 PPC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장 4903m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폭스바겐코리아 EV 스마트케어 출시, 전기차 고객 우려 해소

폭스바겐코리아 EV 스마트케어 출시, 전기차 고객 우려 해소

폭스바겐코리아가 폭스바겐 브랜드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배터리 케어 서비스 ‘EV 스마트케어’를 출시한다. 본 서비스는 8월 1일 신규등록분부터 적용된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해소하고 전기차 배터리 관리의 실효성 및 운전자 편의성을 높이고자 EV 스마트케어를 마련했다. EV 스마트케어는 차량의 OBD-II(1) 포트에 간단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