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등’이라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개가 심하게 낀 날 혹은 그에 준하는 정도로 시야가 좋지 못한 날에 사용하는 등화류로, 일차적으로 나의 시야를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운전자가 나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켜진 사진에서 카메라 높이까지 직접 빛이 도달해 난반사가 일어나는 것을 참고하자.

안개등을 켠 경우, 바닥 부근 뿐 아니라 나무의 기둥도 훨씬 밝아 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빛이 높이까지 도달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전조등에 기본사양으로 HID램프를 채택한 각종 고급 수입차들도 안개등은 반드시 누런 불빛의 할로겐 전구를 사용하고 있고, 램프 하우징의 반사판 설계도 가능한 한도에서 최대한 넓게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시계가 좋지 못한 날에는 다른 운전자가 전조등보다 더 빠르게 그 안개등의 점등을 확인하고 운전에 참고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맑은 날 야간에 점등해 두게 되면 오히려 시야에 방해를 받게 된다.
밝은 빛을 내는 물체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보다 어두운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힘든 경우를 한두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수사 드라마 등에서 취조 시에 어두운 방에서 밝은 스탠드를 범인 얼굴 쪽으로 켜서 수사관의 얼굴을 잘 볼 수 없게 만들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경우를 상기 해 보시면 왜 방해가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매일 매일 벌어지고 있다. 안개등의 조사각 차이를 느껴보려면 야간에 적당한 거리에 도로 표지판이 위치 해 있을 때, 전조등과 안개등을 각각 끄고 켜 보시기 바란다. 특히, 전조등이 켜진 상태에서 안개등을 켠 경우 도로 표지판의 밝기 차이를 비교 해 보라.
물론, 전조등이 안개등보다 실제로는 좀더 밝은 램프가 사용되고, 심지어는 더 밝고 멀리 퍼지는 HID램프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켜고 다니는 전조등은 하향등으로 그 조사각이 다른 운전자에 방해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고장이나 정비미스, 또는 지형적으로 잠시 차량의 앞이 높게 정차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접 차량의 사이드 미러 아래 쪽으로만 비춰지도록 되어 있다. 신호대기 중에 안개등을 켜지 않고 전조등만 켠 채로 조심스럽게 앞 차량들을 살펴보면 이런 점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사실 안개등은 앞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방에도 별도로 안개등이 장착된 차량들이 존재하는데, 기본적으로 그 광량이 브레이크등과 동일하거나 더 밝도록 설정되어 있다.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를 쳐다볼 경우에만 바라보게 되는 전방 안개등과 다르게, 뒤따르는 차량의 운전자는 이를 계속 쳐다봐야만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상황에서 켜 두게 되면 심각한 시야방해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차장이어서 꽤 밝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후방 안개등의 불빛이 후미등에 비해서 대단히 밝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법규상으로는 후방 안개등이 강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로 수입차량에서만 볼 수 있지만, 특정 기간에 생산되었던 국산 차량들에도 장착된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구형 싼타페와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 등인데, 최근 수입되고 있는 차량들과 다르게 전, 후방 안개등을 별도로 조작할 수 없이 하나의 스위치로 조작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후방에 위치하는 램프가 후방 안개등이며 시야방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오너가 대부분일 것이다.
BMW의 최근 차량들은 안개등을 켜 두고 시동을 끄면, 다음 번 시동을 걸 때 자동으로 꺼진 채로 복귀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운전자가 깜박 잊고 그냥 두더라도 시야방해가 최소화 되도록 차량 설계가 되어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안개등을 켜고 다니기 때문에, 사실 안개등이 시야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의아해 하는 분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다. 단지, 이 내용을 접한 횟수가 적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색한 것이다. 모 회사의 차량 매뉴얼에는 명시적으로 맑은 날 안개등의 사용은 교통사고를 유발 할 수 있다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상기시키며 마무리 한다.

조혁준 객원기자 raphire@gmail.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