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 시승기…"달리는 이탈리아, 귀여워"

피아트 500 시승기…"달리는 이탈리아, 귀여워"

발행일 2012-02-16 15:53:50 김한용 기자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까지 날아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피아트 500(친퀘첸토)를 한발 앞서 시승했다.

로마 다빈치 공항에서 차를 몰고 나온 순간부터 다양한 종류의 친퀘첸토를 만날 수 있었다. 1936년 처음 만들어진 친퀘첸토는 수십여년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이탈리아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친퀘첸토는 이미 오래전 맥이 끊겼고 이번에 시승한 친퀘첸토는 2007년에 리바이벌한 신형이다.

▲ 피아트500은 평범한 주차공간을 넉넉하게 보이게 한다.
처음 이 차를 보면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젊은 여성들이라면 반드시 한눈에 반할 디자인이다. 국내 모 중고차 사이트 설문에 따르면 이 차는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수입차라고 했다. 디자인 외에는 국내에 그다지 알려진게 없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이 디자인이 얼마나 아름답게 여기는지를 알리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 500? 친퀘첸토?

500을 이탈리아 말로 친퀘첸토(Cinquecento)라고 읽는다. 굳이 이 시승기에서 500이라는 글자 대신 친퀘첸토라 적는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이 차를 500이라 쓰고 '화이브헌드레드'라 읽는 대신 '친퀘첸토'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동차 뒤에 'FIAT 500'이라고 쓰여진 차는 70년대에 이미 맥이 끊겼고 90년대에 다시 리바이벌한 이 차에는 대신 'FIAT Cinquecento'라는 뱃지가 붙었기 때문이다. 배기량이 500cc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게 아닐까 생각된다.
▲ 90년대에 반짝 등장했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던 친퀘첸토.
현행 친퀘첸토는 90년대 말 명맥이 끊겼다가 2007년 들어 다시 부활한 모델인데, 이때는 500이라는 뱃지가 다시 붙었다. 따라서 이를 70년대 'FIAT 500'의 후손으로 볼 것인지 90년대 'FIAT Cinquecento'의 후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질 수 있겠다. 다행히 피아트 관계자들을 비롯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차를 '친퀘첸토'라고 부르고 있어서 별다른 혼란은 없다.

본래 500은 차량의 배기량과 무게를 뜻하는 것으로 최초의 500은 500kg가량의 차체 무게에 500cc 언저리의 2기통 엔진을 장착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친퀘첸토는 69마력 1.2리터 4기통 엔진을 기본으로 1.4리터 디젤, 터보 등 다양한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각종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85마력의 0.9리터 2기통 터보, 200마력 1.4리터의 아바르트(Abarth) 버전까지 내놓고 있다.

◆ 정말 귀여운, 정말 훌륭한 자동차

로마 관광지를 걷다보면 오래된 친퀘첸토의 곁에서 사진을 찍는 한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자동차의 가장 강력한 매력은 귀여운 외관이다. 누구나 바라보는 순간 한눈에 인식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차는 쏘나타나 아반떼 같은 승용차라는 느낌보다 미키마우스나 뽀로로같은 캐릭터 상품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신형 친퀘첸토도 이 점에는 변함이 없다. 차에 타면 그저 웃음이 나온다. 마치 내가 만화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 로마에선 친퀘첸토의 곁에서 포즈를 취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다.
뒷쪽 해치를 열고 여행용 대형 트렁크를 집어넣는다. 얼핏 보면 좁아보이긴 했지만 대형 트렁크와 기내용 트렁크 한개를 집어넣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면 당연히 훨씬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은 역시 성인 남성이 앉을만한 공간은 아니다.

실내에 앉으니 환한 실내로 인해 기분이 즐거워진다. 대시보드는 차체 외관색으로 도색돼 있고 버튼을 비롯한 각종 부품은 모두 흰색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일반적인 자동차의 실내가 검정색 계통인것을 감안하면 신선하게 느껴진다.

동그랗고 커다란 변속기 레버가 앞쪽에 달려 있어서 변속하는 느낌이 조금 색다르다. 어색하다는 느낌보다는 독특한 차를 타고 있다는 재미로 여겨진다.
▲ 피아트 500 의 실내
계기반도 엔진회전수(RPM)게이지와 속도를 나타내는 속도계가 나란히 붙어 있는 일반 자동차들과 달리 하나의 원 안에 겹쳐져 있다. 안쪽은 RPM, 바깥쪽은 속도계를 나타낸다.

디자인이 예쁘니 운동성능은 기대를 하지 않게 되지만, 정작 차를 몰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모양은 여성적이지만 달리는 느낌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빠릿빠릿하게 달리는 느낌이 일품이다.

현대차 신형 i30에 달려 핸들의 단단한 정도를 조절하는 버튼, '플렉스 스티어'는 진작부터 친퀘첸토에 달려있었다. 버튼을 눌러서 도심(CITY)모드로 하면 스티어링휠이 가벼워지는 기능이다. 일반 모드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스티어링휠이 굉장히 단단해진다. 안정적인 직진성향도 두드러져 울퉁불퉁한 로마 고속도로에서 손을 놓고 달려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소형차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세팅으로 보인다.
▲ 당당한 신형 친퀘첸토의 뒤편에 폭스바겐 뉴비틀이 보인다.

시속 150km 이상까지 쭉 올려붙여보지만 부족함은 없다. 한국의 국도보다 못한 로마의 고속도로에서 이 이상 속도를 내는건 무리다. 어쨌거나 이 속도 안에서는 어떤 영역에서건 달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노면의 잔 충격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점이나, 이렇게 잘 돌아나갈 수 있는가 싶은 정도의 코너링이 매우 즐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시승차는 수동이다. 시퀀셜 타입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은 이처럼 힘이 넘치거나 빠릿빠릿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과거와 현재의 교량

최초의 친퀘첸토야 몸을 집어넣는게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우 작은 차지만 실상 이번의 친퀘첸토는 그와 비슷하지도 않은 정도의 큰 차(?)다. 이 차는 국내 경차 기준까지 살짝 넘는 전폭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비록 엔진도 0.9리터 모델이 있긴 하지만 가장 저렴한 모델이 1.2리터 엔진이므로 국내 경차 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정도의 대배기량(?)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친퀘첸토와 이 차의 외관을 비교해 보면 두 차는 전혀 같은 곳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핏줄을 이어 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비율에서나, 전면을 바라볼 때 느낌이 마치 애완용 강아지의 얼굴을 보는 듯한 이미지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 차는 단연 친퀘첸토라고 느낄 수 있다. 다만 기존의 500이 올드카 디자인이었다면, 이번의 친퀘첸토는 복고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느 면에서 보나 최신 디자인, 미래의 디자인이라고 느껴진다.

사실 친퀘첸토는의 단순히 한대의 차로 볼 일이 아니다. 친퀘첸토는 전후 이탈리아의 부흥기의 상징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집집마다 처음 차를 갖게 됐던 그 시절. 아련한 향수가 배어있는 추억의 아이콘이다. 당시 뒷좌석에 앉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장해 자신이 운전대를 잡을 나이가 됐고, 힘겨운 이탈리아인들은 당시 찬란했던 기운을 되살리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친퀘첸토의 부활은 제조사가 원했다기보다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진것이었다.
▲ 이탈리아 거리에선 그 어떤 차보다 잘 어울린다. 바로크 건축 양식이 그들의 핏줄에 녹아있는 듯 하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같은 배경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친퀘첸토에 대한 강력한 소구점을 찾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귀여운 디자인'에 대한 갈망에 가까운 것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그러다보니 그 값비싼 MINI가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일게다.

로마의 험준한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사실 독일차보다는 피아트가 어울린다. 국내 노면도 아우토반에 비해 이탈리아에 가깝다. 그래서 친퀘첸토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경쟁모델 MINI나 폭스바겐의 신형 비틀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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