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전만 해도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단순했다. 뱀파이어가 어둠속에서 나타나 사람의 피를 빨며 생명을 연장하는 식이었다. 우리나라로 얘기하자면 구미호가 사람 간을 몰래 빼먹다가 들켜 죽임을 당하는 일차원적인 수준.
하지만 호러나 스릴러물에만 등장 했던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90년대 들어 다양한 장르에서 차용되고 뱀파이어 나름의 고뇌, 인간과의 공존 등 다양한 스토리로 발전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최근 개봉한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 part2’는 뱀파이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늑대인간과의 숙명적인 싸움, 인간과의 공존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고 동명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만큼 탄탄한 구성도 돋보인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가 개봉되고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뱀파이어의 인간화다. 신분을 드러내든 숨겨온 뱀파이어가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며 파티를 즐기고 사랑을 한다. 밤이면 박쥐가 돼 날아다니기보다 멋진 승용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즐긴다.
◆ 뱀파이어는 자동차를 좋아해
뱀파이어들은 젊어도 대부분 수백살. 오랜 세월 예술을 즐긴 귀족 출신인 만큼 그들의 자동차 편력도 대단하다. 스포츠카에서부터 고급세단, 리무진, 머슬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는 뱀파이어의 차로 볼보가 등장한다. 단순히 영화사와 볼보가 PPL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원작소설에서부터 주인공의 차량은 볼보로 설정됐다. 또 원작자인 스테프니메이어 또한 제작사에도 강력하게 볼보를 사용해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뱀파이어의 차갑지만 따뜻한 이미지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품고 있는 볼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싸움을 그린 영화 ‘언더월드’에서는 고급스런 스포츠카가 등장한다. 마세라티 3200GT가 주인공 셀린느(케인트베킨세일)의 차로 나온다. 섹시한 여전사와 마세라티의 독특한 디자인은 음산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낮에도 활동이 가능한 ‘데이워커’로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블레이드’는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에 걸맞게 거친 소리를 내뿜는 머슬카를 탄다. 블레이드가 타는 차는 오래된 닷지 차처로 머스탱, 카마로와 함께 미국 머슬카를 대표하는 차다.

뱀파이어가 인간을 완전히 지배해 인간을 사육하고 피를 얻는다는 내용의 영화 ‘데이브레이커스’에서는 크라이슬러 300C가 등장한다. 뱀파이어의 쾌적한 운전을 위해 모든 유리창은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까맣게 가려졌다. 지붕에 달린 카메라가 밖의 상황을 알려주고 마치 게임을 하듯 스크린을 보고 운전해야 한다.

뱀파이어 영화가 점차 발전하고 캐릭터가 다양해지면서 그들의 자동차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백년을 살아온 뱀파이어의 자동차 고르는 안목도 영화를 보는 재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