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F1] 빠른 차는 아름다울 수 없는가?

[inside F1] 빠른 차는 아름다울 수 없는가?

발행일 2014-02-12 19:08:59 윤재수 칼럼리스트

F1 2012 시즌을 앞두고 새 시즌 규정 변화에 맞춘 레이스카가 공개되었을 때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른바 ‘스텝드 노즈’로 불리는 계단처럼 층진 노즈 디자인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팀들이 ‘스텝드 노즈’를 채택한 가운데 전통의 강팀인 맥라렌은 예외적으로 매끄럽게 빠진 아름다운 노즈 디자인의 레이스 카를 선보였다. 그리고 시즌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맥라렌의 젠슨 버튼은 “(우리) 차는 아름답고, 그녀는 빨랐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2 시즌의 챔피언 경쟁은 ‘아름답지 못했던’ 레드불과 페라리의 대결로 마무리되었다.

!
그리고 한 달 전 F1 2014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레이스카가 공개되자 팬들은 2012
년과는 비교하기 힘든 큰 충격에 빠졌다. 과연 빨라지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해괴망측한 노즈 디자인이 각 팀에서 쏟아져 나왔다. 물론 F1에서 ‘더 빠르지만 아름답지 못한’ 차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F1 레이스 카에 처음 부착되기 시작한 ‘윙’의 초창기 모습
 
1960년대 중반까지 그랑프리 레이스에 출전하는 레이스카의 형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원통형의 차량 디자인은 1930년대의 그랑프리 레이스 카와 크게 달라지지 않
았고, 제 2차 세계 대전 이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스포츠카의 디자인과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F1이 출범한 뒤에도 차체가 조금씩 납작해진 것이나 엔진의 위치가 드라이버 앞쪽에서 뒷쪽으로 옮겨간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는 없었다.
!
하지만 40년 가까이 사람들의 눈에 익었던 차량 디자인은 1960년대 말 큰 변화를 맞았다.
F1 레이스카에 윙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량 뒷쪽 높은 위치에 붙은 날개는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복엽기를 연상하게 했고, 프론트에까지 같은 형태의 윙을 단 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레이스 카는 물론 시판 스포츠 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윙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반응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일단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불안해 보였고( 실제로 많은 사고가 났다. ), 무엇보다 기존의 ‘아름다운 차’에 대한 이미지와 맞지않았다.
 
 
▲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 로터스 72의 혁신적인 디자인
 
윙의 형태가 보다 안정되고 노즈는 납작한 쐐기 모양의 웻지 윙 형태로 바뀐 것은 물론 사이드포드가 콕핏 양쪽에 붙기 시작한 로터스 72의 디자인은 더 큰 이질감을 불러왔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콜린 채프만의 혁신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의 분위기가 썩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970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게 될 요헨 린트 역시 새로운 시스템이 계속 추가되는 것을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팬들에게 더욱 낯설게 여겨졌다.
 
하지만 1970년부터 등장한 새로운 디자인의 흐름은 1970년대 레이스 카 디자인의 기본이 되었다. 잠시 등장했던 롤 후프 위로 높게 솟은 에어 덕트가 사라지고, 1970년대 말 등장한 그라운드 이펙트를 위한 디자인( 사이드 스커트나 벤츄리 터널 ) 등이 나타나고 또 사라져갔지만, 너무나도 어색했던 ‘사이드포드의 존재’만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포뮬러 레이스카라면 당연히 당연히 사이드포드가 달린 모습을 떠올리고, 그 형상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 1990년대 초 등장한 하이 노즈 디자인의 레이스 카 중 하나인 베네통 B192
 
F1 레이스 카의 디자인은 1990년대 초에 은근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른바 ‘하이 노즈’의
등장이 그것이다. 어떻게든 땅에 바짝 달라붙도록 만드는 것이 최고라고 여겨지던 차량 디자인 철학은 큰 변화를 맞았고, 1990년대 중반에 다다르면서 많은 팀들이 하이 노즈의 효과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엔지니어들에게는 하이 노즈가 정답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요구에 의해 바뀐 차량의 모습은 팬들에게 결코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낮게 깔린 ‘노즈 콘’의 멋진 레이스 카들에 익숙해 있던 F1 팬들에게 들창코처럼 바짝 들린 노즈는 탐닥지 않게 여겨졌다. 기존의 ‘비행기’ 같은 이미지가 있던 포뮬러 레이스카가 왠지 ‘배’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도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하이 노즈가 F1의 주류가 되어가는 사이 팬들 역시 서서히 하이 노즈에 적응해 버렸다. 2000년대로 넘어 와서는 사람들이 로우 노즈와 하이 노즈라는 개념 자체를 가지고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를 따지지는 않게 되었다. 이제는 하이 노즈가 어색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 많은 팬들을 당황시킨 2014 시즌 레이스 카 맥라렌 MP4-29의 노즈 디자인
 
2000년대 들어서도 차량 디자인은 여러차례 ‘아름다움’과 공기역학적 효과’의 딜레마 속
에서 난제를 풀어야 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너무나도 많은 에어로 파츠가 차량 외부에
덕지덕지 붙는다고 불평 불만이 쏟아졌고, 2009년 대부분의 에어로 파츠가 금지되자 반대로 이전이 좋았다는 사람들도 나왔다. 2009년 리어 윙이 높고 좁게 바뀌었을 때는 ‘이렇게 못 생긴 F1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높고 좁은 리어 윙이 크게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2012년 이른바 ‘스텝드 노즈’의 등장은 차량 디자인에서 엔지니어적인 접근과 미적 접근
중 어느 쪽이 중요한지에 대한 극명한 대립을 보여줬다. 결국 많은 팀들은 아름다움보다는 성능을 택했다. 아쉽게도 ‘익숙한 모양’이나 ‘부드러운 곡선’만으로는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이듬해 ‘코스메틱 패널’ 즉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부품 추가를 허용했지만 일부 팀은 이마저도 채택하지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레이스 카들이 달리는 F1은 아무래도 아름다운 레이스카가 달리는 F1보다는 덜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특히 각 F1 팀의 엔지니어들은 더 빠른 차량을 원한다. 비슷한 경향은 스포츠카 디자인, 특히 수퍼카 디자인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기존에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에 익숙해져버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2014 시즌의 ‘매우 아름답지 않은’ 디자인에 사람들이 익숙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사람들이 이 당황스런 디자인에 익숙해지기 전에 규정이 정비되면서 자연스럽게 보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차량이 만들어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기아 스포티지 2026년형 조용히 출시, 가격 2863~3995만원

기아 스포티지 2026년형 조용히 출시, 가격 2863~3995만원

기아가 2026년형 스포티지를 출시했다. 2026년형 스포티지는 연식변경으로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과 공기청정 시스템, 오토디포그, 레인센서 등 고객 선호 사양이 기본 탑재됐으며, 트림에 따라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등이 추가됐다. 가격은 2863만원부터다. 2026년형 스포티지 세부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1.6 가솔린 터보 프레스티지 2863만원, 노블레스 3197만원, 시그니처 3458만원, X-라인 3522만원이다. 2.0 LPG는 프레스티지 2927만원, 노블레스 3261만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BYD 씨라이언7 출시, 가격 4490만원..180만원 선제적 지원

BYD 씨라이언7 출시, 가격 4490만원..180만원 선제적 지원

BYD코리아는 씨라이언7 가격을 공개하고 계약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씨라이언7은 쿠페형 디자인의 전기 SUV로 82.5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시 환경부 기준 398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4490만원이며, BYD코리아는 180만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씨라이언7 가격은 세제혜택 반영 후 기준 4490만원이다. 씨라이언7은 전기차 보조금 산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BYD코리아는 씨라이언7의 보조금 확정 전 출고를 희망하는 고객을 위해 180만원을 선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폴스타5 공개, 884마력 퍼포먼스 전기차..국내 출시는?

폴스타5 공개, 884마력 퍼포먼스 전기차..국내 출시는?

폴스타는 폴스타5를 9일 공개했다. 폴스타5 고성능 그랜드 투어러(GT)로 폴스타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와 고성능 전기모터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폴스타5는 112kWh 배터리로 WLTP 기준 최대 670km를 주행하며, 최대 884마력을 발휘한다. 국내 출시도 예정됐다. 폴스타5는 고성능 GT로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등과 경쟁한다. 폴스타5는 국내에는 2026년 2분기 중 공식 출시된다. 폴스타5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폴스타5는 폴스타 최초로 자체 개발한 PPA(Pol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벤츠 C클래스 전기차 티저 공개, 초대형 그릴 탑재..800km 주행

벤츠 C클래스 전기차 티저 공개, 초대형 그릴 탑재..800km 주행

벤츠는 C클래스 위드 EQ 테크놀로지(With EQ Technology, 이하 전기차) 티저를 8일 공개했다. C클래스 전기차는 벤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MB.EA를 기반으로 최대 8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전면부에는 초대형 그릴이 탑재됐다.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벤츠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GLC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전기차 라인업 정비에 나섰다. 벤츠는 BMW 3시리즈 전기차와 경쟁을 목표로 C클래스 전기차 티저도 함께 공개했으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포르쉐 911 터보 S 공개, 701마력 하이브리드 탑재..제로백 2.5초

포르쉐 911 터보 S 공개, 701마력 하이브리드 탑재..제로백 2.5초

포르쉐는 신형 911 터보 S를 8일 공개했다. 신형 911 터보 S는 992 부분변경의 초고성능 버전으로 두 개의 e터보 시스템과 전기모터, 1.9kWh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를 탑재해 총 출력 701마력, 제로백 2.5초의 성능을 갖췄다. 국내 가격은 3억4270만원부터다. 신형 911 터보 S는 992 부분변경의 초고성능 버전으로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운영된다. 신형 911 터보 S는 최상급 핸들링과 퍼포먼스, 일상에서의 실용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모델로 평가 받는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프리우스 사륜구동 출시, 가격은 4530만원

토요타 프리우스 사륜구동 출시, 가격은 4530만원

토요타코리아는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는 후륜 차축에 전기 모터가 추가된 사륜구동 모델로 총 출력 199마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 20km/ℓ를 확보했다. 주행 안정성도 제공한다. 가격은 4530만원이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는 E-Four 시스템을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이다. 이번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AWD XLE 출시로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되며, 고객의 다양한 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아우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 가격은 6968만원

아우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 가격은 6968만원

아우디코리아는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는 가솔린 모델로 트림에 따라 최고출력 204마력/272마력을 발휘한다. 상위 트림은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인터렉션 라이트 등을 제공한다. 가격은 6968만원부터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는 가솔린 모델로 40 TFSI 콰트로와 45 TFSI 콰트로로 운영된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출시로 디젤 TDI와 함께 Q5 스포트백 풀라인업이 완성됐다. Q5 스포트백 TFSI 콰트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폭스바겐 ID.크로스 콘셉 공개, 모두를 위한 소형 전기차

폭스바겐 ID.크로스 콘셉 공개, 모두를 위한 소형 전기차

폭스바겐은 ID.크로스 콘셉트를 8일 공개했다. ID.크로스 콘셉트는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로 폭스바겐의 새로운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WLTP 기준 42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릴렉스 모드 등을 제공한다. ID.크로스 콘셉트는 향후 양산된다. ID.크로스 콘셉트는 폭스바겐의 네 번째 콤팩트 전기 콘셉트카이자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ID.2all의 양산 모델인 ID.폴로(Polo)를 시작으로 ID.폴로 GTI, ID.크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지프, 9월 출고 고객 특전… 어벤저 연중 최대 혜택

지프, 9월 출고 고객 특전… 어벤저 연중 최대 혜택

모험과 자유의 아이콘 지프(Jeep®)가 9월 30일까지 전국 전시장에서 전 차종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출고 고객을 위한 9월 한정 혜택을 제공한다. 9월 내 지프의 대표 모델 랭글러를 출고하는 고객에게는 5년/13만km 연장보증 서비스 또는 오토 파워 사이드 스텝 중 원하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 차종에 블랙박스와 하이패스가 기본 제공된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구매를 서두르려는 수요가 높아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