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영화‘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는 갑작스럽게 사라
진 GM의 첫 전기차인 EV1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시대를 앞서 간 차가 왜 사라지게 됐
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갑작스러운 EV1의 단종을 둘러싸고 석유업계 로비설과 완성차 업계의 배후설 등 끊임없는 음모론이 제기된다. 전기차가 확산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정유업계와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와 관련 부품 업체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실제로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전기차의 시초는 1828년 고안된 헝가리의 Anyos Jedlick가 전동기 실험용 장치를 고안하여 제작한 전기차 모형을 최초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후 189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많이 팔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기차는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휘발유 가격과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량 생산 체제 구축으로 인해 자동차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1900년대 초반에 Ford가 속도, 주행거리 및 편의성을 갖춘 저가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시작함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특히 1920년대에 Texas 원유의 발견으로 휘발유와 내연기관 차량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 하락과 고성능화를 따라가지 못한 전기차는 설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전기차는 1990년대 환경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표한‘배기가스
제로법’의 제정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미국 GM은 1996년
에 전기차인 EV1을 개발하여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EV1은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춘 완성차 업
체에서 생산된 최초의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V1은 1회 충전에 약 16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으며, 최고 속도는 130km/h까지 운행이 가능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 Infra 뿐만 아니라 전기차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유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반발 및 소송으로 인해 California Air Resource Bord(CARB)규정의 강도가 약화되었고, GM에서 개발한 EV1은 2002년에 생산을 중단하였으며 2004년 8월까지 운행중이던 EV1을 모두 회수하여 전량 폐기 처분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Toyota에서 생산 판매중이던 RAV4-EV와 Honda의 EV-plus 역시 생산이 중단되었다.

전기차가 확산될수록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정유업계와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다.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나게되면 기존 업체들은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게 되
고 이를 대응하지 못할 경우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의 반발로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자동차부품 공업협회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량 1대를 만들려면 약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약 1.9만개의 부품으로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와 2차전지로 대체되면서 엔진 부분과 연료분사장치, 점화장치, 흡배기 장치 등 수많은 기계 장치와 부품들이 사라지게 된다.

GM에서 출시한 EV1이 폐기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하락한 이후 2000년 후반
들어 각국의 에너지 및 환경 관련 규제가 대두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
는 분위기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전기차 확산의 장애 요인이었던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들도
느리지만 서서히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8년에 Tesla가2인승 스포츠카인 Roadster를 출시한 이후 2010년을 전후로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새로운 전기차들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종류의 PHEV, BEV 등의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전기차의 미래를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