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모델을 시승했는데 기존 자연흡기 1.6L 가솔린 엔진보다 배기량은 200cc 낮으면서도 출력과 토크 그리고 연비는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한마디로 연소효율성이 더욱 올라갔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엔진이 아베오 모든 라인업에 기본으로 적용되었고 쉐보레 준중형 모델 크루즈도 1.8L 가솔린 엔진은 단종되고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주력이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 또한 다운사이징 엔진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YF쏘나타는 V6 3.0L 이상 배기량을 지닌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할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으며 현재 판매되는 LF쏘나타에도 북미에 먼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것은 물론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최고출력 178마력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결합한 쏘나타 ECO 트림을 최근 선보이며 북미에서 판매 중이다.
쏘나타 1.6L 가솔린 터보는 최고출력은 기존 2.4L 자연흡기 엔진보다 약간 낮지만 27kg.m에 달하는 최대토크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덕택에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력은 2.4L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보다 더 강력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내 연비가 미국 기준으로 28Mi/G으로 2.4L 자연흡기 엔진보다 3Mi/G 더 높아졌다.
쏘나타 뿐만 아니라 내년 출시될 예정인 아반떼 후속 모델에 1.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는 뉴스기사가 배포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이 주력이 되고 있어서 아반떼 후속 모델은 현행 1.6L GDI 가솔린 엔진을 대체할 새로운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또한 작년부터 SM5에 V6 2.5L 엔진을 대체할 190마력 1.6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M5 TCE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SM5 이외 다른 모델에는 아직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연소효율성을 높여 출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은 그러나 공기를 강제로 엔진에 밀어 넣는 터빈에 흡입 압력을 조절하는 액츄에이터 등의 고가 부품이 탑재되기 때문에 동 배기량 가솔린 엔진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연소실에 더 많은 공기와 연료를 밀어 넣기 때문에 연소될 때 자연흡기 엔진보다 열이 더 많고 터빈의 경우 시동을 걸고 충분히 예열과 후열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1, 빠른 예열과 후열 그리고 터빈의 내구성 확보
이미 현재 판매되는 디젤 승용차에는 필수적으로 터빈이 장착되어 있는데 주행거리가 길거나 관리가 제대로 안된 디젤 승용차를 타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마다 휘파람 또는 선풍기 소리가 엔진룸 쪽에서 들릴 것이다. 이 소리가 크게 들리면 해당 터빈은 교체를 해야 하는데 보통은 냉간 시 시동을 건 후 엔진회전수를 크게 높여 출발하면 터빈 내부의 윤활이 제대로 안되 터빈이 망가질 확률이 높다.
그나마 디젤 엔진은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 가혹 주행 환경에서도 배기온 문제는 없지만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배기가스 온도가 쉽게 올라가기 때문에 디젤 엔진 탑재되는 터빈보다 내열성을 높여야 한다. 터빈의 내열성 확보는 자동차 메이커 또는 관련 부품업체에서 수 많은 테스트를 거친 후 해결했을 것이지만 기본적인 예, 후열 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터빈이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 디젤 엔진의 경우 터빈이 망가지면 검은 매연이 바로 뿜어져 나오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도 가속이 거의 되지 않는다. 가솔린 터보 엔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 엔진오일 등의 소모품 교환주기가 길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에서 생산 판매하는 승용차의 엔진오일 교환 주기를 보면 통상 주행 환경에서 자연흡기 엔진은 15,000km에서 교환하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가혹 주행 환경에서는 7,500km에 교환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 제네시스쿠페, 쏘나타, 벨로스터 터보 등의 현대 기아차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엔진오일 교환 주기가 대부분 자연흡기 엔진의 엔진오일 교환 주기보다 짧으며 통상 주행 환경에서는 8,000km에서 교환해야 하며 가혹한 주행 시 5,000km에서 교환하라고 표기되어 있다. 아무리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이 연비와 출력이 자연흡기 엔진보다 좋다고 해도 엔진오일을 포함한 소모품 교환주기가 짧다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엔진오일이 변질 및 산화되지 않도록 오일 자체의 내구성이 더 좋아지고 있으며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의 엔진오일 교환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3, 연비를 높이는 에코드라이빙 행사를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기적으로 개최해야
급 가속 급 제동을 하지 않는 에코드라이빙은 모든 자동차에 해당 되지만 특히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가속할 때 조금이라도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 연비가 5km/l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쉽게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엑셀레이터 페달을 아주 살짝 밟기만 하면 연비가 금새 크게 올라가는데 기자의 경험으로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보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더 많이 나며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에어컨 가동 및 엔진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해 연료를 더 많이 분사하기 때문에 운전 습관으로 인한 연비 차이가 더 크게 난다.
아무리 연비가 높다고 해도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좋지 않다면 운전자는 자동차에 실망할 것이며 이러한 불만을 최소화하고 고객들이 에코드라이빙 운전 습관을 최대한 숙지할 수 있도록 자동차 메이커들이 노력해야 한다.
사실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의 가장 중요한 성공 조건은 세 번째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가속력이 좋고 실용 영역에서 자연흡기 엔진보다 저회전 토크가 좋다고 해도 배기량이 낮아진 만큼 연비가 좋지 못하면 운전자들은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에 대해 실망과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을 확대 적용하고 있는데 인증 받은 공인연비만 높은 것이 아닌 다양한 운전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연비가 나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