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승용차에 디젤 엔진 탑재가 허용되면서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 승용차를 선호하게 되었고 2010년 이후 국산차에서도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솔린, LPG 엔진과 비교해서 월등히 앞서는 연비 덕택에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디젤 승용차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다.
경쟁력이 뛰어난 디젤 엔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부품이 있다. 엔진에 따라 다르지만 엔진 앞쪽이나 뒤쪽에 보면 성인 주먹 크기보다 약간 더 큰 쇠뭉치처럼 보이는 부품을 볼 수 있는데 공기를 강제로 연소실에 밀어 넣는 역할을 하는 이 부품은 바로 터보차저이다.
터보차저는 디젤 뿐만 아니라 가솔린 엔진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연료에 상관 없이 엔진 배기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출력과 토크는 종전 가솔린 엔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LPG 엔진의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아직 터보차저가 적용된 경우가 없지만 최근 직분사 가솔린 엔진처럼 LPG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LPDI 엔진을 출시했는데 이 엔진에도 터보차저가 탑재되었다.

터보차저의 역할은 오직 하나 배기가스의 힘으로 터보차저 내부의 터빈을 돌려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연소실에 강제로 밀어 넣는 역할만 한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터보차저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0만-30만rpm을 회전하는데 내연기관 엔진의 경우 아무리 높여도 레이스 엔진이 아닌 이상 1만rpm을 넘지 않는 걸 감안하면 터보차저 내부 회전속도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엔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회전속도로 터빈이 돌아가기 때문에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특히 터보 내부의 베어링은 터보차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베어링을 가혹한 열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보호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터보차저 내부 베어링은 엔진오일에 의해 보호가 된다.
클린 디젤의 일등공신 VGT 터보차저

디젤 엔진에 탑재되는 터보차저의 경우 일부 저가형 디젤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터보차저가 VGT 형식의 터빈이 적용되었다. VGT는 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의 약자이며 배기가스 용량에 따라 임펠러 주위에 있는 베인이 열리고 닫힌다. 메이커에 따라 VGT 대신 VNT 또는 VTG라는 명칭을 부여하기도 한다.
기계식 터보차저가 탑재된 과거 디젤 엔진의 경우 탑재된 터보차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터보차저가 작동하기 위한 배기가스 유량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터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는데 대체로 1,500rpm 이하의 저회전에서 토크를 힘을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회전에서 임펠러 주위에 배기가스 유량에 따라 각도가 변화하는 베인을 설치하여 저속에서는 베인을 눕히고 고속에서 베인을 최대한 세워 배기가스가 빠르게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VGT 원리다.

저속에서 토크를 증대시키고 터보랙을 최소화한 VGT 터보차저가 가솔린 엔진에는 적용을 할 수 없을까? 가솔린 엔진에도 적용 가능하다. 2006년에 공개된 포르쉐 997터보에 VGT 터보차저가 적용되었는데 포르쉐는 이 터보차저를 VTG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하지만 거의 보편적으로 적용된 디젤 승용차에 비해 가솔린 엔진에는 VGT 터보차저를 적용한 자동차가 거의 없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배기가스 온도의 차이 때문에 가솔린 엔진의 터보차저는 디젤에 탑재되는 터보차저와 비교해서 더욱 열에 강한 재질이 적용되어야 한다. 참고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온도는 아무리 높아봐야 섭씨 850도를 올라가지 못하는데 가솔린 엔진의 경우 가혹한 주행에서 900도는 우습게 넘기며 심한 경우 1,000도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는 재질을 VGT 터보차저 내부 베인에 적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터보차저 제조 원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고 결론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크게 인상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공기를 연소실에 많이 밀어넣을 수록 파워가 증대되는 디젤 엔진과 다르게 강제로 점화하는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과 다르게 낮은 rpm에서 공기흡입 요구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낮은 rpm에서 많은 공기를 밀어 넣는 VGT 터보가 불필요하다.
가솔린 엔진에 높은 출력을 더해주는 트윈스크롤 터보

대부분의 디젤 엔진이 VGT 터보차저를 적용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가솔린 엔진은 트윈스크롤 터보차저가 적용된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또한 VGT처럼 낮은 rpm에서도 터빈이 충분히 돌릴 수 있도록 고안되었지만 원리는 전혀 다르다.
직렬 4기통 엔진은 1-3-4-2 실린더 순으로 연소되는데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는 이 점을 착안하여 1번과 4번 그리고 2번과 3번 실린더에서 생성된 배기가스를 매니폴드에서 각각 하나씩 묶어 매니폴드 출구와 터보차저의 배기가스 입구가 2개로 나눠져 있다.
낮은 rpm에서는 둘 중 하나의 입구만 열리는데 보통 1, 4번 실린더에서 생성되는 배기가스가 낮은 rpm에서 먼저 열리며 일정 rpm 이상이 되면 2, 번 실린더 배기가스도 터빈에 유입되어 엔진 파워를 증대시킨다. 낮은 rpm에서 터보차저에 유입되는 배기가스 통로가 하나만 열리기 때문에 배기가스 유속이 상당히 빨라 터보래그를 크게 줄이고 연비향상을 도모했다.

디젤 VGT 터보차저는 배기온 문제 등으로 가솔린 엔진에 탑재하기 힘들지만 디젤 엔진에는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장착할 수 있으며 이미 디젤 엔진에 VGT 그리고 트윈스크롤 적용한 완성차 업체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BMW 2.0L 디젤 엔진이며 엔진 반응이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터보래그를 거의 느낄 수 없고 자연스러워 호평받고 있다.
예열과 후열하는 습관을 꼭 들이자.

단순히 배기가스 압력으로 터보차저를 작동시키는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엔진 특성에 맞춰 배기가스 압력과 유속을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파워 뿐만 아니라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이고 있다.
지금은 유례없는 저유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연비를 더욱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높은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엔진 출력과 토크를 더욱 높여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터보차저가 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터보차저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터보가 없는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서 섬세한 관리를 요구한다. 특히 시동을 걸고 바로 급 출발하거나 가혹한 주행 후 바로 시동을 끄면 터보 내부에 있는 엔진오일이 고착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쉐보레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나 현대 베라크루즈 등 일부 국산차 모델은 냉각수 일부가 터빈 주위를 돌아 냉각하는 수냉식 터보차저가 탑재되어 예열과 후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 해도 예열과 후열은 어느 정도 지켜주는 것이 터보차저 수명 증대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