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V6 3.0L를 초과하는 대형세단에서나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고 그 이하 배기량을 지닌 엔진에서는 거의 대부분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GM 대우 토스카를 시작으로 5단 혹은 6단 자동변속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6단 자동변속기가 주력이 되었고 배기량이 큰 대형세단에는 8단 이상의 단수를 가진 자동변속기가 탑재되고 있다.
국내 그리고 북미에서 판매되는 중형세단 또한 아직까지 대부분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는데 크라이슬러는 7단도 아니고 무려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국내 출시했다. 북미에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쉐보레 말리부, 포드 퓨전 등과 경쟁하는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알파로메오 쥴리에타 그리고 아래 급 중형세단 닷지 다트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200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힘을 내는 2.4L 가솔린 엔진 그리고 ZF에서 가져온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그리고 국내 수입되지 않지만 V6 3.6L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는 고성능 모델이 북미에서 판매되고 있다. 변속기 뿐만 아니라 엔진 또한 경쟁 모델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C 독특한 특징이 있는 파워트레인
200C의 주력 엔진인 2.4L 가솔린 엔진은 타이거샤크라는 명칭이 붙어있는데 경쟁 모델과 다르게 SOHC 엔진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DOHC 엔진은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를 담당하는 2개의 캠 축이 설치되어 있는데 SOHC 엔진은 하나의 캠 축이 흡, 배기 밸브를 모두 담당한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SOHC 엔진은 하나의 실린더에 흡 배기 밸브가 1개씩(혹은 흡기밸브 2개, 배기밸브 1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200에 탑재되는 타이거샤크 2.4L 가솔린 엔진은 SOHC 형식임에도 흡, 배기밸브가 2개씩 적용되어 있다. SOHC 방식이면서도 흡, 배기밸브가 2개씩 적용한 대표적인 브랜드는 혼다가 있지만 혼다 또한 현재 생산되는 4기통 가솔린 엔진은 모두 DOHC 엔진이다.
특이한 것은 아래 급 2.0L 가솔린 엔진은 DOHC 형식이라는 점이다. 무슨 이유로 2.4L 가솔린 엔진만 SOHC 형식이 적용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낮은 rpm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는 SOHC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듯 하다.
저rpm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면 시내 주행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또한 가장 낮은 항속 기어비를 낮게 설계해도 항속 기어 상태에서 여유로운 주행을 할 수 있다. 아마도 기어비를 낮게 설계하여 고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연비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DOHC가 아닌 SOHC 형식이 적용된 듯 하다.

또한 경쟁모델에 없는 9단 자동변속기는 경쟁모델의 6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해서 출발 단수인 1단 기어비를 크게 높여 4.71에 달하는 큰 기어비를 설계 더 강력한 구동력과 가속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항속주행에 유용한 9단 기어비를 더욱 낮게 설계하여 더 높은 연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ZF에서 가져온 9단 자동변속기 최종감속비는 3.73인데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3.6L 모델의 경우 각 단 기어비는 2.4L 모델과 동일하지만 최종감속 기어비는 4.08에 달해 2.4L 가솔린 모델보다 전체적이 기어비가 더 촘촘하다.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높을수록 기어비 간격을 넉넉하게 설계하는걸 감안하면 200은 특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위 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1단이 커버하는 속도는 6,000rpm 기준으로 42km/h에 불과할 정도로 구동력이 높다. 반면 9단에서는 아이들링 회전수인 1,000rpm에서 시속 68km/h 이며 6,000rpm 에서는 무려 410km/h까지 속도가 올라간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계산일뿐 실제로 410km/h 1,000마력이 훌쩍 넘는 부가티 베이론이 아닌 이상 절대 낼 수 없는 속도이니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9단으로 주행하고 싶다면 높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쟁모델보다 우월한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기 때문에 시승하기 전부터 올 뉴 크라이슬러 200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런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생각만큼 경쟁 모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일반적인 기어레버가 아닌 재규어 일부 모델처럼 다이얼로 기어 레인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동모드가 없다. D 레인지 이외에 강력한 엔진브레이크가 필요한 L 레인지가 마련되어 있지만 수동모드는 아니다. 거기에 패들시프트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자의 기어 단수 선택권 자체가 없다. 대부분 경쟁 모델들이 별도의 수동 모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지만 운전자가 법정최고속도를 절대로 넘지 않고 주행한다면 9단으로 주행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h로 주행한다면 8단으로 주행하게 되며 어지간한 상황에서 9단으로 변속되지 않는다.
다만 연비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고 인내심이 강하다면 9단으로 주행 가능하다. 9단 주행을 체험하고 싶다면 완전한 평지 혹은 살짝 내리막 구간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아주 살짝 밟아 시속 115km/h 이상 속도를 올리면 된다. 단 이 과정에서 오르막 구간에 진입하거나 엑셀레이터 페달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밟으면 절대로 9단으로 변속되지 않는다. 울며 보채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듯이 조금씩 인내심을 가지고 시속 115km/h 이상 속도를 올리면 그제서야 200은 인내심이 강한 운전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9단 주행을 허락한다.
힘들게 9단으로 변속이 성공했어도 엑셀레이터 페달을 조금이라도 깊게 밟으면 여지없이 8단 혹은 7단으로 다운시프트 된다. 그리고 시속 140km/h를 넘지 말아야 하며 시속 100km/h 이하로 속도가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이 모두 맞아야 9단 주행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교통량이 적은 지방 고속도로면 몰라도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 고속도로 구간에서 이런 조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과정을 시승 하면서 겪은 기자는 과연 9단 자동변속기가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 고속도로 최고속도는 주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60-75마일이 최고속도인데 우리나라, 미국 둘 다 법정최고속도를 준수하면 9단으로 주행할 일이 없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차라리 절대적인 고속도로 연비는 조금 손해 보더라도 고속도로에서 더 쉽게 9단으로 변속해서 주행할 수 있도록 기어비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경쟁 모델보다 뛰어난 정숙성 하지만 노킹현상은 옥의 티
분명한 것은 높은 인내심을 가지고 고속도로에서 120km/h 내외를 유지하면서 9단으로 주행하면 순간연비가 100km당 5L 이하로 표기되는 놀라운 고속도로 연비,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 200의 정숙성은 동급 모델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며 특히 풍절음, 노면소음 유입 차단은 위 급 대형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의 공기저항계수는 0.266cd로 매우 낮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고속주행에서 연료소모가 적어질 뿐만 아니라 풍절음 유입도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고속주행 상황에서의 정숙성은 경쟁 모델인 캠리, 알티마, 어코드 등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 풍절음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로 포장된 고속도로에서 유입되는 노면소음 또한 크게 억제했다. 시승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이 정숙성이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다. 연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이었을까? 시내 주행에서는 부드럽게 변속되지 못하고 울렁거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승차에만 해당되는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언덕길 구간은 물론 서행 중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노킹이 발생한다.
노킹은 정상적으로 폭발하기 직전 연소실 내부의 카본 등의 문제로 미리 폭발하는 걸 노킹이라고 하는데 당장 문제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계속 노킹이 발생하면 엔진 부품이 마모되거나 파손될 수도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연비를 최대한 희박하게 설정한 탓일까? 고급휘발유를 주유하면 노킹 현상은 사라지겠지만 일반휘발유 권장하는 모델인 만큼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경쟁모델에 없는 능동적인 안정장비, ACC가 탑재된 올 뉴 크라이슬러 200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경쟁 모델과 다르게 전방에서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멈추는 전방 FCW+(추돌 경고 플러스), BSM(사각지대 모니터링), 차선유지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LDW+(차선 이탈 경고 플러스), 평행 및 직각 주차 시스템 등 능동적인 안전사양 그리고 차간거리 조절은 물론 정지와 출발 기능까지 갖춘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내장되어 있다.
사실 ACC의 경우 일부 경쟁 모델에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FCW+ LDW+ 등과 같은 능동적인 안전장비는 아직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쟁 모델에서는 옵션으로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실제로 주행 중 앞차를 추돌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자동적으로 급제동이 되고 후진할 때도 장애물이 있는데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해도 스스로 멈춘다.
또한 차선을 밟으면 경고음과 함께 진행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약간 꺾어 차선이탈을 방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경쟁 모델에 없으며 크라이슬러 200C 만의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3,180만원부터 구매 가능한 올 뉴 크라이슬러 200
국내 출시되는 올 뉴 크라이슬러는 200리미티드, 200C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200리미티드는 3,180만원, 300C는 3,780만원에 판매된다. 200리미티드와 200C 가격차이가 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능동적인 안전장비 그리고 ACC가 빠졌기 때문이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구매하고 싶다면 능동적인 안전장비가 있는 200C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200C는 고속도로 주행에서 운전자가 페달 조작을 하지 않고 ACC 설정만으로 주행 가능하며 운전에 집중하지 않아 차선이탈 등의 위급한 상황을 방지하는 능동적인 안전장비가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행, 오르막 구간 주행에서 발생하는 노킹현상은 분명히 개선해야 하며 9단 자동변속기 또한 각 단 기어비를 전체적으로 조금 더 크게 설정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별도의 수동모드가 없기 때문에 이 모델은 오직 편리한 운전을 추구하는 중, 장년층에 적합하다.
시승기를 쓰다 보니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인테리어의 경우 시각적인 부분은 물론 재질적인 측면에서도 고급스럽다고 본다. 그렇지만 실내공간이 넓지는 않다. 이 급의 패밀리세단을 구매하는 분들 중에서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시승기로 작성하는 것 보다는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시승차를 보고 타는 것이 시승기 등의 기사로 보는 것보다 더 좋다고 본다.